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열, 국제, 편집, 문화부. 내근이거나 상대적으로 외부 취재활동이 적은 부서다. 아직도 이곳의 부장은 여성기자의 몫이라는 인식이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남성의 영역’이자 뉴스룸의 주요 보직으로 꼽히는 정치, 사회, 경제부장, 국장 자리에서 활약하는 여기자들을 쉽게 마주할 수 있게 됐다.
박정임 경기일보 경제부장은 경기지역 주요 언론에서 유일한 ‘여성 필드 데스크’다. 그가 1989년 입사할 당시 경기 언론계에서 여기자는 4명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내근부서나 문화부에 배치될 뿐이었다. 박 부장도 문화부를 오래 맡아오다 지난 2007년에서야 경제부장이 됐다. 지역 최초의 여성 경제부장이었다.
박 부장은 “입사 이후 여기자들은 점점 늘어났지만 결혼이나 출산, 육아 때문에 그만두는 일이 많았다. 그땐 기자뿐 아니라 사회적 분위기가 그랬다”며 “밤낮없이 일하는 기자와 가정생활을 병행하면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여성부장들은 언론사 정치, 경제, 사회부(정경사)가 남성의 영역으로 굳어진 건 “여성이 육아 등 가사를 전담해야 한다는 인식과 여성을 못 미더워하던 사회 분위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뉴스룸에서 높은 직책에 오르면 기자 업무 외적인 일도 맡게 되는데, 이때 남성이 더 높은 책임감과 충성심을 보이리라 기대한다는 것이다.
취재원이나 언론사 경영진 때문에 이런 인식이 고착됐다는 의견도 있다. 정경사의 주요 취재원인 정치인이나 경찰, 고위 공무원에 남성이 많은 데다 인사권을 쥔 경영진도 남성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또 경직된 상명하복을 강조했던 언론계 문화나 여성기자 수 자체가 적다는 것도 이유로 꼽혔다.
하지만 이들은 뉴스룸의 남성 중심 분위기가 서서히 바뀌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제주지역 유일한 여성 경제 데스크인 고미 제민일보 부국장은 “당시엔 육아휴직제도가 없어 출산 후 100일 만에 사회부에 복귀했다”며 “마침 남편이 서울로 전근을 가 새벽에 화재나 사건이 터지면 갓난아기를 이불에 싸안고 현장으로 뛰었다. 당직 경찰팀이나 의경들에게 아이를 맡기고 취재하러 간 적도 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육아휴직도 자리 잡은 편이고 여기자를 바라보는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회식이나 취재 문화에 변화가 일면서 더 많은 여성부장이 필드에서 활약할 수 있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실제 언론계에서는 퇴근 후 늦은 새벽까지 이어지는 ‘마시고 죽자’식의 음주 문화나, ‘무조건 참석하라’고 강요하는 회식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 취재원과는 저녁에 만나 술을 마시는 대신 점심에 커피나 차를 나눈다.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의사소통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언론계 스스로 남성 중심 사고를 탈피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송현숙 경향신문 정책사회부장은 “과거에는 여성을 열외 취급하는 남성 중심적 문화 속에서 큰 문제의식 없이 살아왔다”며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사회 전반적으로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또 송 부장은 “사회적으로 여성을 차별하면 안 된다고 말하는 언론이 내부에서 여성을 차별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며 “아직도 일부 언론사에선 여성의 육아휴직이 어렵다고 한다. 이 문제에 대해선 공동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여성 부장은 “그동안 정치, 경제, 사회부장을 맡았던 여기자가 많지 않아 과연 내가 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이 들었다”며 “예전보다 수가 늘어난 만큼 여기자들의 목소리도 많이 반영되고 있다. 이제 여성 정치부장은 자연스러운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서히 금이 가는 ‘유리 천장’에 대비해 여성기자 스스로 준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경남지역 첫 여성 편집국장인 이수경 경남도민일보 국장은 “제가 국장이 된 건 ‘여기자라면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며 “이 길을 가고 싶은 후배들은 언제든 도전하길 바란다. 대신 ‘언제 어디에 내놔도 잘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철저한 준비와 자신감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