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필리버스터 기사, 언론사별로 온도 차

테러방지법안 내용보다 정쟁에 초점 맞추기도

강아영 기자  2016.02.25 10:49:32

기사프린트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3당이 테러방지법 제정안의 본회의 처리를 막기 위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사흘째 이어가고 있다. 의원들은 법안이 국가정보원에 과도한 권한을 부여해 시민의 권리를 침해할 우려가 크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날 주요 일간지들은 필리버스터 관련 기사를 적게는 2건에서 많게는 10건까지 지면에 실었다.


필리버스터 관련 기사를 가장 많이 실은 신문은 한겨레였다. 한겨레는 1면 톱기사를 비롯해 2, 3, 4, 5면을 필리버스터 관련 기사로 할애했다.


한겨레는 국회 밖으로 번진 ‘시민 필리버스터’ 풍경과 테러방지법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 야당 의원들의 필리버스터 연설 내용 등을 다루면서 동시에 테러방지법 부칙과 정의화 의장의 직권상정 근거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또 국정원을 믿을 수 없는 이유, 과녁을 벗어난 테러방지법 등 법안의 내용과 향후 미칠 파장 등을 다각도로 다뤘다.


한겨레는 “테러방지법의 가장 큰 문제는 불법 행위에 대한 국회 등 외부의 감시와 견제는커녕 사실상 검찰도 손대지 못하는 국정원에 더욱 막강한 권한이 집중된다는 점”이라며 “이 법이 통과되면 국정원은 개인의 금융·통신정보는 물론 질병·전과 등 민감 정보까지 손쉽게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고 우려했다.
 
경향신문도 야3당의 필리버스터를 ‘국정원 공룡법’을 막기 위한 최후의 저항으로 평했다. 경향신문은 “의원들은 법안이 국정원에 과도한 권한을 부여해 시민 권리를 침해할 우려가 큰 ‘국정원 공룡법’이라는 의혹을 집중 제기했다”면서 “정치권 안팎에선 ‘야당 정치가 부활했다’는 반응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4면에서 필리버스터에 나선 야당 의원들의 발언 내용과 ‘시민 필리버스터’ 풍경을 관련 기사로 실었다.



한국일보는 4면에서 필리버스터 스케치와 여야의 대치 분위기를 전하는 기사와 함께 테러방지법안의 문제점을 다룬 기사를 실었다. 한국일보는 “테러방지법은 국정원이 법원의 영장 없이 언제든 특정인의 계좌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있다”며 “대공수사에 한해 법원의 허가를 받아 가능했던 휴대전화 감청도 테러 위험인물로 대상이 확대됐다. 문제는 법안에서 테러 위험인물의 범위(2조)가 너무 넓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필리버스터를 기록 경쟁으로 폄하하고 “통탄할 국회”라고 말한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을 주요하게 실은 신문도 있었다. 세계일보는 5면 톱기사 제목을 ‘야, 기록경쟁하듯 필리버스터…여 “그런다고 공천 받나”’로 뽑으며 필리버스터 기록에 치중하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했다.



조선일보 역시 6면에서 관련 기사를 ‘10시간18분, 9시간30분…기록 경쟁하듯 ‘필리버스터’’로 뽑으며 역시 토론 내용보다는 기록 중심의 기사를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1면 사이드기사에서 ‘北 노골적 위협…테러방지법 한시가 급한데 ‘필리버스터’로 이틀째 막고 있는 野’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으며 야당을 비판하는 내용의 기사를 싣기도 했다. 해당 기사에서 조선일보는 “북한이 전날 최고사령부 명의 성명을 통해 ‘청와대가 1차 타격 대상’이라고 위협했지만, 야당의 필리버스터로 테러방지법은 이날도 처리되지 못했다”면서 “이에 대해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40년 만에 도입된 필리버스터 첫 작품이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테러방지법 저지라고 하니 경악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야당의 필리버스터는 그 자체가 국민 안전에 대한 테러’라고 했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출범 3주년을 맞은 박근혜 정부를 평가하며 국회 입법이 마비됐다고 평가했다.


동아일보는 “24일 국회는 테러방지법 처리를 막기 위한 야당의 무제한 토론과 여당의 비난 속에 사실상 ‘올스톱(정지)’됐다”며 “발언을 신청하는 야당 의원은 계속 늘고 있다. 본회의장에서 몇 시간 동안 테러방지법 반대를 외친 의원들이 인터넷 포털 실시간 검색어 순위 1위에 오르는 등 주목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5면 관련기사를 통해서도 “토론자들의 이름이 모두 상위권에 오르자 필리버스터 신청이 급증했다”고 전했다.



필리버스터보다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을 주요하게 실은 신문도 있었다. 국민일보는 1면 사이드기사로 “자다 몇 번씩 깰 통탄스러운 일”이라는 박 대통령의 법안 지연 관련 발언을 전했다. 중앙일보도 2면 톱기사로 ‘박 대통령 “기가 막힌 일” 책상 10여 차례 쿵쿵 내리쳐’ 기사를 실으며 “박근혜 대통령은 24일 테러방지법안의 국회통과를 막기 위해 야당이 무제한 토론을 벌이고 있는 것과 관련해 ‘정말 그 어떤 나라에서도 있을 수 없는 기가 막힌 현상들’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테러방지법안의 쟁점을 소개한 신문은 몇 군데 없었다. 테러방지법의 내용을 다각도로 조명한 신문은 한겨레뿐이었고 그나마 쟁점을 간략하게 소개한 곳은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국일보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