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우 기자 2015.12.16 14:05:13
MBC가 ‘기본급 30% 삭감’을 골자로 한 임금피크제를 제시한 데 대해 노조의 반발이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 3일 사측은 “내년부터 300명 이상 사업장이 의무적으로 정년 연장을 하게 된 만큼 기존 임금피크제의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노조는 “부당한 기준의 임금피크제를 제시해 사원들의 동력을 빼앗으려 한다”며 비판했다.
사측이 제시한 정년 연장에 따른 임금피크제는 기본급의 30%를 줄이는 방안이 골자다. 만 58세를 정년으로 하는 기존 MBC의 임금피크제가 29호봉(만 55세)의 기본급부터 3%를 깎기 시작해 그 다음해엔 3%, 4%, 5%, 7%로 삭감이 순차적으로 진행됐다면, 개정안에는 만 59세에 30%를 삭감하는 안이 추가된 것이다. 또 현재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고 있는 일반직 사원 외에 추가로 연봉직과 업무직, 촉탁직, 무기계약직, 전문계약직으로 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노조는 ‘명백한 취업규칙 불이익’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한 조합원은 “기본급은 성과급과 상여금, 퇴직금에도 영향을 끼치는 부분”이라며 “KBS나 SBS와 달리 이미 임금피크제를 하고 있는 상태에서 30% 삭감안을 추가로 제시하는 것은 과도한 개악”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조합원은 “방문진 경영평가서를 보면 지난해 임금피크제로 약 26억 원의 효과를 봤다고 돼 있다. 단순 계산으로 치면 8년간 직원들이 약 200억 원을 회사에 반납한 셈”이라며 “올해 실적도 긍정적으로 예상되는 데 왜 허리띠를 졸라매는지 알 수가 없다”고 호소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MBC가 그간의 실적 부진을 딛고 수백억 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보고 있다.
본부장과 국장, 부장 등 보직자가 임금피크제 대상에서 제외된 부분도 논란거리이다. 그동안 MBC는 보직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펴왔다. 지난 2010년 직위수당을 2배 올린데 이어 2011년과 2012년엔 조직관리비와 시간외수당을 신설하고, 지난해엔 상향평가를 폐지하고 개인평가 우수등급의 비율을 2배로 확대했다. 임금피크제에 보직자를 제외시킨 것도 그 해에 함께 이뤄졌다. 당시 사측은 “조직의 근간인 보직자는 경쟁력 제고 등 핵심역할을 담당하지만 적정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폐지 사유를 들었다. 현재 보직자는 160여명. 노조는 “내년부터 기본급을 더 올려 받는 플러스 섬 방식의 ‘보직자 연봉제’도 시행될 예정”이라며 “사측이 임금피크제와 연봉 등으로 직원들을 회유해 입맛에 맞는 인사를 늘리려고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합은 이번 임금피크제 논란과 관련해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노조는 “동일한 노동을 하고 있는데도 일정 연령에 도달했단 이유로 종전의 근로조건을 악화시키는 것은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에 해당된다”며 “60세까지 정년이 연장되는 것은 ‘법률로 강제된’ 의무사항이지 사용자가 임금삭감의 대가나 보상으로 주는 것이 아니다. 아무런 대가나 보상 없이 사용자가 임의로 기본급의 30%를 삭감하겠다는 것은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측 안이 시행되면) 임금이 삭감된 사원들의 임금청구소송을 제기하고, 효력정지 가처분 무효 확인소송과 함께 형사고소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측은 이에 “임금피크제는 아직 안이 확실히 정해지지 않았다”며 향후 논의 가능성을 열어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