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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소조항 등 쟁점 어물쩍 넘어가
사실만 전달, 검증·질문 부족해

신문·지상파 3사 필리버스터 보도 분석

최승영·강아영 기자  2016.03.02 14:2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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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버스터 신문 기사량
6일간 평균 2.9건,

한겨레 6.2건 최다

사설 극명한 대조
필리버스터 가치 주목
테러 위협 증가 강조

리포트 내용 뜯어보니
여야 주장 기계적 배치
쟁점 다룬 JTBC와 대조적



[신문보도]

테러방지법 통과를 막기 위한 야당의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은 지난 일주일간 온라인을 떠들썩하게 만든 핫이슈였다. 필리버스터 릴레이 누리집과 SNS에서는 수많은 시민들이 의견을 교환했고 국회방송과 팩트TV, 오마이TV 등 필리버스터를 실시간으로 생중계한 방송 채널들은 쏠쏠한 시청률을 맛봤다. 그러나 주요 종합일간지에서 테러방지법과 필리버스터 기사는 그만큼의 핫이슈는 아니었다.


기자협회보가 테러방지법과 필리버스터 기사가 나온 지난달 24일부터 지난 1일까지 6일치의 종합일간지를 분석한 결과 종합일간지들은 하루 평균 2.9건의 기사를 내보냈다. 언론사별로 살펴보면 경향신문 4.7건, 국민일보 2.5건, 동아일보 2.2건, 서울신문 1.2건, 세계일보 2.5건, 조선일보 2.7건, 중앙일보 1.8건, 한겨레 6.2건, 한국일보 2.8건이었다. 가장 많은 기사를 내보낸 한겨레와 가장 적은 기사를 내보낸 서울신문은 하루 평균 5건의 큰 차이를 보였다.


사설에서도 언론사들의 온도차가 컸다. 6일 동안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는 4~5건의 관련 사설을 내보냈지만 국민일보, 동아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는 2건에 그쳤다. 내용도 판이했다. 필리버스터가 참여·소통·민주주의의 가치를 일깨웠다는 진보 신문과 달리 보수 신문은 테러를 당해 봐야 정신을 차리겠느냐며 야당을 비판하는 논조의 사설을 실었다.


종합일간지에서는 테러방지법의 독소조항이나 쟁점을 다룬 기사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한겨레만이 테러방지법 부칙 및 국가정보원의 법률 남용 가능성 등과 관련한 기사를 5건 보도했을 뿐 나머지 언론사에서는 쟁점 관련 기사가 1~2건에 불과했고 이마저도 테러방지법이 어떤 내용인지 소개하는 데 그치는 수준이었다. 동아일보는 아예 쟁점을 다룬 기사가 없었다.


필리버스터의 내용 또한 사라졌다. 세계 최장시간을 기록하는 등 며칠째 필리버스터가 이어졌지만 경향신문 한겨레 등 일부 언론을 제외하고 야당 의원들의 필리버스터 내용을 자세하게 소개한 언론사는 없었다. 나머지 언론사들은 기록 중심으로 필리버스터를 보도하거나 국회 본회의장에서 여야가 대치하는 모습 등을 묘사할 때 간략하게 필리버스터 내용을 언급할 뿐이었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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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3사 보도]

야당 국회의원들이 ‘테러방지법’에 반대해 필리버스터를 여드레 간 진행해 온 가운데 지상파 3사가 이 기간 관련보도에서 정부여당의 입장에 편중되거나 검증과 질문이 사라진 리포트를 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KBS와 MBC, SBS 등 지상파 3사가 필리버스터가 시작된 지난달 23일부터 29일까지 보도한 내용을 살펴보면 이들 방송사는 이 기간 매일 적게는 0건, 많게는 3건의 리포트를 각 사 메인뉴스를 통해 내보냈지만 상당수 보도는 정부여당의 입장에 힘을 싣는 모습이었다. 특히 KBS와 MBC 등 공영방송사에서 이런 행태가 도드라졌다.


KBS는 지난달 24일 ‘뉴스9’ ‘테러법 놓고 필리버스터 대치…與 “정치쇼 그만”’ 리포트에서, MBC는 지난달 25일 ‘뉴스데스크’ ‘25시간째 테러방지법 필리버스터, 여당 “정치적 쇼”’ 보도의 제목과 내용에서 야당의 행보에 대한 ‘사실’전달과 여당의 ‘주장’을 나란히 배치했다. KBS가 지난달 23일 보도한 ‘테러정보 수집·조사 권한 국정원 부여’리포트는 총선보도감시연대를 통해 “테러방지법 홍보 보도”라는 혹평을 받기도 했다. MBC는 지난달 25일 ‘野 “법안 수용 못 해” 與 “국민 볼모로 선거운동”’리포트에서 “새누리당은 노골적인 선거운동이라고 비판했고, 더불어민주당은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자평했다”면서 여당의 프레임으로 리포팅을 전하기도 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이 기간 테러방지법의 쟁점과 내용 등을 ‘검증’한 리포트가 사라졌다는 점이다. 언론시민단체를 통해 필리버스터 관련보도에서 ‘비교적 중립을 잘 취했다는 평가’를 받은 SBS 등도 야당 의원들의 비판 ‘내용’을 비교적 자세히 싣는 선에 머물렀을 정도다. KBS와 MBC는 “우리가 이 단상을 지키는 한 대테러방지법은 정부 여당안대로 통과시킬 수 없다”는 야당의원들의 발언 등을 전하면서 이들의 입장만을 보여줬다.


반면 ‘검증’과 ‘질문’은 지상파가 아닌 JTBC를 통해 이뤄졌다. JTBC ‘뉴스룸’은 지난달 24일 하루에만 무려 6건의 보도를 내는 등 테러방지법의 쟁점을 가장 구체적으로 전달했다. 김광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인터뷰해 야당이 주장하는 ‘내용’에 대해 문답했고, 정의화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의 근거로 삼은 비상사태의 진위여부를 확인하는 작업을 진행한 식이었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