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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고 친다"는 말이 억울하다면

[컴퓨터를 켜며] 강아영 기자

강아영 기자  2016.01.20 14:4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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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고 치는 건 전혀 없다. 기자들이 그렇게 몰상식하지 않다.”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억울해했다. 사전에 겹치는 질문을 조율하고 순서를 정하기 위해 출입기자 일부와 간사가 모여 질문지를 짠 것인데 대본을 만들었다고 오해받아서다. 기자들마다 말은 달랐지만 청와대에 전달하는 것도 질문자, 질문순서, 대략적인 키워드 정도라고 말했다. 전날 질문순서가 담긴 문건이 SNS 상에 나돌았지만 실제 기자회견 질문과 100% 일치하지 않은 것처럼, 세부적인 내용까지 청와대에 전달하지 않는다고 했다. 질문순서가 적힌 문건도 각 사 기자들이 정보보고를 하는 과정에서 유출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혹독한 비판을 받은 출입기자들이 그 후 기자회견 때마다 질문에 얼마나 신경을 쓰는지, 유출에 얼마나 민감한지도 토로했다. 사실 질문자와 질문 분야를 청와대에 사전 전달하는 회견방식은 이전 정부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건 관행이었다.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분명 세간의 비판에 억울한 측면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억울한 만큼 출입기자들이 한 번 더 생각해야 하는 것이 있다. 관행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지난 정부와 비교했을 때 국민들이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너무나 적어진다는 사실이다. 역대 대통령의 기자회견 횟수는 차치하고, 일상적인 소통만 비교해 봐도 그렇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청와대 비서동을 기자들에게 상시 개방해 기자들이 비서실장, 수석 등 실세들을 매일 만날 수 있었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하루 두 차례만 비서동 출입을 허용했지만 비교적 정보접근이 자유로운 편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비서동 출입을 전면 봉쇄했지만 ‘개방형 브리핑제’를 도입해 공개적 방식으로 정보를 유통했고, 이명박 전 대통령도 박 대통령만큼 소통에 있어 혹평을 받지는 않았다.


‘불통’으로 대변되는 현 정부에서는 사뭇 양상이 다르다. 기자회견은 1년에 한 번 꼴로 열리고 기자들은 열악한 취재환경에 놓여 있다. 그렇다면 출입기자들은 신년 기자회견에서라도 최선의 방법을 찾았어야 했다. 원활한 진행을 위해 질문의 기본적인 골격은 미리 정한다고 해도 현장에서 답변을 듣고 되물을 수 있을 만한 자유로운 추가 질문 시간을 확보해야 했고, 만약 기자회견 시간이 정해져 있다면 시간 자체를 늘려야 했다.


저자세도 버려야 했다. 한 청와대 출입기자는 질문 순서가 정해져 있음에도 여러 명의 기자가 손을 든 것에 대해 “청와대에서 시킨 게 아니라 지난해 기자회견 때 아무도 손을 안 들어 모양새가 좋지 않았다는 의견이 내부에서 나왔다”며 “좋은 그림을 위해 ‘합’을 맞춘 것”이라고 전했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나서서 모양새를 ‘좋게’ 만들려 했다는 것이다.


취재 환경은 열악해졌는데 그동안의 관행을 그대로 답습했기 때문일까. 올해도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정해진 질문을 하고 답변을 듣고, 다시 정해진 질문을 하는 수동적인 기자회견을 바라보며 국민들은 누구를 위한 기자회견인지 되물었다. 국민들은 바랄 것이다. 인위적인 연출 말고, 껄끄럽더라도 궁금한 부분을 속 시원히 듣기 위해 적극적으로 질문하는 모습을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관행을 버려야 한다. 관행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도 생각해야 한다.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말이 억울하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