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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뷰징 넘치고 큐레이션 콘텐츠는 홍수…저널리즘 혁신의 현주소"

기자협회 '저널리즘 혁신' 토론회
최진순 한국경제신문 기자 발제

김달아 기자  2016.04.13 12: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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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자협회가 주최하고 한국언론진흥재단이 후원한 ‘저널리즘과 혁신:성찰적 진단 및 과제’ 토론회가 지난 8일 오후 서울 시민청 태평홀에서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저널리즘 복원을 위한 기자협회의 연속 토론회 중 첫 번째로 마련됐다.


원용진 서강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가 진행한 토론회에서 최진순 한국경제신문 기자(건국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 겸임교수)는 ‘저널리즘 혁신의 과제’ 주제로 발제했다. 그는 “성찰은 저널리즘 혁신의 시작”이라며 “교양의 시민을 발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기자는 “지난 세기 정보독점시대 언론사는 70%대의 높은 시청률과 수백만부의 발행부수처럼 해가지지 않는 ‘질주의 시대’였다”며 “그러나 디지털은 언론의 질주를 멈추게 하고 있다. 디지털 문명은 독자가 의존해 왔던 전통매체가 더 이상 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 기자는 “디지털 환경에선 점점 더 다양한 지식과 의견을 필요로 한다. 누군가에게는 잔디 깎는 일이나 정원 가꾸기가 어떤 소식보다 중요한 주제가 될 수 있다”며 “저널리즘이 냉혹한 시험대에 올라와 있는 이 시대, 기자와 언론은 자신의 가치와 품격을 사회에 어떻게 보여줘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디지털 대변화 속에서 한국 전통매체도 혁신하고 있지만 아직은 미완의 상태라고 평가했다. 카드뉴스, 짧은 영상 등 큐레이션 콘텐츠가 범람 수준으로 치달으면서 언론사 간 차별성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 언론의 가장 큰 문제로 ‘과정으로서의 뉴스’가 아닌 ‘결과물로서의 뉴스’에만 치중한 것을 꼬집기도 했다.


최 기자는 “복제나 어뷰징같은 부작용이 만연하고 독자와 소통 없이 일방적인 결과물을 만들었다”며 “커뮤니티 구축, 독자와의 신뢰형성, 팬덤이나 애착 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아직도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저널리즘의 원칙을 지키는 헌신이 필요하다. 저널리즘은 아직 전통매체만이 가능한 비범한 밑천”이라며 “디지털의 옷을 입히는 정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무엇보다 합리적이고 일관된 지혜와 비판을 담금질한 뉴스로 나타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기자는 “이제 언론은 ‘혁신의 혁신’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지금까지 해온 것에 대한 냉엄한 진단을 해야 하며 성찰의 효과를 위해 양식과 품격을 갖춘 독자, 시민사회에 최소한 물어보고 혁신의 길을 떠나야 한다”며 “신뢰의 혁신을 위한 성찰, 독자와의 느슨한 관계를 애착 관계로 전환하는 관계의 혁신, 저널리즘의 가치를 사회적으로 확산하기 위한 사회적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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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뉴스 있으면 독자는 어디서든 찾아온다”
토론자들이 말하는 미디어혁신


지난 8일 기자협회 주최 ‘저널리즘과 혁신’ 토론회에서 권영인 SBS 뉴미디어실 스브스뉴스팀장, 권호 중앙일보 디지털제작실 디지털제작팀장, 김성해 대구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김익현 지디넷코리아 미디어연구소장, 박대용 뉴스타파 뉴미디어팀장, 최민영 경향신문 미래기획팀 차장은 미디어 혁신의 실체와 전망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김익현 지디넷코리아 소장은 “독자와의 소통은 중요하지만 기자가 독자를 찾아가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막연하게 소통을 강조하기보다 기자들이 전문성을 갖추고 독자가 직접 따라오게 하는 접근이 더욱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김 소장은 “그동안 언론사에서 ‘혁신’이라는 말을 너무 쉽게 썼다. 혁신을 과학기술 중심으로 오해하고 있다. 혁신의 출발은 언론의 잘못된 관행을 바꾸고 저널리즘의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며 “독자들은 모바일, 웹, 신문·방송 순서로 뉴스를 접하는데, 언론사의 매출은 정반대로 이뤄진다. 이런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디지털 변신이나 혁신에는 많은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권영인 SBS 팀장은 “저널리즘이라는 신뢰와 가치를 디지털 시대에도 구현해야 한다는 데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거대 포털을 통해 뉴스를 유통하는 한국의 미디어 환경 속에서 그 기대만큼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언론사, 기자 개인의 브랜딩이 어려운 생태계지만 언론사가 기사 전달 이상의 기능, 저널리즘 가치를 지킨다는 인식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권 팀장은 “뉴욕타임스 보고서처럼 편집된 형태의 혁신을 해야 한다는 강박감이 있는 것 같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보고서가 아니라 스타트업 정신”이라며 “언론 자체가 플랫폼이었던 시절이 끝나고 있다. 독자·시청자와 단절된 네트워크를 복원하는 게 가장 큰 고민”이라고 전했다.


권호 중앙일보 팀장은 지난해 자사가 발간한 혁신보고서를 언급했다. 권 팀장은 “편집국과 디지털 부문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보자는 취지에서 혁신보고서를 준비했다”며 “전통 미디어의 강점인 특종, 깊이 있는 기사를 어떻게 하면 눈에 띄게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 이런 시도가 축적되면 디지털 세계에서도 영향력이 전이되고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


권 팀장은 “지난해 말 이석우 카카오 대표를 디지털기획실장으로 영입하면서 내부 조직개편의 일원으로 디지털전문 인력을 채용하고 있다”며 “이미 개발자, 디자이너와 함께 일하고 있다. 처음엔 걱정도 했지만 막상 일 해보니 재미있다. 혁신도 비슷하지 않을까. 어려운 만큼 고민도 많겠지만 일단 가보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박대용 뉴스타파 팀장은 “언론에 대한 신뢰가 예전 같지 않아 독자·시청자와의 관계를 만드는 게 어렵다. 현실적으로 이들보다 광고주의 목소리가 더 크지 않느냐”면서 “오리지널 정보를 확보하고 알리는 것이 저널리즘을 복원하는 해법이다. 저널리스트라면 콘텐츠 유통보다 데이터나 정보를 어떻게 확보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박 팀장은 “최근엔 (혁신에 대한 논의가) 논의를 위한 논의로 흐르고 있다는 느낌이 있다. 저널리즘 기본 논의를 외면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생각도 든다”며 “저널리스트는 데이터나 정보를 어떻게 확보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콘텐츠 유통이나 수익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독자와의 관계는 사라질 것”이라고 단언했다.


최민영 경향신문 차장은 “디지털 저널리즘은 민주주의, 포퓰리즘, 투명성 등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들과 반대되는 키워드는 권위주의, 위기사회, 엘리트주의인데 언론사들은 여기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디지털은 완전히 다른 패러다임, 문화혁명이다. (하지만 우리 언론은) VR을 액세서리처럼 다루는 등 (디지털) 흉내만 내고 있다. 언론사는 지금처럼 큰 조직을 유지하기 힘들 것이다. 3~4년 후 거대한 구조조정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최 차장은 “밀레니얼 이후 세대는 ‘셀카를 물고 태어났다’고 할 정도로 나르시시즘과 참여 욕구가 강한 사람들이다. 이들이 기존 언론사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알아야 한다”며 “이제 언론사의 역할은 독자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성해 대구대 교수는 “저널리스트는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독자의 눈높이에서 전달해야 한다”며 “독자 친화적 콘텐츠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본질은 차별화된 콘텐츠다. 실체적 진실을 보여주면 사람들은 그 뉴스를 찾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김 교수는 “국내 언론은 트래픽이나 판촉에만 치중하면서 전문성과 독립성, 대중성까지 놓치고 있다”며 “전통매체는 사라지겠지만 저널리즘이라는 본질은 변하지 않고 오히려 더 중요해질 것이다. 저널리스트는 이를 잊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