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문화진흥회가 지난 2012년 ‘직원 사생활 감시’로 논란을 일으킨 MBC 사내 보안프로그램 ‘트로이컷’과 관련해, 당시 경영진에 대한 징계 여부를 놓고 공방을 오갔다. 이날 두 시간이 넘는 논의 끝에 "MBC 인사위원회의 징계조치 결과를 보고 미흡하다고 판단되면 이후에 방문진 차원에서 대응할 것"으로 결론 내렸다.
방문진 여야 이사들은 4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안광한 사장을 비롯한 간부들에 대한 징계에 대해 첨예한 의견 대립을 이어갔다.

야당 추천 이완기 이사는 “트로이컷 사건과 관련해서 경영진의 가장 큰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생각한다”며 “인사위원회와 징계위원회를 열어야 하는데 뭉개고 있는 건 최고책임자로서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이 이사는 “사장으로서 최고경영자로서 도덕적 책임을 지고 판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자진해서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강욱 이사 또한 “불법적인 프로그램을 깐 데 대해 실무자가 형사적 제재를 받고 경영진은 책임이 없다고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대법원에서 책임을 물었다”며 “불법행위의 질이나 경위, 그간의 보고 내용을 참고하면 임원으로서의 자격을 상실했다고 판단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여당 추천 이인철 이사는 “민사에 있어서는 책임이 있어서 공동불법행위로 봤지만, 형사상으로서는 (실무자 외에는) 책임을 묻지 않았다”며 “당시 불법성을 확인하려면 형사 사건 판단의 과정을 주의 깊게 들여다봐야 한다. 안 사장의 퇴임 논의는 많은 생각을 해봐야 하는 문제”라고 반박했다.
유의선 이사 또한 “개인정보를 유출한 것은 유감이지만 안 사장 퇴임 문제는 냉정하게 바라봐야 한다”고 밝혔다. 유 이사는 “민사상으로는 공동손해배상 책임이 있지만 형사상으로는 의도성, 고의성이 없다”며 “단순히 실무자의 호기심어린 개인적인 행동이었다”고 설명했다.
권혁철 이사도 경영진에 대한 징계는 지나치다는 입장을 보였다. 권 이사는 “고의와 악의가 있어야 하는데, 판결문에도 나오지만 (경영진) 자신들의 것도 열람이 됐다. 불법 사찰하려는 사람들이 왜 자기 것을 열람했겠나”라며 “불법 프로그램이 설치되고 정보가 열람된 것에 대한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것을 두고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유기철 이사는 ‘불법 사찰’ ‘스파이’로 표현하며 강력 반발했다. 유 이사는 “당시 안 사장은 부사장으로서 실무총괄의 최종 단계였다. 이미 다 보고받고 알고 지시내린 것”이라며 “눈감고 면죄부 주는 것도 한두 번이지 그 끝은 어디인가. 이것이 우리가 말하는 기본과 원칙인가”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최소한 방문진에 와서 ‘몰랐다’ 는 등의 소명을 했어야 했다. 하지만 하지 않았다”며 “현재 인사위원회도 제대로 열리지 않고 있다. 이대로 놔두면 경영진을 처벌할 수 없는 만큼 방문진 차원에서 징계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영진을 바꿔야 비정상의 정상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로이컷 논란은 지난 2012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MBC는 “좀비PC에 의한 해킹방지와 내부 전산망에서 유출되는 자료의 보안유지를 위한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하며 트로이컷 프로그램을 사내 망에 설치했다. 사측은 “자체 조사에서 ‘보안시스템이 미흡한 상태’라는 결과가 나와 해킹차단 기능이 우수한 보안제품을 선정하게 됐다”고 설명했지만, 노조원들은 “해킹을 방지하는 역할 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사생활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능까지 들어있다”며 반발했다.
실제로 트로이컷에는 컴퓨터 사용자가 웹메일·메신저 등을 통해 주고받은 자료나 대화 내용부터, 이동저장장치 등에 저장된 목록까지 회사 중앙관제센터 서버에 자동으로 저장되는 ‘로깅(logging)’기능이 포함돼 있었다. 트로이컷 프로그램은 시범 운영 3개월 만에 중단됐고, MBC본부는 김재철 전 사장 등을 검찰에 고발, 2013년에는 법원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노사의 소송 공방은 이어졌고 결국 지난 5월 대법원은 원심을 확정, “MBC는 원고들의 동의 없이 임의로 트로이컷을 설치해 원고 노조들 및 원고 6인의 정보를 관제서버에 수집보관하고 나아가 열람까지 함으로써 이들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단결권 및 단체 행동권을 침해했다”며 “민법 제750조에 따라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