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탐사보도 프로그램 ‘훈장’ 2부작 방송을 데스킹, 특집방송 편성 등 이유로 3개월 가까이 미루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시사제작국 간부들이 박정희 전 대통령과 관련된 부분을 삭제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훈장’ 2부작 제작진은 지난달 26일 사내 게시판에 올린 성명에서 “KBS 역사상 유례없이 두 달 가까운 시간동안 데스킹을 받으면서도 제작진은 방송을 내야한다는 일념 아래 성심성의껏 데스크의 의견을 최대한 받아들였다”며 “결론은 참담하다. 1·2편 모두 방송을 기약할 수 없다. 아직 방송일조차 정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제작진은 ‘간첩 조작 사건의 수사관들이 훈장을 받아 국가유공자가 됐다’는 내용의 1편 ‘간첩과 훈장’의 데스킹이 마무리돼 지난달 20일 방송 예정이었지만 돌연 특집이 잇따라 편성되면서 기약 없이 미뤄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산가족 생방송 세계기록유산 등재와 관련한 특별대담 편성으로 한 주 미뤄졌던 방송일이 ‘시청자 칼럼 우리 사는 세상 4000회 특집’의 갑작스런 편성 등으로 계획된 불방의 수순에 들어가고 있다는 것이 제작진의 입장이다.
이에 대해 김형덕 시사제작국 부장은 지난달 26일 사내 게시판을 통해 “‘수신료 현실화를 위한 공영방송 역할’을 주제로 한 전사적인 편성 조정으로 순연됐을 뿐이다. ‘계획된 불방수순’이라는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다”며 “제작진은 방송 목표일을 앞두고 정당한 지적에 대해 끝까지 수용을 거부하고 일방적인 글을 게시해 책임을 데스크에게 돌리고 있다”고 반박했다.
2편 ‘친일과 훈장’이 처한 상황은 좀 더 심각하다. 현재 제작진과 간부 사이에 관련 논의가 완전히 중단된 상태다. 총 6차례 데스킹을 거치면서 원고의 상당 부분이 수정됐지만 시사제작국 간부들은 “‘수정’이 아닌 ‘새로운 프로그램’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 제작진의 입장이다.
이들에 따르면 간부들 요구의 핵심은 박정희 전 대통령 관련 내용이 대부분인 약 3분의 1 가량을 삭제하라는 것이다. 제작진은 “역대 집권 기간이 가장 긴 박정희 정권 부분을 빼고 훈장을 통해 본 광복 70년을 얘기할 수 있을까”라며 “제작진이 양심을 저버리거나, 실체적 진실에 반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지 않는 한, 2편은 불방될 것이 명확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특히 지난달 29일 재차 올린 성명에서 제작진은 시사제작국 간부가 삭제 지시를 내린 부분 중 일부가 박정희 전 대통령이 현 아베 일본총리의 외조부인 기시 전 총리에게 보낸 친서라는 사실을 밝혔다.
박 전 대통령 친서와 관련해 김형덕 부장은 “2009년 출간된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됐다는 이유로, 6.25전쟁의 전쟁영웅에게 수여된 무공훈장 수여가 적절했는지 따지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인가”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