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공산주의자’ ‘사법부 좌경화’ 등 정치적인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에 대한 불신임결의안이 1대6으로 부결됐다. 지난달 8일 불신임결의안을 제출한 야당 추천 인사인 유기철·이완기·최강욱 이사 중 최 이사를 제외한 나머지 이사들은 투표에 아예 참여하지 않았다. 회의 도중 여당 추천 이사들과 치열하게 공방을 거듭하며 표결에 의미가 없다고 판단해서다.

야당 추천 방문진 이사진들은 “업무와 관련 없는 자리에서 밝혔던 개인적 견해를 근거로 제출된 불신임 의견은 ‘MBC 관리감독 및 방송문화 진흥사업이라는 방문진 고유 업무와 아무런 직접적 관계가 없는 사안이라고 판단했다’며 부결 이유를 밝혔다.
이사진은 또 “방문진 이사회는 9인 이사 합의제로 운영되는 만큼 이사장의 개인 의견이 전체 이사회의 심의 및 의결이나 방문진의 사업운영에 절대적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이사진들은 불신임결의안 표결을 앞두고 2시간 넘는 대립을 이어갔다. 최강욱 이사는 “이사장이 국감장에서 ‘국사학자 99%가 친북 좌경’ ‘검찰 공무원 등에 김일성 장학생 있을 수 있다’ 등의 정치편향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으며 한국사회를 균열의 늪으로 몰아세웠다”고 비판했다.
최 이사는 “극단적으로 편향된 언행으로 방문진과 공영방송의 위상에 위해를 끼치고, 정치권을 물론 사회여론으로부터 커다란 비판과 우려를 불러일으키며 공영방송 신뢰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방문진 이사장은 포용력있고 객관적, 중립적 태도를 취해야 한다”며 “국론 분열을 일으키고 MBC 프로그램을 임의적이고 즉흥적인 잣대로 판단한 고 이사장은 공정방송을 이바지하는 방문진의 수장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완기 이사도 “고 이사장이 국정감사 때 발언한 내용은 국민감정을 흔드는 등 방문진 이사장으로서의 발언이 아니었다”며 “지난 회의 때마다 국감장 발언에 대한 해명을 듣고자 질문을 했는데도 아무런 답을 해오지 않았다. 이번 불신임결의안이 처리되기 전에 설명을 듣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이인철 이사는 “특정인물을 지목해서 낙마시키는 것은 흠집내기에 불과하다”며 “과거 사건을 물고 늘어지는 것은 공격도구로 사용하겠다는 의도로만 보인다”고 맞섰다. 이 이사는 “고 이사장의 개인 사상과 양심, 정치적 견해는 존중받아야 한다”며 “개인 견해가 방문진 업무에 실제로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사례나 근거도 없이 펼쳐지는 일방적 비난은 인격 파괴적 공격”이라고 비판했다.
유의선 이사도 “자극적인 정치공세가 유혹하더라도 원칙은 지켜야 한다”며 “헌법이 보장하는 사상의 자유가 있다. 특정 개인의 사상을 말살하고자 하는 정치적인 개입을 해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방문진 이사진이 나름대로 생산적이고 상식적인 결론을 도출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보니) 너무 정파적으로 대립돼 있다는 게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여야 이사진들의 공방 속에서 고영주 이사장은 “‘공산주의자’ 발언 등의 경우 업무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 불신임 사유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의견과 논평과 같은 표현행위에 대해서 그 의견이 진실인지 객관적으로 명확한지 판단할 때, 공공성이 분명하고 진실이라고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입장을 밝혔다.
고 이사장은 “국감장 발언의 경우엔 국감장에서 진실을 말하지 않으면 위법인 만큼 사실대로 답변했을 뿐”이라며 “28년 공안 검사생활을 하면서 다른 사람이 인식하지 못하는 것을 전문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응을 하다 보니 저 개인에 대한 비판이 많은 것 같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겠다는 확고한 의지 아래 이사장을 고수해야 한다는 의무감과 사명감이 더 커졌다”고 덧붙였다.
변호사법 위반 의혹에 대해서는 “재임 중 수임한 사건이 아닌 게 명확한데 사실관계도 보지 않고 변호사법 위반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무지에서 비롯됐거나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을 악용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날 불신임결의안은 여당 추천 이사가 많아 가결이 불가능하다는 기존 예상대로 통과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