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 강화냐 통제 강화냐.” MBC가 최근 노사 간 갈등을 불러일으킨 정보보호서약서를 두고 노조의 의견을 받아들여 5개월 만에 전환점을 맞게 됐다.
16일 사측은 사내 게시판에서 노조가 질의한 부분에 대한 공식 답변을 통해 조합의 의견을 일부 수용하며 한발 물러섰다. MBC의 한 기자는 “어느 정도 (사측이) 노조의 의견을 수용해준 것 같다. 시일이 오래 걸리긴 했지만 좋은 신호”라고 평가했다.

MBC는 올 초부터 내부 정보의 보안을 강화하며 노조와 빈번한 마찰을 빚어왔다. 사내 게시판이나 보도정보시스템에 올라온 글을 누가 조회했는지 알 수 있는 프로그램을 도입하는가 하면, 인쇄물엔 해당 직원의 부서와 이름이 자동으로 찍히게 해 누가 어떤 게시물을 인쇄했는지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치안 강화를 이유로 내부 CCTV 화질을 높이기도 했다. 각 사무실엔 1대 이상의 CCTV가 설치됐고 보도국엔 여러 대가 비치됐다. 사측의 정보보안 조치가 사내 문화를 더욱 경직시키고 있단 비판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특히 지난 6월엔 직원들에게 정보보호서약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안을 검토하며 노조의 큰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8개 조항으로 이뤄진 서약서에는 “필요한 경우 회사정보시스템, 회사에서 사용하는 이메일, 사내그룹웨어 메일, 메신저 등의 통신기록 및 내용 등에 대한 점검·검색·감사 실시에 동의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노조는 사측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얼마든지 직원들의 개인 기록을 들여다보며 프라이버시권이나 정보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사의 공방은 5개월째 접어들어도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듯 했다. 결국 노조는 지난 12일 성명을 통해 “정보보호 서약과 관련한 상세한 안내를 끝까지 거부한 사측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강력한 수정 촉구 의사를 밝혔다. 노조는 관련 사규의 양이 A4 분량으로 126페이지에 달해 인지하기가 어려운 만큼 보안의식을 강조하기 보다는 지나친 통제의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서약서에 제시된 기준도 논란거리였다. 사측은 지난 8월 적용 범위가 모호하다는 노조의 일부 주장을 받아들여 '본인의 e-mail'이라는 문구를 '회사에서 사용하는 e-mail'로 수정했다. 하지만 노조는 '회사에서 사용하는'이라는 수정된 기준 또한 명확하지 않아 개인e-mail과 메신저도 열람이 가능하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측은 노조와의 질의응답을 통해 “회사는 개인의 naver, G-mail, 카톡 등의 내용을 볼 이유도 없고 볼 수 있는 방법도 없다”며 “서약서상의 회사에서 사용하는 e-mail과 메신저는 모두 회사웹메일과 회사메신저를 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조는 “일단 논란의 중심이었던 부분이 어느 정도 합의점을 찾아 한 시름 놓은 상태”라며 “다만 소급적용 여부 등을 놓고 명확히 답을 하지 않은 부분이 있어 추가 질의를 남겨 놨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