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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직원 몰래 보안프로그램 설치 개인자료 열람

대법, 노조에 손해배상 확정 판결
'트로이컷' 논란 3년 만에 일단락
노조 "관련자들에게 책임 물을 것"

이진우 기자  2016.06.01 15: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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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또다시 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2012년 ‘직원 사생활 감시’ 논란으로 MBC를 떠들썩하게 했던 사내 보안프로그램 ‘트로이컷’ 상고심에서다. 당시 MBC는 트로이컷을 통해 노조 간부 등 조합원들의 개인 자료 등을 열람한 사실이 드러나며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지난달 27일 대법원은 전국언론노조 MBC본부가 사측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MBC는 안광한 MBC 사장, 김재철 전 사장, 조규승 신사업개발센터장, 이진숙 대전MBC 사장, 임진택 전 MBC 감사, 차재실 전 정보콘텐츠실장 등 6명의 간부와 함께 전국언론노동조합과 MBC본부에 1500만원을 배상하고, 원고 강지웅 PD와 이용마 기자에게 각 150만원, 그 외 조합원 4명에게 각 50만원을 지급하라”는 원심을 확정했다.


이와 별도로 이 사건의 핵심 당사자인 차재실 전 실장은 형사 재판에서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500만원의 벌금형이 확정됐다.


트로이컷 논란은 지난 2012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MBC는 “좀비PC에 의한 해킹방지와 내부 전산망에서 유출되는 자료의 보안유지를 위한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하며 트로이컷 프로그램을 사내 망에 설치했다. 사측은 “자체 조사에서 ‘보안시스템이 미흡한 상태’라는 결과가 나와 해킹차단 기능이 우수한 보안제품을 선정하게 됐다”고 설명했지만, 노조원들은 “해킹을 방지하는 역할 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사생활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능까지 들어있다”며 반발했다.


실제로 트로이컷에는 컴퓨터 사용자가 웹메일·메신저 등을 통해 주고받은 자료나 대화 내용부터, 이동저장장치 등에 저장된 목록까지 회사 중앙관제센터 서버에 자동으로 저장되는 ‘로깅(logging)’기능이 포함돼 있었다. 트로이컷 프로그램은 시범 운영 3개월 만에 중단됐고, MBC본부는 김재철 전 사장 등을 검찰에 고발, 2013년에는 법원에 손해배상청구 소송도 제기했다.


지난해 2월 1심 재판부는 “피고 임직원들이 회사 컴퓨터로 발송한 525개의 이메일, 파일 등을 저장·열람해 타인의 비밀을 침해했다는 범죄 사실은 모두 유죄”라며 차재실 전 정보콘텐츠시장의 위반 혐의를 인정했지만 안광한 사장과 김재철 전 사장에 대해서는 “증거가 없다”며 기각했다.


그러나 10개월 후 이뤄진 항소심의 판단은 조금 달랐다. 경영진에 대해서도 책임을 확대하고 연대 배상할 것을 주문한 것. 재판부는 “임원회의에서 ‘내부자의 USB 자료를 복사하거나 외부 전송 메일 등의 내용 등을 저장한다’는 내용의 트로이컷 보고서가 배포됐고, 작동원리도 설명된 점 등의 행위를 고려했을 때 경영진이 알면서도 묵인, 방조한 것”으로 판단했다.


대법원에서도 이 같은 원심을 확정, “MBC는 원고들의 동의 없이 임의로 트로이컷을 설치해 원고 노조들 및 원고 6인의 정보를 관제서버에 수집보관하고 나아가 열람까지 함으로써 이들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단결권 및 단체 행동권을 침해했다”며 “민법 제750조에 따라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선고했다.


MBC본부는 “2012년 170일 파업 당시 사측의 트로이컷 설치에 명백히 사찰의 저의가 있었다는 것을 사법당국이 최종 확인시켜줬다”며 “트로이컷 관련자들에게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언론노조도 이번 판결을 두고 “불법을 자행하면서까지 사원들을 감시하고 언론인이자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정당한 행동을 억압하려 했던 MBC 경영진들에 대한 시대정신의 죽비소리”라며 진심어린 사과와 즉각적인 사퇴를 촉구했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