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MBC 노사 간 소송에서 또다시 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2012년 ‘직원 사생활 감시’ 논란을 불러일으킨 사내 보안프로그램 ‘트로이컷’ 항소심에서다. 당시 사측은 이 프로그램을 이용해 노조 간부의 이메일 등 사적 정보를 불법적으로 열람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서울남부지방법원 제1민사부는 10일 “안광한 MBC 사장과 김재철 전 사장, 전 정보콘텐츠실장 외 3명의 간부에 대해 전국언론노동조합과 MBC노조에 15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또 “강지웅 전 MBC 노조 사무처장과 이용마 전 홍보국장에겐 각 150만원을, 나머지 조합원 등 원고 4명에겐 50만원씩 지급하라”며 일부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지난 2월 1심 재판부도 ‘(트로이컷 프로그램 도입 이전에) 직원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점, 정보보호서약서나 동의서를 받지 않은 점’ 등을 들며 원고 일부 승소를 판결한 바 있다.
1심 재판부는 실제로 프로그램을 설치한 전 정보콘텐츠실장에게만 책임을 묻고 경영 책임자에겐 배상 책임을 묻지 않았지만, 이번 항소심에서는 김 전 사장과 안 사장 등으로 대상을 확대하고 연대 배상할 것을 주문했다.
트로이컷 사태는 지난 2012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MBC는 보안강화를 이유로 트로이컷 프로그램을 사내 망에 설치했다. 사측은 “자체 조사에서 ‘보안시스템이 미흡한 상태’라는 결과가 나와 해킹차단 기능이 우수한 보안제품을 선정하게 됐다”고 설명했지만, 노조원들은 “트로이컷이 해킹을 방지하는 역할 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사생활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능까지 들어있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실제로 트로이컷엔 컴퓨터 사용자가 웹메일·메신저 등을 통해 주고받은 자료나 대화 내용부터, 이동저장장치 등에 저장된 목록까지 회사 중앙관제센터 서버에 자동으로 저장되는 ‘로깅’ 기능이 포함돼 있었다.
트로이컷 사태는 노사 간 소송으로 이어졌고 논란이 커지자 MBC는 결국 시범 운영 3개월 만에 프로그램을 중단했다.
노조는 이번 판결과 관련해 “그동안 경영진이 여러 가지 불법 행위를 자행해왔지만 사실상 책임을 물을 만한 방법이 많지 않았는데 이번에 직접적으로 ‘배상 하라’는 판결이 나온 만큼, 앞으로의 소송에서도 사측의 실질적인 손해배상을 통해 불법 행위를 스스로 인정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