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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방송 감시활동을 '압력행사'라는 KBS

자사 논란보도 경위파악한 기자 징계회부

최승영 기자  2016.02.18 19:5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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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방송’ KBS가 노사 단체협약과 편성규약에 따라 공정방송 감시활동을 보장받고 있는 자사 기자들을 징계하겠다고 나섰다. 이들이 불공정성이 제기된 보도가 나간 경위를 조사한 데 대해 부당한 압력·개입을 행사하고 “직장 내 질서를 훼손했다”며 문제 삼은 것이다. 이에 노조와 기자협회는 물론 구성원들까지 반발하고 나서 KBS가 들끓는 모양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와 사측 관계자 등에 따르면 KBS는 지난 16일 새노조 공정방송추진위원회(공방위) 전 간사였던 정홍규 기자와 KBS기자협회 공정방송국장 김준범 기자에게 징계를 위한 인사위원회를 열겠다고 통보했다. 정홍규 기자는 지난해 11월14일 KBS ‘뉴스9’을 통해 보도된 <교통 마비에 논술 수험생 발 ’동동‘> 리포트를 제작한 기자와 부서장에게 전화를 걸어 각각 경위를 파악하고 보도근거 부족에 대해 지적한 것이, 김준범 기자는 지난 1월20일 같은 프로그램의 중계차 연결 코너 <청년 대한민국 현장을 가다. 대륙 전역 배송>의 리포팅 기자에게 보도 배경을 물은 점 등이 발단이 됐다.


기자, 부서장 등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고 개입해 “보도의 독립성과 중립성에 영향을 끼치려 했다”며 “직장 내 질서를 훼손했다”는 것이 징계절차 착수 이유다. 사측은 두 기자의 행위가 취업규칙 제4조(성실) 및 제5조(품위유지)에 위배된 것으로 인사규정(징계) 제1호(법령 및 위반) 및 제3호(공사 명예훼손 및 품위 오손)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정홍규 기자가 경위파악에 나섰던 해당 리포트는 제1차 민중총궐기가 열렸을 당시 익명의 학부모 인터뷰를 통해 수험생 피해 사례를 부각한 내용이었다. 당시 KBS 리포트와는 달리 연합뉴스 등 다수 매체는 ‘집회로 인한 피해는 없었다’는 식의 보도를 내면서 KBS내외에서 보도의 공정성에 대한 지적이 나오던 상황이었다. 정 기자는 이에 리포팅을 했던 기자와 담당 부장에게 연락을 해 인터뷰이가 논술 수험생의 학부모가 맞는지, 정말로 많은 피해 수험생들이 발생했는지, 1건의 사례만으로 집회로 인해 대입 시험이 큰 차질을 빚었다고 하는 것이 합당한지를 물었다. 정기자는 “해당 건과 관련해 성명을 발표하거나 공식적인 문제제기를 한 게 없다. 전화를 통해 취재기자에게 경위파악을 했고, 부장에게 의견을 말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김준범 기자는 해당 보도 다음 날인 1월21일 취재기자와 전화통화를 해 보도의 배경에 대해 물었다. 당시 보도를 두고 업체선정 경위가 석연치 않다는 얘기를 들어서였다. 김 기자는 “사측은 ‘문제가 있는데 왜 보도를 했느냐’고 다그쳐 후배 기자에게 압박을 줬다는 건데, 통화를 한 건 맞지만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며 “‘업체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 인수위 청년위원 출신인데 업체 섭외경위가 어떻게 되느냐’ 질문하고 답변을 들은 뒤, 기자협회에서 알아서 하겠다‘고 말한 것이 전부”라고 주장했다.


새노조와 KBS기자협회, 구성원들은 단협에 따라 보장된, 공정방송 감시활동을 수행한 기자들의 인사위 회부 소식에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새노조와 기자협회는 오는 24일 예정된 인사위를 앞두고 후속 대책을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며, 사내 게시판에는 기수별 성명도 잇따르고 있다.


새노조는 지난 17일 성명을 통해 공방위 간사는 노사 간 단체협약으로 설립, 운영하는 공방위의 노측 핵심위원으로, 단협 26조(공방위의 역할과 운영)에 의해 보장되는 정당한 활동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조항에는 “공방위 위원이 공방위 활동에 필요한 자료제출 요구권을 가지며 노사협의로 관계자의 출석, 진술을 요구할 수 있으며, 관계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에 응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기자협회 공정방송국장 역시 편성규약에 따른 보도본부 편성위원회 실무자 측 위원으로 비슷한 역할을 맡는다. 편성규약은 방송의 독립성과 취재 및 제작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편성위원회를 개최하고 관련 사항에 대해 논의한다고 보장하고 있다.


새노조는 단체협약과 편성규약 상에 명시된, 공정방송 감시라는 일상적인 조합활동을 사측이 징계하겠다고 나서는 데 대해 “단체협약을 부정하고 노동조합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겠다는 선전포고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새노조 조합원 10여명은 이날 아침 고대영 사장의 출근길 통로 근처에 도열해 피켓 시위를 벌이고 구호를 외치려다가 KBS시큐리티(외주 경비업체) 직원들에게 강제로 끌려나가는 일을 당하기도 했다. 새노조 관계자는 “징계 결과가 나오면 지방노동위원회를 통해 구제신청하는 방법은 물론 노무사 등을 통해 법률적인 부분에 대한 검토도 함께 고민하고 있다”며 “이후 활동에 대한 시기와 수위, 방법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KBS기자협회 역시 지난 17일 집행부 회의를 한 데 이어 18일 밤 전체회의를 갖고 향후 대응방침에 대한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이병도 기자협회장은 18일 사내 게시판에 올린 성명을 통해 “‘기자협회는 KBS기자들을 대표하는 집단으로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구현하고 프로그램의 공익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취재 및 제작의 자율성을 수호한다’ 기자협회 규약에 명시된 설립목적”이라며 “이 목적보다 더 큰 기자협회의 존재이유는 단언컨대 없다. 공정방송국장은 집행부의 한 사람으로서 기자협회 규약에 명시된 활동을 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당연히 공정성과 독립성 논란이 있는 보도 경위를 확인할 책무를 갖고 있다. 설사 그 행위로 보도본부장 이하 간부가 압박을 느꼈다고 해도, 이는 제도적으로 의도된 압박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징계위 회부가 더욱 황당한 것은 절차적 문제 때문이기도 하다. 정확한 통화내용은 양쪽의 당사자만이 확인을 통해 기억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보도본부장 이하 어떤 간부도 정홍규 기자와 김준범 기자에게 아무런 사실 확인을 하지 않았다. 최소한의 확인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사실관계를 확정해 징계위에 회부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KBS구성원들은 해당 기자들의 동기들을 중심으로 집단성명을 내고 사측을 향해 성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17일과 18일, 보도본부 27기와 33기는 각각 성명을 내고 “해당 기자를 상대로 보도내용에 대해 집요하게 캐묻고 해당 리포트의 근거에 대해 문제제기성 발언을 했다는 것이 징계대상이라니. 그럴듯한 구실로도 보이지 않는 징계사유에 분노를 넘어 서글픔마저 느낀다”, “진정으로 우려스러운 건 사실 징계가 아니다. 부당한 것을 부당하다 말하지 않는 양심의 마비와 싸늘한 침묵, 그것이 악순환이 돼 보도본부 안에서 언로가 막힌다면 앞으로 우린 그 누구의 눈과 귀와 입이 되어줄 수 있겠는가”, “징계에는 근거가 없다” 등의 발언을 통해 “부당한 징계 절차를 당장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KBS 사측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재는 관련 부서장이 징계 회부를 요청해 당사자들에게 이를 통보하고 소명할 기회를 준 상황”이라며 “인사위원회의 최종 결론이 나지 않은 단계에서 회사 측 공식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