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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에게 협박 전화가 걸려왔다

"밤길 조심하라"던 그 사람 중재위에서 맞닥뜨려

김달아 기자  2016.05.18 14:3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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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지 사회부 A기자는 지난달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발신자는 A기자가 쓴 부동산 투기 의혹 기사의 관계자였다.


‘기사에 근거가 있느냐, 혼 좀 나야 한다’로 시작한 전화는 점차 험악해졌다. ‘기사를 내리라’는 요구에 A기자가 거부하자 상대는 거친 욕설을 쏟아냈다. ‘소송 걸겠다, 너 어떻게 될지 모른다, 사람들 데리고 찾아가겠다, 밤길 조심하라’는 협박도 서슴없었다. A기자가 휴대폰을 붙잡고 할 수 있는 일은 기사는 명백한 사실이라고 해명하는 것과 묵묵히 욕설을 듣는 것뿐이었다.


전화는 몇 차례 더 이어졌다. 기사를 내리라는 요구와 신변에 위협을 느낄만한 협박도 심해졌다. A기자는 겁이 났다. 동료들에게 이 사실을 말했지만 대부분 기자에게 그런 일은 허다하다며 쉽게 넘기곤 했다.


얼마 뒤 A기자의 심리적 압박은 더 심해졌다. 언론중재위원회에서 전화 상대를 직접 마주하게 된 것이다. A기자는 “처음 협박 전화를 받고 겁이 나긴 했지만 설마 그런 일이 벌어지겠느냐는 생각이 더 컸다. 하지만 얼굴을 보고 나니 진짜일 수도 있겠다는 압박감이 들었다”며 “요즘 집에 갈 때 나도 모르게 한 번씩 돌아보게 된다. 괜히 가족이 걱정되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A기자는 이어 “기자생활 5~6년 동안 항의 전화도 많이 받아봤고, 무엇보다 스스로 정신력이 강하다고 자부해왔는데 이번 일은 생각보다 충격이 크다”며 “이 사건 이후 취재할 때 조금이라도 위축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이런 일은 A기자만 겪는 것이 아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기자들에게 항의 또는 협박 전화는 일상적이다. 취재원의 협박에 시달리다 불면증에 걸렸다거나 기사 때문에 신상정보가 털렸다는 기자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방송사 5년차 B기자는 “어떤 남성이 전화해선 기자 이름 석자를 평생 기억하겠다고 울부짖은 적이 있었다”며 “짧은 전화였는데도 충격이 오래갔고 한동안 멍했다. 그분이 내 기사를 볼 때마다 어떤 기분일까라는 생각에 사로잡히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일간지 C기자는 “특히 사회부에서 민감한 이슈를 취재하거나 취재원이 원했던 방향대로 기사가 보도되지 않았을 때 이들에게 폭언을 듣는 일이 많다”며 “예전에 그런 전화를 몇 번 받고 나서 전화벨 소리도 듣기 싫고, 전화 거는 것조차 망설여질 때도 있었다”고 했다.


취재원의 항의·협박이 언론계 다반사라 해도 상처나 충격받는 이들을 ‘겁 많은 기자’로 치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A기자는 “일을 하다 겪게 된 것인데, 회사 차원의 대책 없이 개인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는 게 문제”라며 “여기에 정신적 피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언론계 분위기도 한 몫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개별 회사가 대책을 마련하기 어렵다면 먼저 언론유관기관이 이런 기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