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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콘텐츠 재촉하면서 디지털 교육에 인색한 언론사

이미지 작업 등 생소한 업무
기자들 어려움 호소하지만
사내교육 여건 여전히 열악
리더십 캠프·아카데미 등
방송사 자체 프로그램 눈길

이진우 기자  2015.10.28 13:2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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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부서로 오고 ‘내가 뭐하고 있지?’라는 생각만 들었죠”. 한 중앙일간지 8년차 기자 A씨의 푸념이다. A씨는 지난 1월 사회부와 문화부를 오가며 현장취재를 하다 온라인팀으로 발령받았다. 그는 새로운 형식의 기사와 홈페이지 개편을 꾸리는 등 남다른 경험이 되겠다는 생각에 내심 반겼지만 실제로 일을 해보며 엉뚱한 곳에서 난관에 부딪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디지털에 대해 젬병인 A씨가 포토샵과 같은 이미지툴이나 동영상편집툴 등 의외의 부분에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 그는 “카드뉴스에 들어가는 텍스트는 흔히 취재를 해오던 거라 1시간이면 금방 완성되는데 이미지를 입히는 과정에서 반나절 이상이 소모된다”며 “답답하고 곤혹스러운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지면 기사에 익숙한 취재기자들이 빠르게 돌아가는 온라인 환경에 적응을 못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최근엔 각 매체들이 경쟁적으로 새로운 포맷의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어 아이디어를 내놓는 데도 SNS에 친숙한 대학생들에게 밀린다. 4년째 온라인 부서에서 일하고 있는 기자 B씨는 “가끔 기획 회의를 할 때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내놓는 대학생들을 보며 콘텐츠를 바라보는 시각부터가 다른 걸 새삼 느낀다”라며 “5년만 차이가 나도 디지털 세대차이가 뚜렷하게 구분된다”고 했다. 온라인 부서의 간부 C씨도 “취재 기자들이 대부분 출산·육아 등을 생각하고 부담 없이 (온라인팀에) 오는데 막상 적응 부족으로 힘들어하는 후배들을 종종 본다”며 “뚜렷한 취재 성과도 없고 콘텐츠 제작에서도 인턴이나 젊은 기자들에게 밀려 허송세월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기자들은 언론사들이 디지털 강화를 내세우는 데 비해 교육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주요 일간지의 한 온라인 기자는 “간부들이 경쟁사 기사를 보여주며 ‘왜 우리는 이런 혁신 콘텐츠를 못 내놓고 있느냐’고 재촉하기만 하고 정작 제대로 배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물론 사내 교육을 전략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언론사들도 있다. 중앙일보는 기자들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디지털 사내교육을 유지해왔다. 또 디지털전략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수시로 간부와 직원들에게 온라인 부서의 동향을 보고하고 의견을 받고 있다. 이 중엔 편집국 인력이 아이디어 뱅크가 돼 온라인 부서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포토샵이나 프리미어 등 디지털 업무에 필수적인 기술도 강사비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기자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중앙일보의 한 기자는 “최근 발표된 혁신보고서는 장기적으로 이뤄진 사내 교육을 비롯해 다양한 토론 등 아래로부터의 의견을 잘 수렴한 결과의 산물”이라고 전했다.


스브스뉴스로 호평받고 있는 SBS는 지난 2013년 전부터 정기적으로 디지털 사내 교육을 적극적으로 진행해왔다. 올 4월 열린 리더십캠프에서는 기자들과 사내외 전문가들이 모여 디지털트렌드에서 회사가 나아갈 방향을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또 이달 20일부터 29일까지 진행되는 비전캠프에서도 모바일 환경에 맞는 콘텐츠를 구상하고 SNS로는 어떤 방식으로 유통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논의한다. SBS CNBC의 3년차 기자는 “SNS로 노출되는 콘텐츠를 만들 때 취재는 기자가 하고, 제작은 자회사인 콘텐츠허브에서 하는 등 분업화가 잘 돼 있다”며 “초반엔 디지털 사업이 잘 될까 하는 우려가 많았는데 지금은 국장이 젊은 직원들과 분기별로 워크숍을 갖는 등 적극적으로 디지털 사내교육을 추진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뉴미디어 사업에 상대적으로 뒤늦게 뛰어든 MBC도 올 하반기엔 디지털 사내교육에 발 벗고 나섰다. 피키캐스트나 HP코리아 등 혁신적인 콘텐츠로 업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대표들을 초빙해 일선 기자들에게 교육시키고 있는 것. 기자들은 의무적으로 디지털 교육을 완수해야 한다. 지난 9월부터 시작된 하반기 디지털 사내 교육은 도입·파괴와 혁신, 디지털 콘텐츠 제작의 기본, 데이터 저널리즘 총 3가지 파트로 나눠 진행된다. MBC의 한 기자는 “뻔한 디지털 교육일거라고 생각했는데 업계의 수익구조를 그대로 공개하는 등 미래 언론사의 먹거리를 고민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됐다”고 했다. MBC는 내년 상반기 내에 SBS의 스브스뉴스와 같은 콘셉트의 부서를 2~3개 꾸릴 계획이다.


KBS는 6주간의 디지털미디어 아카데미를 열어 기자들의 학습을 유도하고 있다. 지난 4월과 7월에 이어 10월 강의까지 3차례 교육이 이어지고 있다. 총 교육인원이 25명에 한정된 만큼 대상 또한 3직급(기자 7~8년차)이상으로 제한됐다. KBS의 한 관계자는 “미디어 환경 변화와 외부 플랫폼 학습, 미래 전략 구상 등을 배울 수 있어 교육을 받은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전했다.


물론 이마저도 제대로 활용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경향신문의 한 기자는 “체계적인 디지털 교육 프로그램이 있어도 그림의 떡인 경우가 많다”며 “실제로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디지털 교육도 업무의 연장선상으로 인정해주는 분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사내 교육이 있어도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의무교육이 아닌 이상 대부분의 기자들은 수강을 위해 부서장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데, 부서 내 간부들이 6개월간의 직원 공백을 대놓고 부담스러워 하고 있는 것. 한국일보의 한 기자는 “디지털 전략을 제대로 펼치기 위해선 뉴스룸 수뇌부가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며 “지금처럼 (디지털의) 중요성을 인지하는 데만 그칠 게 아니라, 각 언론사들이 실질적인 교육 프로그램과 함께 기자들이 마음 편히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를 유도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