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2015년, 기자들 안녕하셨습니까

떠들썩했던 2015년 한해
재징계·기자 해고 일상화
정권은 언론통제 드라이브
안팎에서 고생하던 기자들
부당한 정부정책 비판하고
더 많은 독자와 소통 노력

강아영 기자  2015.12.23 13:03:16

기사프린트

2015년 한 해 세상은 떠들썩했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이완구 전 총리를 비롯해 정권 핵심 실세 8명이 논란의 중심에 섰고, 초여름에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 확산돼 전 국민을 공포에 떨게 했다.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으로 우리 사회는 불필요한 논쟁과 갈등에 내몰렸고, 노동시장 구조개혁이란 미명 아래 이뤄진 친시장주의 정책은 민중총궐기 집회로 표출됐다. 여야 정치권도 바람 잘 날 없었다.


기자들이 보낸 2015년도 대한민국을 달군 크고 작은 사건·사고들의 궤적과 일치한다. 그 과정에서 온갖 고생을 한 것은 물론이다. 메르스가 일파만파 퍼지는 상황에서 취재기자들은 안전의 사각지대에 놓였고 집회·시위 현장에서는 목이 졸리고 캡사이신이 섞인 물대포를 맞는 등 취재방해를 견뎌야 했다. 주말이나 명절에 편히 쉬는 것은 언감생심, 톨게이트에서 뻗치기를 하거나 사건·사고가 터지면 바로 달려가야 했고, 한편에서는 취재원을 만나는 과정에서 성적 수치심을 겪은 기자도 있었다.



기자들의 고생은 외부에서뿐만이 아니었다. 언론사들이 디지털·모바일 퍼스트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기자들은 지면과 온라인 사이에서 오락가락했다. 지면기사 외에 온라인 콘텐츠 생산 압박이 더해지면서 업무 부담이 가중됐고, 어느 것 하나 집중할 수 없어 자괴감만 커졌다. 언론사 주최 포럼이나 콘퍼런스 등이 늘어나면서 행사에 따른 섭외와 협찬에도 동원되기 일쑤였다. 악화되는 언론 환경, 기업들의 광고비 축소에 어느덧 광고국이나 일부 데스크의 역할로 여겨졌던 광고·협찬 따오기는 젊은 기자들에게도 하나의 업무가 됐다.


그러나 내·외부에서 힘들게 일하는 기자들에게 회사는 버팀목이 돼주지 못했다. 최저임금과 낮은 복지 수준에 전면 파업을 하거나, 회사가 직원들의 무한 희생만을 강조하고 있다며 대자보를 게시하는 지역 언론사들이 곳곳에서 생겨났다. 고령화된 뉴스룸에 명예퇴직, 권고사직, 대기발령 날벼락을 내리는 언론사들도 늘었다. 지역MBC의 잇단 명퇴 실시, 연합뉴스의 비상경영 방침, 동아일보의 6개월 무보직 대기발령 등은 고참기자를 비용으로만 보는 회사의 차가운 시선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눈 밖에 난 기자를 재징계하거나 해고하는 일도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MBC는 지난 1월 회사를 비방했다며 입사 3년차 PD를 해고했고, 해직기자 7명을 비롯해 MBC 구성원들이 승소해도 항소를 거듭하는 등 끝없는 공방을 벌이고 있다. YTN, 대전일보, 연합뉴스도 징계, 재징계, 해고 등 ‘징계 리더십’을 보이며 구성원들을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


정부의 입김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 KBS, 서울신문, 연합뉴스 등에 정권의 입맛에 맞는 낙하산 사장이 내려갔다는 지적이 안팎으로 나오는가 하면 KBS와 방문진 이사 선임 과정에서도 이인호, 고영주 등 수많은 인물들이 정권 편향적인 인사라며 거센 비판을 받았다. 국민일보의 사례처럼 비판 언론을 광고로 길들이려 하거나, KBS ‘훈장’과 같이 3년 가까이 공들여 만든 프로그램이 석연찮은 이유로 방영이 미뤄지기도 했다. 정부에 의존해 광고나 협찬기사를 따내려는 언론사는 늘어나 정부부처가 대행사를 통해 협찬기사를 내는 일도 비일비재 일어났다.


기자들은 정부의 부당한 정책에는 한 데 뭉쳐 목소리를 내고 해고에는 소송으로, 열악한 처우에는 파업으로 맞서 싸우며 힘을 내고 있다. 시시각각 변하는 언론 환경 속에 고참기자는 새로운 길에 도전하고, 젊은 기자는 다양한 플랫폼에서 더욱 많은 독자와 소통하려 노력한다. 그러나 2016년, 내년에는 안팎의 상황이 더 나아질 수 있을까. 2016년의 기자들은 안녕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