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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만의 아픔으로 남겨둬선 안돼"

세월호 영화 '업사이드다운' 김동빈 감독

이진우 기자  2016.04.13 12:2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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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새끼는 차디찬 물속에 있는데눈이 퉁퉁 부은 어머니는 딸아이의 이름이 적힌 이름표를 부여잡으며 울부짖었다. 가족들의 얼굴 뒤엔 슬픔이 가득했다. 지난 2014416일 당시 세월호에는 꽃도 피지 못한 단원고 학생들을 포함한 476명의 사람들이 탑승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849분부터 점차 기울던 배 속에서 나가야하는 순간임을 직감했지만 기다리라는 선장의 지시를 믿고 있다 비극을 맞았다. 295명이 시신으로 돌아왔고 9명은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기자협회보는 사고 2주기를 맞아 8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오는 14일 개봉하는 영화 업사이드다운의 김동빈 감독을 만났다. 재미교포 출신의 김 감독은 세월호 사건에 담긴 우리 사회의 고질적 병폐를 밝히기 위해 한국에 들어와 다큐멘터리 제작에 뛰어들었다. 불가능할 것 같았던 그의 도전은 기적적으로 스크린에 담겼다 

 

-개봉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느낌이 어떤가.

"한국에서 다큐멘터리 영화를 하는 건 힘든 일이다. 특히 세월호는 단어 자체에 부정적인 인식이 생긴 상태인데다, 문화적 요소도 닫혀있어 개봉을 앞두고 걱정도 든다."

 

-‘업사이드 다운제목의 의미는?

"영어로 upside down'뒤집혔다'는 뜻인데, 보통 사람들은 배가 뒤집힌 걸 형상화한 걸로 생각한다. 하지만 배보다는 참사가 일어난 데 대해 사회와 언론의 역할이 상식적이지 못한 부분을 꼬집은 의미이다. 먼저 큰 오보가 있었다. 급하게 정보를 받으면 물론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취재과정이나 태도가 상식적이지 못했다. 피해자는 배제되고 정보를 빨리 얻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보도가 된 것 같다."

 

-어떻게 제작을 하게 됐나.

"처음 CNN 등 속보를 통해 뉴스를 접했다. 무슨 일인가 싶어 한국 뉴스를 온라인으로 찾아봤는데 전원 구조됐다는 말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런데 조금 있으니 오보였다. 내가 본 장면이 사람들이 죽어가는 모습이었다고 생각하니 충격적이고 분노가 치밀었다. 미국에서는 언론 사회에서 어디까지 생방송을 보여줘야 하는지 토론이 일상화돼있다. 자극적인 장면을 공익적으로 보여줘야 하는지, 모자이크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다. 이런 이슈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필요해보인다."

 

-제작비 등 과정이 쉽지 않았을 텐데.

"사고가 난 이후 420일부터 23일까지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모금을 했다. 3일 동안 80여명의 시민들이 모였고, 그 중 20~25명의 재능기부로 제작을 하게 됐다. 그 중엔 실제 방송, 영상과 관련한 전문 인력은 거의 없었다. 직장인이나 중학생 등 각계각층의 시민들이 한 마음으로 모여 스스로 기부를 하는 방식으로 제작에 참여했다. 이후 6월에 미국에서는 3차례의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제작비를 충당했고, 최근에는 소셜펀치 사이트에서 2700만원 가량을 모금해 배급도 준비했다. 지금까지 1000여명의 시민들이 모금에 참여했고 이들의 힘으로 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

    

-유가족을 취재하기 어려웠을 텐데.

"처음부터 촬영하지 않았다. 자원봉사 하듯이 필요한 물품이 있거나 살게 있으면 돕고 관찰자의 입장에서 지켜봤다. 농성장에는 수많은 취재진이 왔지만 정작 부모님들의 이야기를 담은 언론사는 거의 없었다. 100일째 되는 날 12일 동안 안산에서 서울까지 걸어가는 행사가 있었는데, 그때부터 부모님께서 밥도 챙겨주시고 마음을 열어주셨다. 이들과 교감을 하면서 이야기를 듣고 내가 꼭 담아야겠다는 생각이 확고해졌다. 한국에 들어오기 전 미국에서 관련 분야 학자를 만나 인터뷰를 했는데, 그분께서 하신 말씀이 취재에 도움이 됐다. 바로 피해자들과 피해자 가족들을 접할 때 교감이 중요하고 동시에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내가 봤을 때 세월호 보도는 정보만 우선시되고 교감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촬영 당시 가장 힘들었던 점.

"유가족을 인터뷰할 때 갑자기 눈물을 흘리시거나 표정 변화가 다양하신 걸 보고 슬펐다. 아이의 장래희망에 대해서 얘기를 하던 중 아버지가 요리사 자격증이 있어서 아이가 요리사를 꿈꿨나봐요라고 했더니 갑자기 밝아지는 표정을 보며, 이분들이 겪고 있는 아픔이 이야기하는 와중에도 종종 드러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또 유가족들에 대한 주변의 공개적인 비난들, 거리에서 차가 밀치고 들어오는 경우, 대놓고 욕설을 하거나 경적을 계속 울리며 가는 분 등을 지켜보며 힘겨웠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아직 알려진 게 없기 때문에 알려달라고 말하는 게 당연한건데 왜 주변에서 당사자를 적으로 만들고 반정부론자라고 치부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돈 줄테니 조용히 해처럼 이 사회가 너무 경제논리로만 돌아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살기 팍팍해 사람의 존엄성이나 민주적인 가치를 국민이 체감하거나 공유하는 시간이 부족한 것 같다. 메르스 사태때도 질병 대응을 경제 부처에 대응하라고 지시하지 않았나. 아픔을 공감하고 공유하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영화에는 4명의 아버지가 등장한다. 아버지를 섭외하게 된 이유는.

"미국에 있을 때 아버지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다고 혼자 고민하다가 국회에 와서 같이 농성하면서 확신이 들었다. 영화 자체를 최대한 덜 감정적으로 담고 싶었다. 세월호가 밝혀진 게 거의 없는 만큼, 감정해소로 끝나는 게 아니라 같이 생각해볼 수 있는 이성적인 걸 만들고 싶었다. 처음에 팀원들과 이야기를 할 때도 세월호를 통해서 가족들만의 아픔이 아니고 우리 사회를 뒤돌아볼 수 있는 걸 만들어보자고 생각했다. 사회가 갖고 있는, 사람을 존중하지 않는 풍토, 왜 피해자들이 적대시당하는 지에 대해, 그리고 왜 이들이 거리로 내몰리게 됐는지 담고 싶었다."

 

-우리 언론과 미국 언론의 차이가 있다면.

"유럽에서는 언론이 아직도 공정해야한다는 입장이지만 미국은 10년전부터 그러지 않아도 된다. 한 정치 정당의 편을 들어도 된다고 바뀌었다. 진보정당을 항상 옹호한다든지, 보수지들은 보수입장만 다룬다. 독자가 원하는 성향이 있기 때문에 선택의 자유에 맡기면 되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고 생각한다. 반면 한국의 언론은 모두가 우린 공정해하면서 편향돼있다. 미국은 편향돼있는 만큼 서로 견제를 하고 서로 싸우고 팩트체크를 철저히 한다. 하지만 한국 언론은 한쪽만 한꺼번에 몰고 간다. 언론사들은 진실을 감추거나 과장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국민들은 다양한 관점에서 다양한 매체를 접하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기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미국에서 1970년대에 어떤 기자가 조폭 취재를 하던 중 청부살해를 당한 적이 있다. 이후 전국의 있는 기자들이 일제히 모여서 그 두목에 대한 비리나 범죄를 파헤치고 기사를 쓰고 법정에 세웠다. “한명은 막아도 다 막진 못한다는 진리를 보여준 사건이었다. 이제 우리는 언론 역할에 대한 본질을 다함께 생각해야할 때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