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계속 전화가 오는데 나중에는 섬뜩하더라고요.” 한 일간지 A기자는 2년 전 일을 잊을 수 없다. 그는 경제부에 있을 당시 업체 비리를 밝혀내는 기사를 내보내다 협박에 시달렸다. 기사가 나간 후 해고된 간부의 측근이 앙심을 품고 하루에 수십통씩 욕설이 담긴 협박 메일을 보낸 것. A기자는 “오죽하면 ‘괜히 이런 기사를 썼나’란 생각이 들 정도로 스트레스가 많았다”며 “혹여 회사 앞에 찾아와 행패를 부릴까 무서워 항상 뒤를 보고 다니곤 했다”고 고백했다.
취재 중 곤욕을 겪는 기자들의 하소연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사회부 사스마리 기자들은 민감한 사건 사고를 취재할 때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기 일쑤다. 자살이나 강간 등 강력 범죄를 다루는 경우 사건 현장을 직접 취재하면서 정신적인 트라우마가 상당하다. 한 일간지의 5년차 기자는 “수습 시절 경찰서 마와리를 돌 때 또래 여성의 자살 사건을 취재한 적이 있는데 꿈에 종종 등장했다”며 “아직도 그때가 생생히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여기자들은 범죄자들의 위험한 표적이 될 우려도 있다. 12년차 방송사의 한 여기자는 “몇 년 전 강간살인범을 취재했는데 검거가 된 후 뉴스를 본 범인이 자꾸 저를 만나고 싶다고 지명해 소름이 돋았다”며 “물론 범인은 감옥에 수감돼있었지만 몇 달간 밤길도 무서웠고 불편한 기분을 떨칠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집회 시위 현장을 취재하는 기자들은 아찔한 상황에 자주 맞닥뜨린다. 때때로 물대포와 캡사이신과 같이 진압 과정에서 행해지는 무력이 기자들을 위험한 순간으로 몰고 가기도 한다. 지난해 11월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1차 민중총궐기 현장을 지켜본 한 시민은 “경찰이 생중계 중인 기자의 뒤통수에 물대포를 쏘는 것을 직접 봤다”며 “저러다 큰일이라도 벌어지면 어떨지 걱정이 됐다”고 했다. 크고 작은 몸싸움도 벌어진다. 한 방송사의 기자는 “카메라를 들이대면 감정이 격해져 몸으로 강하게 제지하고 밀치는 과정에서 안경이 부러지거나 신체적 부상을 입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했다.
경찰이 기자를 폭행하고 강제 연행해 논란이 된 경우도 있다. 지난해 9월 경찰의 캡사이신 최루액 살포와 해산 과정을 취재하던 한겨레신문 기자는 경찰에 목이 졸리고 무력으로 연행될 뻔 했다. 취재기자임을 거듭 밝혔지만 폭력이 행사된 것이다. 이날 경찰은 한겨레 기자 말고도 시위 도중 쓰러진 여성을 취재하던 민중의 소리 사진기자도 연행을 시도했다. 한 일간지의 정치부 기자는 “사회부에 있을 때 시위현장에 자주 갔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아찔한 순간이 많았다”며 “다행히 무사히 지나갔지만 전혀 보호가 되지 않는 취재 환경 속에서 후배들이 지금도 일을 하고 있단 생각하면 걱정이 든다”고 전했다.
전화 취재할 때 듣는 언어폭력도 기자들에게는 상처로 남는다. 최근 MBC 최기화 보도국장이 자사를 취재하는 미디어오늘 기자에게 “야, 이X새끼야” “싸가지 없는 새끼” 등의 욕설을 해 파문이 일었다. 언론노조가 사퇴를 요구하고 반발에 나서며 사태가 커지자 관련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전화한 한겨레 기자도 같은 내용의 욕설을 들었다. 한겨레의 한 기자는 “같은 언론사 기자끼리 욕설을 들었단 게 더욱 충격적인 일”이라며 “해당 기자뿐만 아니라 다른 내부 기자들도 적잖은 상처를 받은 분위기”라고 전했다. YTN의 한 기자는 “중계차에 올라가서 취재를 할 때면 ‘니가 기자냐 얼른 내려와라 기레기야’ ‘저 새끼’ 등의 욕을 자주 듣는다”며 “대응을 하면 더 상황이 커질까봐 그냥 모른 척 하고 삭히곤 한다”고 하소연했다. 한 경제방송사의 기자도 “증권기사를 본 투자자들이 ‘피해봤다’며 전화로 욕을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며 “어쩔 땐 소송을 걸겠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고 호소했다.
기자들은 정신적, 육체적 위험 부담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심리상담 등 정신적 스트레스에 대한 지원방안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 방송사의 기자는 “취재 도중 심한 일을 겪고 정신 상담을 원하는 선후배들을 종종 본다”며 “막상 받으려해도 1시간에 수십만원에 이르는 비용과 개인정보가 남는 것들을 우려해 그냥 참고 견디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한 일간지의 기자도 “종교단체 등이 회사 앞에 찾아와 집단으로 협박을 해올 때면 어떻게 해야하나 답답하고 하소연할 곳이 없어 막막하다”고 호소했다. 그는 “세월호 사건의 경우엔 워낙에 주목을 받은 사건이라 기자들을 상대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과 관련한 상담 치료비가 지원됐지만 아주 특별한 사례였다”며 “보통 기자들은 대응을 하면 일이 더 커질까 혼자 속앓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별도의 지원책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