남궁창성 강원도민일보 기자 2016.07.13 15:08:00
한·미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한반도 배치 발표(8일), 평화헌법 개정을 추진하는 일본 자민당의 참의원 선거 압승(10일), 중국 외교부의 사드 배치 프로세스 즉각 중단 재촉구(11일)….
한·중·일 3국의 외교전이 비등점을 향해 치달으며 한·미·일과 북·중·러를 축으로 하는 신(新)냉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필자는 한·중·일 3국 협력사무국(TCS) 주관으로 지난달 27일부터 열흘간 일본 교토, 중국 시안, 한국 경주에서 ‘3국의 역사와 전통’을 주제로 열린 2016년 한·중·일 3국 언론인 교류 프로그램(TJEP)에 참가했다.
3국의 평화와 공동번영을 위해 설립된 TCS는 3국 민간교류 사업의 하나로 2014년부터 언론인 교류사업을 전개해오고 있다.
2016 TJEP에 참여한 3국 기자들은 처음 만난 지난달 27일 밤 비가 촉촉이 내리는 교토 시내에서 저녁을 같이 하며 서먹함을 떨쳐냈다. 서툴고 짧은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를 섞어가며 벽을 허물고 하나가 됐다. 말문이 막히고 소통이 부족하면 기자수첩에 한자로 필담을 나누며 서로를 조금씩 이해해 갔다.
하지만 여정은 순탄치 않았다. 지난 2일 밤 필자를 비롯해 중국, 일본 기자 5명이 중국 시안의 숙소근처 노천주점을 찾았다. 화제는 자연스럽게 한·중·일 관계로 흘러갔다. 중국 기자는 “불편한 중·일 관계를 풀기 위해서는 먼저 일본이 난징(南京) 대학살에 대해 사죄해야 한다”고 단언했다. 일본 기자는 “피해 규모가 정확하지 않다”고 맞섰다. 상기된 표정의 중국 기자는 “어떻게 지식인이라는 언론인이 그런 말을 할 수 있느냐”고 목청을 높였다. 그는 일본군의 난징대학살이 이슬람국가(IS)의 테러 보다 만 배 더 잔인하다고 주장했다. 심기가 불편한 일본 기자는 “논리가 감정적”이라면서도 맞대응을 자제했다. 하지만 양측 간 거리는 중·일 간 바다만큼 멀어 보였다.
그래도 우리의 우정은 깊어 갔다. 지난 6일 프로그램을 마무리하는 서울 간담회에서 비행기 시간 때문에 점심도 못 먹고 서둘러 떠나는 중국 선전TV의 리펑(李鋒) 기자와 인사하며 동생을 배웅하는 형의 마음처럼 코끝이 찡 했다. 오찬 후 정든 일본 기자들을 보내면서도 마찬가지였다. 과묵했지만 멋과 흥을 즐길 줄 아는 도쿄신문(東京新聞)의 곤도 아키라(近藤晶) 기자, 매사 신중한 자세로 치밀했던 교도통신(共同通新)의 기나시 고슈케(木梨孝亮) 기자 등이 하나 둘 공항으로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 한구석이 울컥했다.
3국 협력사무국은 올해 ‘中日韓 共同常用 808 漢字(중일한 공동상용 808 한자)’라는 책자를 발간했다. 이 책은 3국에서 같은 모양에, 같은 의미의 한자 808자와 3국이 공감하는 4자 성어를 소개하고 있다. 공동상용 한자에는 화평할 평(平), 화합할 화(和), 협력할 협(協), 힘 력(力), 같을 동(同), 다닐 행(行) 등 수없이 많다. 4자 성어에는 이심전심(以心傳心), 공존공영(共存共榮), 익자삼우(益者三友) 등이 있다.
2016년 TJEP를 마치자마자 한·중·일 간 날선 보도와 신냉전이라는 논평이 쏟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필자는 일본과 중국의 동료 기자들을 떠 올리며, 3국이 모두 이해하는 한자로 만든 평화(平和)와 동행(同行)이라는 단어를 정성들여 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