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친일파 명단 발표가 김성수 방응모씨 등 집중심의대상으로 분류된 ‘추가 16명’에 대한 ‘절차 공방’에 묻혀 그 의미가 퇴색됐다. 해방정국에 구성된 반민특위 이후 국회 차원에서 처음 제기된 친일청산 문제가 사회적 추진과제로 부각되지 못하고 여야 정쟁과 언론사간 논쟁으로 변질됐기 때문이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가 친일파 명단에 포함된 창업자 보호를 위해 발표 절차나 심의의 과정상 문제를 집중 제기한 ‘초점 흐리기’ 보도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긴 했으나 이를 둘러싼 논란이 결과적으로 친일파 명단 발표의 역사적 의미를 희석시켰다는 지적이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각각 1일 ‘일부 여야의원 ‘친일명단’에 16명 임의추가/ 광복회 “자의적 선정” 유감표명’, ‘일부의원, 친일명단에 16명 임의추가 물의/ 광복회 “정치적-감정적 처리”’란 제목의 1면 머리와 관련기사에서 절차 문제를 집중 부각했다. 이들 신문은 또 윤경빈 광복회장이 16명 추가명단 공개에 유감을 표명했다고 보도해 의원모임과 광복회 사이에 갈등이 있는 것처럼 비쳐지게 했다. 관련기사 3면
그러나 윤 회장이 “진의를 왜곡했다”며 유감 표명 보도를 부인하고 ‘기습적’으로 ‘임의 추가’했다는 16명의 친일행적 자료도 광복회가 작성, 의원모임의 요청에 응해 제공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이들 두 신문이 제기한 절차상 문제 등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동아와 조선의 보도태도는 ‘윤 회장 유감 표명’ 등의 보도를 둘러싼 언론 내부의 논란을 촉발, 친일잔재 청산과 역사바로세우기란 의원모임의 친일파 명단 발표의 취지를 흐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다른 신문들이 윤 회장에 대한 확인 인터뷰 등을 통해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의 보도태도를 비판한 것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지만 의원모임의 친일파 명단 공개를 계기로 친일잔재 청산에 대한 여론환기에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대한매일과 한겨레 등이 친일 청산과 관련한 연재물을 게재한 것을 빼면 지난 2일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의 ‘유감표명’ 보도를 반박하는 윤경빈 광복회장 인터뷰 기사를 게재하는 데 그쳤다.
의원모임이 명단 발표와 함께 향후 계획으로 밝힌 친일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이나 특별기구 구성 문제 등은 몇몇 칼럼에서 보일 뿐 이에 대한 기획기사나 연재물 등 보도를 통한 관심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민족정기를 세우는의원모임이 위촉한 자문위원회에 참여했던 성균관대 서중석(역사학)교수는 “일부 언론이 이번 친일파 명단의 취지를 흐리는 보도태도를 취한 것은 문제”라며 “친일 잔재 청산작업이 사회적 과제가 될 수 있도록 더 많은 언론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동원 기자 won@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