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일 근무요? 꿈같은 이야기죠. 일주일에 하루라도 맘 놓고 쉴 수 있는 날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한 중소 경제매체의 A기자는 일주일에 6일을 근무한다. 공식적인 휴일은 토요일 단 하루지만 그마저도 온전히 쉴 수 없다. 월요일자로 나갈 기사 발제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토요일에 발제할 아이템을 미리 찾아 놓으면 좋겠지만, 하루하루 바쁘게 마감하느라 그러지 못할 때가 많아요. 휴일 아침부터 전전긍긍하며 머리를 쥐어짜느라 단 하루도 쉴 수 없어요. 일주일 내내 일하는 셈이에요.” A기자는 하소연했다.
12년 전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시행된 ‘주 5일제’는 이제 우리 사회에 보편화 됐다. 주요 언론사 대부분도 주 5일 근무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일부 언론사의 정치부나 사회부, 중소·신생매체의 경우 ‘주 5일’은 아직도 남의 나라 이야기다.
한 달에 3번 주 6일 근무를 한다는 한 종편기자는 “일주일에 하루만 휴무이다 보니 그날은 말 그대로 쉬기 바빠 집에만 있는 경우가 많다. 친구들을 만나기도 힘들다”며 “영어공부나 운동을 꾸준히 하고 싶지만 근무표에 따라 토, 일 번갈아가며 쉬기 때문에 고정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토로했다.
기자들은 일주일에 한 번인 휴일도 맘 놓고 쉴 수 없다. 시도때도 없이 울리는 회사 카톡방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어서다. 방송사 3년차 기자는 “이날만큼은 카톡을 보고 싶지 않지만 선배들 눈치가 보여 어쩔 수 없다”며 “출입처에서 사건이 터지거나 물을 먹기라도 하면 휴일을 커녕 다시 ‘업무모드’로 돌입해야 한다”고 털어놨다.
온라인 강조 흐름 탓에 업무가 가중돼 결국 휴일에도 일할 수밖에 없다는 불만도 나온다. 한 경제지 기자는 “주중엔 통신사 기자처럼 실시간으로 온라인 기사를 써야 하고 여기에 취재를 더해 지면용 기사를 완성해야 한다”며 “휴일에도 재택근무하면서 온라인용이나 지면 기사를 쓰지만 당직자처럼 회사에 나와 근무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당도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한 종편 기자는 “우리 회사는 휴일근무수당이 잘 나오는 편”이라면서도 “일주일에 하루만 쉴 때가 많다 보니 쉽게 지친다. 차라리 수당을 받지 않고, 내 돈을 내고서라도 주 5일 근무를 보장받고 싶다”고 강조했다.
주 6일 근무가 기자 한 명의 삶의 질 뿐 아니라 기사의 질도 떨어뜨린다는 주장도 있다. 종합일간지 4년차 기자는 “격주로 주 6일 근무를 하는데 이때마다 몸이 축나는 느낌”이라며 “충분한 휴식이 있어야 좋은 발제도 할 텐데 주 6일 일하면 당장 ‘내일 뭐 쓸까’라는 생각 때문에 마음이 조급해진다. 느린 호흡으로 취재해야 하는 기사는 손도 못 대고 베껴 쓰기나 단발성 보도를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기자들은 ‘주 5일’ 문화가 정착되려면 늘어나는 업무에 따른 충분한 인력 보충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또 ‘기자는 밤낮이나 주말 없이 일해야 한다’는 고참 선배들의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한 사회부 기자는 “동료 기자가 휴일에 어렵게 시간을 내 여행을 다녀왔는데 부장이 부정적으로 말하면서 눈치를 줬다고 하더라. 휴일에 맘대로 쉬지도 못하는 분위기”라며 “이런 인식부터 바뀌지 않는다면 지금의 문제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종합지 20년차 기자는 “기자라면 주말, 밤낮 따지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하지만 개인과 기자 일을 분리하려는 젊은 후배들과 종종 마찰을 빚기도 한다”며 “인식차가 한순간에 좁혀지긴 힘들겠지만 선후배가 함께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