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잘못된 판권계약에 SBS 본사 손해"

SBS노사 콘텐츠 판권 놓고 대립
노조 "경영진 배임 가능성 높아"
사측 "콘텐츠 판매 경영권 영역"

최승영 기자  2015.12.09 15:09:38

기사프린트

SBS 수익이 대주주인 SBS미디어홀딩스 계열사로 빠져나가는 이른바 ‘터널링’ 문제를 두고 SBS노사 간 갈등이 본격화하고 있다.


SBS의 콘텐츠 수익이 지주회사인 SBS미디어홀딩스의 자회사 SBS콘텐츠허브와 SBS플러스 등으로 새나가는 데 대해 노조가 경영진의 법적 책임을 묻겠다며 조합원 주주를 모집하고 나선 것이다. 사측은 “콘텐츠 판매가 거치는 경로와 시스템, 요율 등은 전적으로 경영권의 영역”이라는 입장이다.


SBS노사는 지난달 18일 ‘2015년 임금협상 본협상’을 실시했지만 결렬됐다. “SBS가 직접 콘텐츠 판매·유통사업을 해야 한다”는 노조의 첫 번째 요구안을 두고 양측의 입장이 극명히 갈려서다. 노조는 “콘텐츠 판매 수익은 SBS 노동자의 임금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라며 임협 대상에 ‘콘텐츠 판권의 SBS 회수’를 포함시켰다. 노조는 터널링 효과를 노려 SBS, SBS 자회사 대신 미디어홀딩스 자회사를 통해 콘텐츠 판매 위탁을 시키고 낮은 로열티를 받도록 한 부분을 경영진의 배임행위로 보고 TF 구성, 조합원 주주 모집 등 법적책임을 포함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노조의 문제제기는 SBS 콘텐츠 수익구조의 왜곡에서 비롯된다. 지난달 20일과 지난 8일자 SBS노보에 공개된 경영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0~2014년 SBS 총매출액은 3조6866억원으로 MBC매출액(4조540억원)의 90%수준이었지만 당기순이익은 3분의 1(SBS 1100억원, MBC 3447억원)에 못 미쳤다. 2011~2014년 SBS의 광고수익(1조9407억원)이 경쟁사인 MBC(2조155억원)의 96%에 육박했음을 감안하면 양 사의 경영지표 격차는 콘텐츠 수익사업에서 비롯된 것이란 게 노조의 주장이다. 실제 같은 기간 SBS의 콘텐츠 수익은 4819억원으로 MBC(9464억원)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SBS노조 관계자는 “MBC가 콘텐츠의 80% 이상을 본사가 직접 영업하는 것에 비해 SBS는 80% 이상을 홀딩스 자회사가 영업하고 일부만을 수익으로 받아오고 있다”며 “SBS의 이익이 이들 회사로 새나가는 문제는 현재 방송시장에서 콘텐츠 판매 수익이 방송사 수익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콘텐츠를 생산하고 공급하는 SBS와 이를 판매·유통하는 SBS콘텐츠허브가 비슷한 수준의 영업이익을 내는 기묘한 상황도 발생했다. 같은 자료에 따르면 2010~2014년 SBS 총매출은 SBS콘텐츠허브의 4배에 달했지만, 영업이익은 각각 1290억, 1289억원으로 약 1억원의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영업이익률도 SBS는 3.5%에 머물렀지만 SBS콘텐츠허브는 13.7%를 기록했다.


노조는 이에 대해 “복수의 경영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했고, 그 결과 잘못된 콘텐츠 판권계약에 의해 SBS본사가 손해를 입고 제3자가 높은 영업이익을 거둔 것은 ‘배임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노조는 8일 노보에서 사측이 현재 콘텐츠 요율이 타 방송사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 “KBS와 MBC는 자회사 지분을 70% 이상 보유함으로써 수익의 상당 부분을 본사로 다시 회수한다. SBS는 SBS콘텐츠허브 등의 지분을 갖고 있지 않아 지분법 평가이익이나 배당이익이 한 푼도 없다. 동일한 조건으로 비교하는 것은 기만”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같은 지배구조가 유지돼 온 이유는 지주회사 체제가 갖는 한계점과 맞닿아 있다. SBS미디어홀딩스는 SBS콘텐츠허브(65%)와 플러스(100%), SBS(35%)의 대주주다. 특히 SBS콘텐츠허브와 SBS플러스 등에 절대 소유지분을 갖고 있다. 경영관리가 더 쉽다는 의미다. 더욱이 홀딩스 입장에서는 지분율이 높은 자회사가 이득을 보면 더 많은 이익을 가져갈 수 있다. 아울러 지상파 SBS는 세전 수익의 15%를 사회 환원 기금으로 내고, 방송발전기금도 해마다 수백억원씩 내고 있다. 지주회사 체제 하 경영의 측면에서 보면 굳이 SBS에 순이익을 많이 남길 이유가 없다는 말이다.


사측은 지주회사 체제와 관련해 최근 유의미한 기구개편과 인사이동을 단행했다. 지주회사 홀딩스의 기능을 축소하고 그룹전략과 신규플랫폼 사업, 브랜드전략 등 핵심업무를 SBS로 옮겨 홀딩스는 최소한의 기능만 유지하겠다는 것이었다.


SBS노조 관계자는 “늦게나마 수정이 된 부분은 일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지상파 방송사는 공적인 책임이 있다. 수익구조의 문제로 SBS로 와야 할 이익이 자회사로 빠져나가는 상황은 콘텐츠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고, 과다한 협찬이 기업들의 이득을 반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공성과 밀접하다”고 강조했다.


사측은 노조의 이 같은 움직임에 “콘텐츠 판매가 거치는 경로와 시스템은 전적으로 경영권의 영역”이며 “임협 논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측 노사협력팀 한 관계자는 “자회사와의 콘텐츠 요율문제 등은 2013년 공정위가 1년여 간 조사한 끝에 특혜를 준 것은 아닌 걸로 결론이 났다”며 “2009년 단협에서 노사협의회 안에 이 문제를 다루는 콘텐츠 특별위원회를 두기로 했었다. 거기서 이에 대해 논의를 하는 게 맞다고 본다. 조만간 기획팀에서 설명·반박문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SBS기획팀 관계자에게도 수차례 전화를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