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우·최승영 기자 2016.02.24 13:34:16
KBS가 자사 보도에 대한 공정방송 감시활동을 수행한 기자들의 징계절차에 돌입했다. 불공정 논란이 나온 보도 경위를 조사한 데 대해 부당한 압력·개입을 행사하고 “직장 내 질서를 훼손했다”며 문제 삼고 나선 것이다. 앞서 MBC에서는 같은 활동을 해온 민주방송실천위원회(민실위)에 대해 취재불응 등을 지시한 최기화 보도국장이 최근 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노동행위라는 판정을 받은 바 있다. 사내 언로마저 틀어막는 공영방송사들의 행보에 언론계 안팎에서 질타의 목소리가 나온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와 사측 관계자 등에 따르면 KBS는 23일 오전 새노조 공정방송추진위원회(공방위) 간사를 지낸 정홍규 기자와 KBS기자협회 공정방송국장 김준범 기자에 대한 인사위원회를 열었다. 이날 두 기자는 인사위에 출석해 징계회부서에 포함됐던 내용에 대해 약 15~20분간 문답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1차 징계결과가 나오는 시점은 불확실한 상황이다.
정 기자는 지난해 11월14일 KBS ‘뉴스9’을 통해 보도된 <서울 시내 교통 마비에 논술 수험생 발 ‘동동’> 리포트를 제작한 기자와 부서장에게 전화를 걸어 각각 경위를 파악하고 보도근거 부족에 대해 지적한 것이, 김준범 기자는 지난 1월20일 같은 프로그램의 중계차 연결 코너 <청년 대한민국 현장을 가다. 대륙 전역 배송>의 리포팅 기자에게 보도된 업체의 선정 배경을 물은 점 등이 발단이 됐다. 사측은 두 기자의 행위가 취업규칙 제4조(성실) 및 제5조(품위유지)에 위배된 것으로 인사규정(징계) 제1호(법령 및 위반) 및 제3호(공사 명예훼손 및 품위오손)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새노조와 KBS기자·PD협회, 구성원 등은 단협에 따라 보장된 공정방송 감시활동을 수행한 기자들의 인사위 회부 소식에 반발하고 있다. 새노조는 인사위 결과에 따라 지방노동위원회 구제신청, 법률적인 검토 등을 포함한 후속 대응 시기, 수위, 방법 등을 두고 논의를 진행 중이며, 기자협회는 지난 18일 집행부-운영위원 긴급 연석회의에서 대응방법, 절차 등에 대해 의결했다.
새노조는 지난 17일 성명에서 “공방위 간사는 노사 간 단체협약으로 설립, 운영하는 공방위의 노측 핵심위원으로 단협 26조(공방위의 역할과 운영)에 의해 보장되는 정당한 활동”이라며 “(이번 사태는) 단체협약을 부정하고 노동조합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겠다는 선전포고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KBS기자·PD협회 역시 지난 19일 성명을 통해 “이번 징계는 KBS뉴스를 짓밟는 것과 다름 없다”, “질문을 원천봉쇄하겠다는 말과 다름 아니다”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사례는 MBC에서도 있었다. 지난해 민실위가 내놓은 보고서를 훼손하고 보도국에 민실위 간사의 취재에 응답하지 말라고 지시해 논란을 불러일으킨 최기화 MBC 보도국장이 최근 서울지노위로부터 부당노동행위 판정을 받았다.
서울지노위는 지난 15일 노조가 지난해 10월27일 제기한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에 대해 “민실위에 대한 취재 불응과 접촉 보고 지시는 노동조합 운영에 대해 지배 개입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며 “이 같은 부당노동행위를 즉시 중단하고, 10일 이내에 판정서 내용을 사내 공용 게시판 및 전자 게시판에 7일간 게시하라”고 결정했다.
언론노조는 지난 17일 성명에서 “(KBS) 고대영 사장은 공정방송 활동 방해 행위가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되면 형사 책임까지 져야 한다”며 “법률 비용은 국민의 소중한 수신료로부터 나온다. 도대체 이 무모한 행각을 벌이는 의도가 무엇인가”라고 되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