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가 지난 19일자 1면에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고 있는 교육부 광고(‘올바른 역사관 확립을 위한 교과서를 만들겠습니다’)를 게재하면서 정부 의견광고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기사와 광고에 적용되는 게재 원칙이 다르고, 의견 광고의 경우 논조와 다르더라도 얼마든지 게재할 수 있다”는 게 찬성하는 쪽의 입장이라면, “아무리 의견광고라고 해도 이번 사안은 헌법적 가치에 명백히 위배되는 내용이기 때문에 광고게재를 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게 반대 측 논리다.
이런 시각차는 지난 26일 한겨레 노사가 공동 주최한 ‘교육부 의견광고와 관련된 토론회’에서 또 한 번 확인됐다.
교육부 광고는 한겨레 16일자 1판에 나갔다가 일부 기자들의 문제 제기로 3판부터 빠졌지만 편집회의, 논설위원실 회의, 편집인 주재 회의 등을 거쳐 최종 게재됐다.
이번 논란이 확산된 이유 중 하나는 경향신문이 교육부 광고를 게재하지 않으면서 한겨레의 교육부 광고가 도드라져 보였기 때문이다. 경향은 ‘광고도 지면의 연장선상’이라는 편집국 의견이 반영돼 교육부 광고를 집행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한겨레 일부 독자들은 한겨레 구독을 끊고, 경향으로 갈아타는 일까지 벌어졌다.
정부 의견광고를 둘러싼 입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우선 지면과 광고는 별개이고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정부의 의견광고도 게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여기에도 논조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조건이 따라 붙는다.
의견광고를 게재하더라도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집행해야 한다는 게 반대하는 측에 내세우는 논리다. 논조와 전혀 다른 의견광고가 독자들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 등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논란을 해소할 수 있는 명확히 기준이 없을 뿐더러 정부의 의견광고 문구 등이 더욱 교묘해질 경우 판단여부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경향과 한겨레는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해 반대 논조를 펼쳤지만 농림수산식품부와 보건복지가족부가 집행한 광고(‘미국에서 수입되는 쇠고기와 미국사람이 먹는 쇠고기는 똑같습니다!’)를 게재한 바 있다.
이런 판단이 아직까지 일부 경영진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자체 자율 심의기구 등을 통해 논란의 소지가 있는 광고는 걸러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겨레 등을 비롯한 대부분 신문사들이 광고 게재 여부를 결정할 때 기준으로 삼는 것은 한국신문윤리위원회의 ‘신문광고윤리강령’ 및 ‘신문광고윤리실천요강’인데 명예훼손, 프라이버시 침해 등 법적 분쟁 소지가 있는 광고나 미풍양속 등을 해치는 광고를 금지하는 게 주된 내용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대부분 신문들이 이런 고민 없이 정부의 의견광고를 무조건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광고 기근’에 시달리고 있는 신문사 입장에서 정부광고는 단비와 같은 존재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정섭 성신여대 미디어영상연기학과 교수는 “다양성이 강조되는 시대에서 기사 논조와 광고가 충돌하면서 딜레마에 빠질 가능성이 예전보다 커졌다”면서 “이 때문에 적절성을 따질 수 있는 자체 심의기구를 마련하거나 오피니언 면처럼 논조와 다른 광고를 게재할 때 이를 알리는 별도 표시를 광고와 함께 넣은 것도 검토해 볼만 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