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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청와대 보도개입 왜 쉬쉬하나"

김주언 전 KBS 이사 인터뷰

김달아 기자  2016.07.05 15:5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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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KBS 보도개입은 이 나라가 유신시대로 후퇴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다."


1986년 전두환 정권의 언론통제 수단인 보도지침을 폭로했던 김주언 전 KBS 이사(당시 한국일보 기자)는 4일 기자협회보와의 인터뷰에서 "청와대 인사의 공영방송 보도개입은 '땡전뉴스'와 다를 바 없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에게 이정현 전 홍보수석의 보도개입 통화 녹취록을 공개하도록 설득한 인물이다.


앞서 김 전 이사 등 KBS 야권이사들은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직후 KBS에서 보도 문제가 불거지자 길환영 사장 해임제청안을 제출했다. 그 과정에서 당시 김시곤 보도국장은 사장의 보도개입을 폭로했다. "김 국장은 사표를 종용받았고 길 사장에 이어 조대현 사장이 취임하자 정직 4개월 중징계를 받았습니다. KBS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요. 우리는 그 뒤로 지속적으로 만나 사안에 대해 깊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김 전 국장이 녹취록 공개를 고민한 것은 "보도개입 없었다"는 길 전 사장의 반복된 진술 때문이었다고 김 전 이사는 말했다. "길 전 사장은 자신의 해임제청 무효소송과 김 전 국장의 징계무효 청구소송,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에서도 거짓말했어요. 김 전 국장이 사장, 청와대 인사가 보도에 개입한 사례를 모은 비망록(보도국장 업무일지)과 녹취록을 증거로 제출했는데도요."


수개월 전 녹취록과 비망록을 접했던 김 전 이사는 김 전 국장을 설득했다. 30년 전 보도지침 폭로 당사자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보도지침은 전두환 정권 때 폭로됐지만 유신시절부터 시작됐습니다. 반민주, 반민족, 반민중적 색채가 강했어요. 정권의 노골적인 언론통제를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어 그는 "이명박 정부 들어 이어진 언론탄압이 비망록과 녹취록 공개로 다시 한 번 드러났다"며 "폭로 후 개인적으로 고난을 겪었지만 세월이 흘러 언론계에서 정당한 평가를 받고 있다. 김 전 국장도 마찬가지일 것이라 설득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이사는 김 전 국장을 두고 "보도에 대해선 사장, 정부, 여당뿐 아니라 KBS 내부 기자협회, 노조의 간섭까지 꺼렸던 분"이라며 "사장이 자신의 입신과 안위를 위해 보도에 개입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선 청와대가 사장을 선임하는 KBS 지배구조를 바꿔 보도의 자율성,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녹취록과 비망록이 공개됐다. 세월호 특조위 활동이 끝나는 날이었다. 파문이 일자 이 전 홍보수석은 "홍보수석의 역할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를 두고 김 전 이사는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다"며 혀끝을 찼다.


그는 "30년 전 검찰의 기소장에 '(보도지침은) 통상적인 보도협조 사항이며, 국내외 관행'이라고 쓰여 있었다"며 "보도국장에게 특정 내용을 빼라, 대통령 동정은 20분 안에 배치하라며 욕설, 협박, 읍소하는 게 통상적인 협조인가"라며 꼬집었다.


김 전 이사는 KBS 지배구조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KBS는 사장과 청와대의 보도개입을 사과하며 재발방지책을 만들어야 하는데 오히려 쉬쉬하고 있다"며 "그동안 여야 이사 동수, 국회 의석수로 이사 배분, 이사 수 증가 등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여러 논의가 있었다. 이제 그걸 실천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