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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면 '단독 공해' 아닌가요

뉴스가치 떨어지는 기사에 단독
타사 단독에 한 줄 붙여 단독
같은 내용인데도 버젓이 단독
저널리즘 훼손 등 부정적 영향

김달아 기자  2016.06.01 13:3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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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은 하루에도 수십 개씩 나오는데 진짜 의미 있는 기사가 있나. 요즘 기자들끼리 ‘왜 저 기사가 단독이냐’는 말을 자주 한다.”


온라인 단독기사를 바라보는 기자들의 시각이다. 타사가 받아쓰지 않고 사회적 파장도 없는, 즉 뉴스가치가 떨어지는 기사에까지 ‘단독’ 말머리가 남발된다. 단독기사의 의미는 퇴색되고 그저 단독을 위한 단독만 넘쳐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연예인의 드라마 출연·하차, 국내기업의 공장 설립, 기록적 무더위, 부동산 투자하기 좋은 지역을 알리는 기사에도 단독이 붙는다. 보도자료나 평범한 인터뷰 기사, 기획기사도 마찬가지다. 같은 사안을 두고 시간차 단독을 내는 일도 허다하다.


종합일간지 A부국장은 “단순히 먼저 알았다는 이유로 의미 없는 기사에 단독을 붙이는 곳이 많다. 눈길 끄는 단독도 없다”며 “어차피 풀 될 내용을 조금 빨리 알았다고 보도하는 건 단독이 아니라 속보로 써야 한다”고 꼬집었다.


일간지 정치부 B기자는 “지난달 반기문 UN 사무총장이 방한했을 때 모 언론사에서 반 총장이 새누리 TK의원들과 만난다는 단독기사를 냈었다”며 “하지만 정치부 기자 대부분이 이 사실을 알고 있었고 우리는 아침부터 취재일정을 조율하고 있었다. 이런 일정까지 단독으로 나오자 정치부 동료들 모두 황당해 했다”고 설명했다.


타사의 단독기사에 한 줄을 더 붙여 또 다른 단독으로 보도하는 경우도 있다. 이미 오래전 보도된 내용에 단독을 달고 재출고하는 기사도 여럿이다.


일간지 사회부 C기자는 “한 언론사가 몇 주 전 끝난 검찰의 압수수색 내용을 뒤늦게 보도하면서 단독이라고 붙인 일이 있었다”며 “해당 기자는 출입처에서 비웃음을 샀다”고 전했다.


‘단독 훔치기’도 문제가 된다. 경제방송사 D부장은 “몇 달 전 후배가 보험사기 관련 단독기사를 오전에 냈는데, 그날 저녁 한 종편이 같은 내용을 보도하면서 단독으로 표기했다”며 “후배는 기사를 도둑맞은 것처럼 매우 속상해했다. 아직도 그 종편기사엔 단독이 붙어 있다”고 했다.


엠바고를 깨고 단독을 내는 일도 있다. 일간지 정치부 E기자는 “법안 관련 단독기사를 낼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취재원이었던 보좌관에게서 보도시점을 하루만 미뤄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그런데 타사가 우리보다 앞서 보도를 했다”며 “알고 보니 그 언론사는 뒤늦게 취재에 나섰고 해당 보좌관의 부탁이 있었음에도 온라인에 단독기사를 냈다. 그쪽에선 우리가 먼저 취재해 기사를 싣는 것까지 알고 있었다고 한다. 우리는 엠바고를 지켰다가 오히려 물 먹은 꼴이 됐다”고 토로했다.


일간지 기자들은 통신사의 ‘단독’ 말머리에 의문을 품기도 한다. 일간지 사회부 F기자는 “원래 통신사는 속보, 단독을 해야 하는 곳 아닌가. 후폭풍이 큰 기사면 몰라도 보도자료를 미리 받았다거나 전국종합 기획을 했다고 거기에 단독을 붙이는 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언론사가 이곳저곳 ‘단독’을 붙이는 건 이 두 글자가 주목도를 높이기 때문이다. 수없이 쏟아지는 온라인 기사 속에서 ‘단독’이 기사의 표면상 가치를 높이고, 독자의 눈길을 끈다는 것이다. 포털이 주목도 높은 단독기사를 메인뉴스로 배치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작용한다.


기자 인사평가와 관련이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경제지 G기자는 “기자는 정량적 인사평가를 하기 어려운데 아무래도 단독이 많으면 좋은 평가를 받지 않겠느냐”며 “해당 기자뿐 아니라 부서원, 데스크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계에선 마구잡이로 붙이는 단독 기사가 저널리즘 가치를 훼손하고 결국 언론계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한다.


경제방송사 D부장은 “기자라면 누구나 단독 욕심이 있다. 작은 것에 욕심날 때도 있지만 단독은 기자 스스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기사여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데스킹 과정에서도 타사가 먼저 보도했는지, 진짜 단독이 맞는지 확인해야 한다. 보여주기식 공해성 단독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기자사회의 자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