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에서 해고된 박성제 기자와 권성민 PD가 음악을 곁들인 사진 전시회를 열었다. 서울 양재동 에이트리갤러리에서 13일부터 15일까지 선보이는 ‘쿠르베 스피커&여행 사진 전시회’는 박 기자가 해직 기간에 손수 제작한 10점의 스피커와, 권PD가 유럽 아시아 등지에 여행 다니며 찍은 15점의 사진을 공유할 예정이다.

전시회 첫날인 13일 박 기자는 한껏 들뜬 모습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준비된 전시물을 다시 점검하며 땀이 맺힌 얼굴로 기자를 맞이한 그는 작품 설명을 해달라는 요구에 눈빛이 반짝였다. 박 기자는 “예전에 방송을 통해 뉴스를 전했다면, 해고가 된 이후에는 좋은 소리를 공유하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며 “해직언론인들이 나름대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잘살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박 기자의 작품은 자작나무 합판을 원형으로 깎아서 100% 수작업으로 만든 스피커로, 소형부터 초대형까지 다양하다. 그는 “초반엔 선반위에 올릴만한 조그마한 스피커 ‘쿠르베 미니’부터 만들기 시작해서 지금은 2000만원 상당의 초대형 쿠르베까지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스피커의 선율에 귀가 호강하더니 이번엔 권PD의 사진이 눈을 사로잡았다. 네팔과 아이슬란드, 이탈리아, 일본, 탄자니아 5개국을 다니며 찍은 사진들이다. 특히 정직이 되고 난 이후 떠난 2주간의 네팔 여행은 권PD에게 유독 뜻 깊다. 권PD는 “네팔의 한 여자아이가 지게를 메고 간 사진이 가장 아끼는 작품”이라며 “마을 주민들과 3일간 같이 생활하면서 친해졌다. 외국인만보면 신기해하는 순수한 아이들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그는 “수원에 유배돼있을 당시 무척 무료하고 답답했는데 (사진이) 숨통을 틔게 해준 셈”이라고 설명했다.
전시회 첫날은 권PD에게 더욱 의미 있는 날이 됐다. 이날 오전 대법원으로부터 해고 무효 판결을 받게 된 것. 그는 “결과는 예상했지만 이렇게 빨리 나올 줄은 몰랐다”고 했다. 권 PD는 지난 2014년 개인 블로그에 세월호 보도 행태를 비판해 비제작부서로 가게 됐고, 이후 자신의 처지를 ‘유배’에 비유하는 웹툰을 SNS에 올려 해고된 바 있다. 그는 “당시 친하게 지내던 많은 동료들이 이미 다른 곳으로 가버린 데다 자유로운 제작 문화가 사라져 복귀 후에 편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권 PD는 오는 23일 예능국으로 출근할 예정이다.

현재까지 MBC로 돌아오고 있지 못한 직원은 6명. 이날 스피커를 선보인 박 기자 외에 남은 해직 언론인들(정영하ㆍ이용마ㆍ강지웅ㆍ박성호ㆍ박성제) 5명 역시 2심에서 모두 해고무효 판결을 받았지만 MBC 측에서 상고해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