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엎치락뒤치락 한치 앞을 모르는 경기였다. 팽팽한 실력에 승부를 가르지 못하고 승부차기로 끝을 보는 경우도 많았다. 제44회 한국기자협회 서울지역 축구대회 첫날인 7일 별무리어울림누리와 중산공원, 충장공원 등 3곳에서 동시에 열린 이날 경기는 49개 회원사의 선후배들과 동기들이 한 마음으로 모여 열띤 경기를 펼쳤다.
"북치고 현수막까지…" 개성 있는 응원전 속속 등장

“뚫고 나가! 잘한다!” 응원의 함성이 북소리와 어우러졌다. 어깨에 북을 두른 기자는 선후배들의 응원 소리에 장단을 맞춰 북을 힘차게 내리쳤다. 반대편에서는 여기자들의 응원가도 이어졌다. 뉴스토마토와 뉴스핌의 대결. 밀고 밀리는 공방전 끝에 뉴스토마토가 승리했지만 응원전만큼은 기싸움이 팽팽했다. 김아랑 뉴스핌 기자는 “입사한지 일주일도 안돼 연습은 많이 못했지만 열심히 응원했다”며 “선배들이 열심히 뛰었는데 져서 아쉽다. 내년엔 꼭 우승하리라 믿는다”고 했다.
이날 필드에서 함께 뛰지 못한 여기자들은 각양각색의 응원도구를 선보이며 선후배, 동료들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조혜림 코리아헤럴드 기자는 “같은 식구인 헤럴드경제와 경기를 하게 돼서 반갑다”며 “화합의 공이 돋보이는 자리를 마련해주셔서 고맙다. 우리만의 단합력을 느끼게 된 즐거운 하루”라고 전했다.
응원도구와 체육복을 모두 노란색으로 맞춘 매일경제 기자들은 힘찬 구호로 경기장을 압도했다. 감독으로 나선 매일경제 정혁훈 영문뉴스 부장은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아시아투데이에 승리한 뒤 “경기 내내 우세를 보인 경기였지만 골 찬스를 놓쳐 아쉬웠다. 결국 승부차기 때 심리적 압박감을 이겨내고 단합의 힘을 보여줘 기쁘다”며 벅찬 감정을 드러냈다.
JTBC는 직접 제작한 현수막을 그라운드에 걸고 남다른 응원 열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JTBC뉴스룸의 소개 멘트를 인용한 '축구도 저희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현수막은 기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1차전에서 3:1로 승리한 JTBC는 직접 경기장을 찾은 손석희 사장이 직원들에게 '2승하면 3일 휴가'를 내걸어 한껏 고무되기도 했다.
언론사 임원, 편집·보도국장 등도 참석해 기자들 격려

이날 축구대회에는 언론사 사장 등 임원과 편집·보도국장도 경기장을 찾아 선수들을 격려했다. 이준희 한국일보 사장, 송재조 한경TV 사장, 손석희 JTBC 사장, 임승한 농민신문 사장, 이백규 뉴스1 사장, 임채청 동아일보 전무이사(채널A 대표), 이종환 서울경제 부회장, 이세정 아시아경제 사장, 김상우 이투데이 사장, 선상신 BBS불교방송 사장, 박순규 더팩트 전무 등은 자사의 경기가 벌어질 때마다 ‘매의 눈’으로 선수들을 지켜보며 든든한 ‘정신적 지주’로 자리를 지켰다.
주용중 TV조선 보도본부장, 우병현 조선비즈 취재본부장, 최훈 중앙일보 편집국장, 김차수 동아일보 편집국장, 황상진 한국일보 편집국장, 류준걸 농민신문 편집국장, 박순규 더팩트 편집국장, 김규완 CBS 보도국장, 이용웅 서울경제 편집국장 등은 경기 내내 선수, 기자들과 함께 환호하고 안타까워하며 후배들을 열렬히 응원했다.
최훈 중앙일보 편집국장은 “그라운드 안에서 선수들이 힘들게 뛰는데 밖에서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겠나. 기자들이 직접 작사, 작곡한 응원가는 물론 각종 소품까지 활용해 열렬한 응원을 보낼 예정”이라고 했다. 김규완 CBS 보도국장은 “선수들이 뛰는 모습을 보니 선수로 뛰던 시절이 떠올라 감회가 새롭다”며 “CBS 가족들이 하나가 될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다”고 밝혔다.
"떨린다"던 여기자들, 승부차기서 숨겨둔 실력 자랑

올해 축구대회에는 여기자들을 위한 승부차기 이벤트가 처음으로 마련됐다. 여기자들도 기자협회 축구대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즐거운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날 채경옥 여기자협회 회장의 시축으로 시작된 여기자 승부차기엔 70여명이 참여해 본 경기 못지않은 뜨거운 열기를 보였다.
동료들을 응원하기 위해 축구장을 찾은 여기자들은 처음에는 "떨리네" “공 한 번 만져보면 안 되나” “공을 차본 적이 없어서”라며 쑥스러워 하다가도 이벤트가 시작하자 진지한 눈빛으로 공을 찼다. 동료들의 환호를 받으며 공을 찬 배지원 더벨 기자는 “입사하고 처음 참여하는 축구대회에 여기자들을 위한 이벤트가 마련돼 있어 참 즐거웠다”고 말했고, 강수진 채널A 보도본부 부본부장도 “축구대회는 한마음으로 뜻을 모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며 "특히 페널리킥 행사가 재미있었다. 내년에도 참여하고 싶다”고 했다.
일본에서 대학을 나와 선배들로부터 “J-리그 출신”이라며 응원을 받은 문재연 헤럴드경제 기자는 “경기에 져서 아쉬웠지만 이벤트 덕분에 분위기를 띄울 수 있었다”고 했다. 이날 최영지 일요신문 기자 역시 “경품까지 받을 수 있어 기쁨이 2배가 됐다”는 소감을 밝혔다.
여기자들을 위해 좀 더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해주길 원하는 기자도 있었다. 임지은 BBS 기자는 “축구대회에 여기자들이 와서 할 게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이벤트가 있어 고마운 마음이 든다”면서도 “앞으로 여기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좀 더 다양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지희 아시아투데이 기자는 “남자들이 축구하는 걸 봤을 때는 어려워 보였는데 막상 해 보니 쉬운 것 같다”며 “다음번에는 내가 뛰어야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 날 충장공원에는 KBS 예능 프로그램 ‘우리동네 예체능’에 출연한 정병근 심판이 페널티킥 이벤트의 골키퍼로 나서기도 했다. 정 심판은 “막을 수밖에 없는 공은 막았지만 모든 여기자들이 페널티킥에 성공할 수 있게 배려했다”면서 “최선을 다해 이벤트에 임했다”고 말했다.
도화지 안에 깃든 용감한 아빠의 모습

회원 자녀를 대상으로 하는 사생대회도 큰 호응을 얻었다. 아빠, 엄마의 손을 잡고 축구장을 찾은 아이들은 푸짐한 선물을 받아들고 연신 즐거워했다.
아이들은 아빠가 축구를 하는 모습이나 푸른 잔디 구장을 배경으로 멋진 그림을 그려냈다. 최석진 아시아투데이 기자의 자녀 최윤권(11)군은 "아빠가 축구할 때 재미있던 장면을 그림으로 그렸다"며 "아빠가 경기에 져서 속상하지만 그래도 그림을 그려서 재미있었다"고 웃어 보였다.
아빠를 따라 올해로 네 번째 축구대회를 찾은, 정인설 한국경제신문 기자의 자녀 정재윤(8)군은 '아빠 화이팅'을 도화지에 적어 들고 목청껏 응원했다. 한경은 정군의 응원에 힘입어 이데일리를 상대로 2대1 승리를 거뒀다.
김용철 한겨레 기자의 자녀 김경(11)군은 풀밭에서 병아리가 노래를 부르는 장면을 도화지에 담았다. 김군은 "오래만에 아빠와 함께 나와 그림을 그려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정상원 한국일보 기자의 자녀 정예린(9)양은 나무와 사슴, 곰돌이, 다람쥐, 해, 구름을 예쁘게 그리고는 "재밌다"고 수줍게 웃었다.

아이들뿐 아니라 회원들도 자녀 사생대회에 높은 만족감을 보였다. 서상현 한국일보 기자는 아내, 두 아들 서영록(6)군·서영랑(5)군과 경기 전 일찌감치 축구장을 찾았다. 서 기자는 "올해 처음 가족들과 함께 왔는데 나들이 나온 것처럼 즐겁다"며 "그동안 아이들과 놀아주지 못해 미안했던 걸 오늘 만회하는 것 같다. 특히 아이들과 그림을 그리면서 좋은 추억을 쌓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가족과 함께 온 민봉기 조선영상비전 기자도 "여섯 살 난 딸이 축구장을 누비는 아빠의 모습을 그려 흐뭇하다"며 "딸아이라서 축구장에 오면 지루해할 것 같아 그동안 함께 오지 않았는데 올해는 사생대회가 있다고 해서 데려왔다. 아이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다“고 했다.
파이낸셜뉴스 강재웅 기자 부인인 배수현씨도 "매년 남편과 함께 기자협회 축구대회를 참석하는데 올해 대회에는 가족도 참여할 수 있는 행사가 마련돼 즐거웠다"며 "6살인 첫째 딸 윤아도 함께 이벤트에 참가해 더욱 기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