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연장에 따른 인건비 상승이 크지 않은 데도 희생만 강요하고 있다. ‘시니어 노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임금피크제 적용을 앞둔 서울신문 간부)
“임금피크제 적용 때까지 회사에 남아 있는 조합원은 극소수이기 때문에 임금 인상 등 현 조합원들에 이익이 될 수 있는 것을 먼저 챙길 수밖에 없다.”(B사 전 노조위원장)
임금피크제가 언론사 내 세대 간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임금피크제 도입 시기와 임금 감액률 등 구체적인 방안을 놓고 사측의 대화 창구는 노동조합인데 조합원 대부분이 시니어급 이하다 보니 내년부터 적용 대상이 되는 구성원들의 이익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노조는 조합원 대다수가 먼 미래의 이야기보다 눈앞에 먹고 사는 문제에 민감하기 때문에 임금 인상 등에 주력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런 우려는 현실화되고 있다. 실제 매경·MBN의 경우 과장 이상(기자직)은 만57세부터 임금피크제에 돌입, 3년 간 만56세에 받던 임금의 15개월치(1년차 6개월, 2년차 5개월, 3년차 4개월)를 받는다. 기존의 절반(41.7%)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받고 다녀야 한다는 이야기다. 반면 임금피크제와 함께 논의된 임협은 연봉 총액 대비 2.5% 인상했는데 기본 호봉 승급분까지 감안하면 5% 오른 셈이다.
서울신문 노사는 기존 정년인 만55세부터 임금피크를 적용, 첫해 전년 대비 56%(총액 기준)를 받고 이후 4년 동안은 매년 총액 대비 50%씩만 받기로 지난 4일 합의했다. 서울신문은 내년 1월부터 기본급을 4.2% 인상하기로 했다.
조선일보 사측 역시 기존 정년(사원 만55세, 차장대우·과장 만56세, 차장 만57세, 부장 만58세, 부국장 만59세, 국장 만60세)을 만60세로 연장하는 대신 피크임금의 50%만 지급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 ‘임금피크제안’을 노조에 제시했다. 도입 시기는 기존 직급별 정년 시점부터다. 조선 내부에선 노사 간 의견조율이 있겠지만 사측 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다.
문제는 다른 산업에 비해 임금수준이 턱없이 낮다보니 임금피크제 도입이 자칫 ‘인생 이모작’ 설계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정부도 지난 1일 ‘고용보험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해 300명 이상 사업장에서 55세 이상 근로자를 대상으로 피크임금 대피 10% 이상 감액할 경우 해당 근로자에게 연간 최대 1080만원까지 지원하도록 했다. 8일엔 근로자 퇴직급여보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시행, 임금피크제에 따라 퇴직금이 줄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 퇴직금 중간정산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정부 지원금은 3년간 한시 운영되고 퇴직금 중간정산 역시 받아야 할 돈을 미리 쓰는 셈이기 때문에 미봉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나마 대부분 신문사들이 연봉제 등을 도입하면서 퇴직금을 중간 정산했기 때문에 실효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도입 시기와 감액률에만 매달리다보니 정작 필요한 은퇴 이후 인생설계를 위한 재교육 프로그램 도입 등에 대해 노사 모두 손 놓고 있는 실정이다.
한 신문사 차장급 기자는 “은퇴를 앞둔 선배들이 일을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여론도 있지만, 후배들 역시 선배들처럼 30년 동안 다닐 수 있도록 회사를 지속가능한 시스템으로 만들기 위해서라도 임금피크제 도입을 신중히 접근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