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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쑥 크는 동영상 시장…느릿느릿 콘텐츠 제작

모바일시대 동영상 대세에도 언론사 대응은 '제자리 걸음'
콘텐츠 기획·개발 더디고 젊은 기자들 제작의지 꺾어
재가공 동영상 콘텐츠 공유 회사 차원 독려 필요 목소리
SBS, 유튜브 전용콘텐츠 제작...동영상 시장 선점 위해 안간힘

이진우 기자  2016.03.09 14: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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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은 네티즌한테 배워야 한단 생각이 들곤 해요.” 한 일간지 4년차 A기자는 최근 필리버스터 관련 보도를 보고 아쉬움이 컸다고 한다. SNS를 통해 떠들썩하게 주목을 받던 이슈였지만 주요 매체들이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네티즌들은 의원들의 인상적인 발언이나 장면을 모아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고 온라인에 공유하는 등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SNS에서는 이를 두고 TV예능프로그램을 빗대 ‘마이국회텔레비전(마국텔)’으로 부르기도 했다. A기자는 “시민들이 만든 보도물을 보면 허를 찌르는 의미가 내포될 때가 많아 부끄러울 때가 있다”며 “커다란 이슈가 생길 때 언론사들이 앞장서서 참신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동영상, 지면·TV뉴스 압도
포털과 SNS에서 소비되는 동영상 뉴스가 지면과 TV뉴스를 압도하고 있지만 언론사들은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단 지적이 나온다. 시민들은 평범한 직장인에서 1인 제작자로 변신해 유튜브를 통해 톡톡 튀는 콘텐츠를 선보이며 스타로 발돋음하기도 한다. 유튜브에서만 100만명 이상의 고정 팬을 확보한 사람도 눈에 띈다. 예전엔 주로 게임이나 뷰티, 요리, 미용, 어학 등의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일만한 가벼운 소재를 다뤘지만, 최근엔 정치, 사회, 경제, IT 등 뉴스 보도로 나가도 손색없을 만한 이슈를 파헤치기도 한다. 개성과 끼로 넘쳐나는 1인 제작자들이 동영상 콘텐츠 시장의 블루칩으로 떠오르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까지 유튜브에 꾸준히 IT 정보와 관련한 정보를 제공해온 직장인 B씨는 “공중파나 종편에서 다루지 못한 경제 이슈를 유튜브에서 소화하면 즉각적인 피드백이 가능해 파급력이 크다”며 “잘나가는 유튜버는 한달에 5000만원 이상을 벌기도 한다”고 밝혔다.


언론사 관계자들은 동영상 콘텐츠의 중요성을 그 누구보다 강조한다. 모바일 체제가 일반화되면서 동영상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디지털의 파급력이 거대해졌고 이는 광고 수익으로 직결되기 때문. TV로 송출된 것과 같은 콘텐츠여도 디지털에서는 장면마다, 코너마다 짧게 편집돼 있기 때문에 골라보기가 가능하다. 즉 방송에서는 광고 회피가 용이하고 타깃팅이 모호해 광고효과가 떨어지지만, 디지털에서는 개인이 자발적으로 접근한 만큼 몰입도가 높아 광고 효과가 크다. 또 누가 어떤 기사를 얼마나 봤는지 빅데이터 분석이 가능해 ‘타깃 맞춤형 광고’가 용이하다. 기업들이 디지털 동영상의 앞과 뒷부분에 광고를 내고 TV의 5~10배의 비용을 지출하고 있는 이유다.


한 일간지의 5년차 기자는 “IT쪽에 관심이 있다 보니 유튜브에서 그와 관련한 영상을 자주 찾아봤는데, 이후에 IT와 관련한 광고가 저절로 붙는 것을 보고 신기했다”며 “언론사들도 방송리포트를 따로 디지털용으로 재가공해 서비스하는 방법을 찾아야 지금의 어려운 시기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현실적인 장벽에 우는 기자들
젊은 기자들은 디지털 혁신을 제대로 하기에는 현실적인 장벽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기자들은 부족한 인력 속에서 쏟아지는 업무를 소화하느라 추가로 콘텐츠를 도모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특히 디지털퍼스트 강화로 지면기사나 방송리포트와 더불어 온라인기사를 출고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또 다른 포맷의 기사를 제작하라고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한 일간지 온라인 부서의 9년차 기자는 “따로 SNS팀을 꾸렸지만 그마저도 인력이 부족해 페이스북에 유통되는 카드뉴스나 지면기사를 맡는 것만 해도 버거운 실정”이라며 “아예 팀마저 없는 다른 언론사들에게 (추가로 동영상까지 제작 관리하라는 건) 꿈도 꾸지 못할 일이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제작 의지가 있어도 눈치를 봐야하는 분위기가 혁신에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SNS에 능한 젊은 기자들은 동영상 콘텐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개인 시간을 할애해 제작을 하려고 애를 쓰지만 내부에서는 ‘튀는 행동’으로 보고 좋지 못한 시선을 보낸다는 것. 이들은 ‘지면이 최고’라고 여기는 데스크들이 동영상 콘텐츠와 관련한 아이템을 킬해 답답할 때가 많다고 하소연한다.


한 4년차 경제방송사의 기자는 “아이템 선정이 되지 않거나 편집이 미흡하게 된 동영상을 모아서 온라인에 활용하는 것도 좋단 생각에 몇 번 시도해보려고 했지만, 내부 선배들이 ‘원래 하던 일이나 잘해라’란 식으로 반응해 의지가 꺾인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5년차 일간지 기자도 “온라인 데스크를 찾아가 직접 만든 동영상 콘텐츠를 보여줬지만, 기존의 디퍼기사와 카드뉴스 등을 소화하느라 급급해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다”며 “디지털과 관련한 행사에 찾아가 박스기사와 사진 몇장 올리는 게 과연 진정한 디지털 혁신인지 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개인 콘텐츠 독려하는 국내외 언론사들
한 매체에 소속된 기자로서 개인 콘텐츠를 유통하는 게 자유롭지 않은 점도 문제로 거론된다. 한 방송사의 기자는 “유튜브든 페이스북이든 기자의 이름을 걸고 영상을 공유하는 것이기 때문에 회사에서 문제를 제기하면 어쩔 수 없이 내릴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며 “회사 차원에서 독려를 해야 기자들이 적극적으로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미국의 전문매체 기자들은 이미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기사에 못 담은 이야기나 취재 후기 등을 상세히 제공하며 큰 반응을 얻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의 기자들은 블로그나 페이스북, 유튜브 등을 통해 재가공한 동영상 콘텐츠를 자유롭게 제작·공유하고 있다. 언론사들은 유튜브에 기자들이 콘텐츠를 올릴 수 있도록 별도의 창을 두고 있다.


국내에서는 드물지만 동영상 콘텐츠 개발을 독려하는 언론사들의 움직임도 눈여겨볼 만하다.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은 지난해부터 동영상 콘텐츠를 강조하며 내부 기자들을 상대로 유튜브 활성화 방안 등을 제시하도록 지시한 바 있다. 현재 온라인 부서에서는 5명의 동영상팀을 별도로 두고 온라인에 적합한 재미있는 기사를 꾸준히 생산하고 있다. 대부분 일상생활에서 궁금해할만한 소재를 쉽게 설명해주는 기사가 많다.


SBS도 유튜브 전용 콘텐츠인 ‘익스플레인드(Explained)’를 만드는 등 디지털 동영상 시장의 선점을 위해 안간힘이다. 익스플레인드는 대부분 4분 남짓의 짧은 동영상 기사로, 방송리포트에서 소화하지 못한 아이템을 모아 쉽게 설명해주는 콘텐츠이다. SBS의 한 기자는 “다른 매체에 비해 CG 등의 기술적인 부분이 체계적이고 전문화돼 반응도 좋다”며 “TV나 신문으로 정보를 얻는 시기는 이미 예전에 끝났다. 블로그나 기타 SNS등에 올라온 동영상을 통해 정보를 습득하는 시대가 온 만큼 언론사의 체계적인 교육과 인식 전환, 환경 조성 등의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