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후·이진우 기자 2016.01.20 12:56:06
“법조계에서 웃음거리가 될 정도로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재징계였다. 7년간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복직한 사람들에게 무리한 징계를 해야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지난 14일 YTN을 상대로 한 징계무효소송 1심에서 승소한 정유신 기자의 말이다.
2014년 11월 대법원에서 해고무효 확정판결을 받고 6년 만에 복직한 권석재·우장균·정유신 기자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재징계였다. 복직 한 달 뒤 사측은 “해고라는 징계 수위가 적절치 않았다고 판단한 것일 뿐이지 당시에 이뤄졌던 모든 행위가 정당한 것이었다는 뜻의 면죄부를 준 것이 아니다”며 정직 5개월의 재징계를 2008년 10월로 소급 적용했다.
“부당해고 처분을 다투는 동안 장기간 고통을 줬는데도 불구하고 정직 5개월 처분의 부당한 재징계는 지나치게 무겁다”는 서울서부지방법원 제11민사부의 판결은 이들에 대한 재징계가 애초부터 무리였음을 보여준다. 법원 판결을 거스르면서까지 재징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끝까지 괴롭게 만들겠다’는 경영진의 보복 심리와 ‘찍히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내부를 향한 경고 메시지가 중첩됐다고 언론계 안팎에서는 해석한다.
지난한 법정다툼 끝에 복직한 기자에게 재징계의 비수를 꽂은 것은 MBC가 시작이었다. MBC는 지난해 8월 대법원으로부터 해고무효 확정판결을 받고 2년6개월 만에 복직한 이상호 기자에게 정직 6개월의 중징계를 내렸다. 당시 사측은 “대법원이 판결을 통해 징계사유를 인정한 데 대한 후속조치”라고 밝혔다. 내달 4일 복직 예정인 이 기자는 “(회사의 재징계는) 제 풀에 나가떨어지도록 만들어버리자는 속셈”이라며 “법을 가장한 린치”라고 말했다.
재징계는커녕 회사에 아예 발을 들이지도 못한 이들도 많다. 지난 19일 현재 직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언론인은 모두 14명이다. 특히 2008년 10월 이명박 대선후보 특보출신인 구본홍 사장 선임에 반대하다가 해직된 노종면·조승호·현덕수 기자는 8년 넘게 해고자 신분이다.
지난 2012년 170일간의 파업 과정에서 해고당한 강지웅·박성제·박성호·이용마·정영하·최승호 등 MBC 언론인들은 1·2심 모두 해고 무효 판결을 받았지만 사측이 상고해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만 4년의 세월을 MBC 바깥에서 떠돌고 있는 박성호 기자는 “복직은 기약 없는 기다림”이라고 말했다. 박 기자는 “YTN 해직기자들도 2심 이후 대법원 판결까지 3년7개월이 걸렸다”며 “현 정부에서 대법원의 확정 판결이 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주로 방송사에서 있었던 언론인 해직사태는 지난해부터 지역신문과 연합뉴스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대전일보는 15년차 사진기자인 장길문 노조위원장을 지난해 11월 해고했다. 장 기자는 1년 동안 대기발령, 비편집국 전출, 타지역 전보 발령 등 징계성 인사와 검찰 고소까지 당한 끝에 내쫓겼다. 장 기자는 “사측이 무늬만 다른 ‘분풀이 징계’를 내릴 때마다 노동위원회와 법원 등은 부당노동행위로 판결했다”며 “해고무효 확인을 위해 지노위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도 지난해 11월 문화재 전문기자였던 23년차 김태식 기자를 해고했다. 김 기자가 “부당한 목적으로 가족 돌봄 휴직을 신청했고 부적절한 언행을 했으며 업무시간에 페이스북을 하는 등 근무태도가 불량했다” 등이 사유였지만 내부 구성원들조차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하는 해고였다.
이강혁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언론위원장은 “부동노동행위 등 사용자의 노동범죄에 대해 근로감독관-검찰-법원으로 이어지는 단계마다 솜방망이 처벌 기조가 관철돼 있어, 사용자들이 노측과의 대립구도에서 해고라는 극단적인 수단을 사용하는데 별 부담감을 느끼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언론사주들이 징계무효 판결을 비웃기라도 하듯 복직 후 재징계를 남발하는 것은 사법 권위와 법치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라며 “법치주의 확립을 위해 부당노동행위 인정 및 형사처벌, 손해배상 책임 규모 확장 등을 보다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