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영 기자 2016.07.06 13:19:33
“그래서 현재는 뭐가 다른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세월호 참사 당시 KBS 보도에 개입했다는 내용의 ‘이정현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언론계에서 나오는 목소리다. 기자들은 “참담하다”는 심정과 함께 공분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이번 사태가 ‘현재 진행형’의 문제이고, 단지 KBS만의 일이 아니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었다.
KBS 구성원들은 현 KBS 역시 외압에서 자유롭지 않다며 이번 사태의 파급력에 주목하고 있었다. KBS A기자는 이번 녹취록 공개를 두고 “오싹했다. (김시곤 전 KBS국장의 폭로가 이뤄졌던 2014년) 그때 파업을 하지 않았다면 더 나빠졌을 게 아닌가”라고 했다. 그는 “지금 현 간부들이나 수뇌부들은 외압에서 자유로울까”라고 되물으며 “자사보도에 대한 외압이 드러나 사회적 충격을 주는 상황인데도 단신 한 줄 나가지 않은 채 입막음을 하는 게 현재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KBS B기자는 “일선에선 (길환영 사장 때보다) 더 안 좋아졌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전했다. B기자는 “새로 사장이 오고 인사가 났지만 대중의 니즈보다는 위에서 내려오는 정책자 중심의 뉴스가 많이 반영되는 분위기는 여전하다”면서 “파업을 두 번이나 했는데도 크게 달라진 게 없다보니 내부에선 무기력감을 말하기도 한다”고 했다.
이 같은 얘긴 KBS 밖 언론사들에서도 공공연히 나온다. 이호찬 MBC 민주방송실천위원회 간사는 지난 1일 기자협회보화의 통화에서 “김시곤 국장이 비굴하게 보이는 느낌도 있었지만 기록을 했고 저항도 하지 않았나. 왜 MBC는 그마저도 없는가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내부에선 노조의 자체 모니터링에 대해서도 방송법 조항을 들이밀며 위반이라고 하는데 대서특필해야 할 사건은 단신인 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윤창현 언론노조 SBS본부장은 이날 통화에서 “총선 이후 지상파 방송 3사에 대한 청와대 입김이 훨씬 강해진 걸 느낀다”며 “면피성 보도 등 하향평준화가 심각한 상황이다. 지상파 방송 종사자들이 대오각성 할 필요가 있다. 어느 시청자가 지상파를 보겠나. 이건 생존권 문제”라고 강조했다. SBS는 녹취록이 공개된 지난달 30일 보도 책임자의 결정으로 관련 리포트를 메인뉴스에서 단신 처리했다가 개정된 보도준칙에 따른 기자들의 ‘긴급발제권’을 처음으로 가동해 지난 1일 방송을 내보낸 바 있다.
기자들은 이번 사안에 대해 청문회 개최와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은 당연하다면서 타 보도개입에 대한 조사와 재발방지를 위한 법 개정을 촉구했다.
박진수 언론노조 YTN지부장은 5일 언론단체 주최 기자회견에서 “(이 사안은) 이정현이 아닌 청와대가 책임져야 할 문제”라며 “지배구조 개선도 중요하지만 보도 책임자의 인선 절차를 내버려둬선 안 된다. 견제 장치가 없으면 사장 나팔수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보도국장 직선제나 임명 동의제 등 구성원들이 함께 싸울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단 의미다.
성재호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이날 “현 방송법엔 임명권자에 맞서 편성의 자유를 지켜낼 수 있는 무기가 단 하나도 없다”며 “사장에 대한 지배구조 개선, 이사회 구조 개정과 함께 중요한 건 제작자 스스로 편성권 침해에 저항할 수 있는 법적 장치다. 노사 동수 편성위 구성을 통한 편성규약 제정 등을 법적 의무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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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 KBS를 봤네. 도와주시오”
보도 개입 녹취록 파문…이정현 “부덕한 나의 불찰”
세월호 참사 직후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KBS 보도에 개입, ‘해경에 대한 비판 자제’ 등을 직접 지시한 녹취 파일이 공개되며 파문이 일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김환균) 등 7개 언론시민단체들은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이던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이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에게 연락해 보도에 직접 개입한 사실을 드러내는 음성녹취를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녹취에 따르면 이 전 홍보수석은 세월호 참사 발생 직후인 2014년 4월 21일과 30일 김 전 국장과의 통화에서 각각 ‘해경 비판 자제’와 ‘해군의 구조작업 투입을 해경이 막았다는 보도의 교체’ 등을 요구했다.
이 전 홍보수석은 21일 녹취에서 “지금 국가가 어렵고 온 나라가 어려운데 지금 이 시점에서 그렇게 그 해경하고 정부를 두들겨 패야지 그게 맞느냐”며 “이렇게 중요할 땐 극적으로 좀 도와달라”고 불만을 전했다. 30일 통화에선 해경이 해군 정예요원들의 구조투입을 막았다는 보도를 빼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는 “아예 다른 걸로 대체를 좀 해 주던지 한다면 말만 바꾸면 되니까 한 번만 더 녹음을 해달라”며 “하필이면 또 세상에 KBS를 오늘 봤네”라고 전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정현 의원은 지난달 30일 ‘연합뉴스’ 등 보도에서 “평소 교분을 나누는 사이다 보니 통화가 지나쳤다. 부덕한 나의 불찰”이라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 의원은 지난 1일부터 ‘채널A’ 프로그램 등 언론에 “홍보수석 역할에 충실하려던 것”이라고 밝히며 입장을 선회했다. 이와 관련 경향신문은 지난 3일자 보도에서 이정현 의원이 ‘정무’수석이던 2013년 5월13일에도 김 전 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대통령의 방미 성과를 잘 다뤄달라’고 지시했다고 게재하기도 했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