즈드라베이테(안녕하십니까) 불가리아!
웅장한 음악과 함께 오페라의 막이 오른다. 딱딱한 대리석 위에 앉았지만 객석을 가득 메운 관람객들의 박수는 막이 끝날 때마다 이어진다. 탁 트인 밤하늘에는 반짝이는 별들이 야외 공연의 운치를 더해준다. 사람들은 어느새 신화와 전설의 시대 속 한 장면으로 되돌아간다. 이곳은 2세기 무렵 건설된 불가리아 플로브디프의 고대 로마시대 원형극장으로 현재에도 각종 오페라와 공연들이 열리고 있다.
지난달 21일부터 27일까지 한국기자협회 대표단이 불가리아를 방문했다. “불가리아는 약 2만년 전 트라키아 문명이 발생한 곳으로 훌륭한 문화유산을 가지고 있습니다. 러시아 등에서 쓰이는 키릴 문자도 불가리아에서 발명된 겁니다. 하지만 터키에 500년간 지배를 받는 등 역사의 부침이 심했고,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경제 수준도 낮은 데다가 1989년까지 공산 정권이었기에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특히 과거 북한과 수교국이어서 우리가 이들을 배울 기회는 더욱 없었습니다.” 대다수 한국인들에게 불가리아 하면 요구르트와 향수 이름 정도만 떠오를 정도로 낯선 이유에 대해 현지 대학에서 한국학과 정치학을 가르치고 있는 제임스 강 박사의 설명이다.
여전히 발굴 중인 수많은 고대 트라키아 유적, 박물관을 가득 채운 신석기 청동기 시대 고고학 유물과 기원전 4000년 전의 화려했던 황금 유물, 거리 곳곳에 널린 로마 시대 유적지와 그 위에 지어진 현대식 호텔과 카페, 지금도 사람들이 거주하는 중세 시대의 건축물. 불가리아는 역사와 현재가 공존하고 있었다.
기협 대표단은 문화교류 외에 현지 언론사와 국립 소피아대학교 한국학과도 방문했다. 불가리아-on air 방송국의 도니카 리조바 홍보담당자는 “지상파 TV 채널 2개와 라디오 등을 보유한 4위 정도의 메이저 방송사지만 웹사이트를 17개 운영하며 이를 주력으로 키우는 디지털 우선 전략을 시행하고 있다”고 했다.
불가리아는 유럽에서 1~2위의 빠른 인터넷 통신 환경을 갖추고 있어 모바일과 온라인 인터넷 사용이 활발하다. 이곳 언론사들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다만 불가리아의 경우 우리와 같이 포털을 통한 뉴스 소비가 아닌, 직접 각 언론사 사이트를 방문해 뉴스를 소비하는 구조라 언론사들의 디지털 전환과 온라인 분야에서 수익 창출에 더욱 유리한 부분이 있었다.
소피아대학교 한국학과는 학생 55명에 교수진 7명으로 별도 건물까지 갖춘 유럽에서 가장 큰 한국학과다. 이 대학 한국학센터 및 동양어문학센터 센터장인 알렉산드르 페도토프 교수에 따르면 인터넷을 통해 한국 문화를 접한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꾸준하다며, 초등학교에도 한국어 선택 과목이 있고 외국어고등학교에는 한국어과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방송 등 주류 매체가 아닌 일부 인터넷을 통해 K-POP과 한국 드라마를 접하는 정도로, 일각에서 요란스레 얘기하는 것처럼 한류 열풍까지의 수준은 아니었다.
무지에서 출발했지만 많은 경험과 배움을 얻을 수 있었던 방문이었다. 블라고다리아(감사합니다) 불가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