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권 한겨레 편집국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 투표가 부결됐다. 정재권 후보자는 3일 재적인원 229명 중 186명이 참여한 투표에서 찬성 91표, 반대 92표로 과반수의 찬성을 얻지 못했다. 무효는 3표, 투표율은 81.2%였다.
정재권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 부결은 정영무 사장의 리더십에 대한 기자들의 시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한겨레에서는 젊은 기자들을 중심으로 정영무 사장의 경영에 대한 문제제기가 지속적으로 있었다. 최근에는 CMS 개발이 차질을 빚으면서 노조가 노보를 통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편집인이 이에 대해 사과를 한 적이 있다.
투표 전날인 2일 정영무 사장이 5~10명 안팎의 기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지지를 당부한 것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끼쳤다는 주장도 있다. 투표 당일 이 사실이 알려지자 노조는 편집권 독립을 훼손한 선거개입 아니냐며 문제를 제기했고 사측은 대표이사 인사추천권 행사의 연장이라며 선거개입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에 투표관리위원회는 당일 오후 편집국장 임명동의 규정에 투표관리와 관련한 실무규정만 있고, 투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위에 대한 제재규정이 없다며 어떤 조처를 내릴 권한이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일부 구성원들은 이러한 사실이 투표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0월까지 전략기획실장을 맡았던 후보자를 편집국장으로 임명한 것도 도마에 올랐다. 노조는 지난달 29일 노보에서 “전략기획실장을 후보자로 지명한 행위 자체가 편집권 독립의 훼손일 수 있다”며 “임명동의 투표는 변형된 직선제로, 편집국 구성원들에게 후보자의 자질을 판단하는 책무와 권리를 준 것인데 그 취지를 거스르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한겨레 한 기자는 “이번 임명동의 투표는 전반적으로 사장 신임여부와 관련성을 부인하기 어렵다”면서 “정재권 후보자의 능력과 사장의 신임 투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말했다.
한겨레에서 편집국장 후보자의 임명동의 투표가 부결된 사례는 2007년 편집국장 후보자로 지명된 곽병찬 당시 논설위원 이후 처음이다. 한겨레는 당시 정태기 사장의 오귀환 편집국장 전격 경질에 반발해 곽병찬 후보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보다는 정태기 사장에 대한 신임을 묻는 형식의 임명동의 투표를 했다.
한편 편집국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가 부결될 경우 대표이사는 2주 내에 새로운 편집국장을 임명해 동의 여부를 요청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