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우 기자 2015.10.28 12:52:35
정연국 MBC 시사제작국장이 지난 25일 청와대 신임 대변인으로 임명된 데 대해 언론계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무엇보다도 현직에 있는 언론인이 하루아침에 자신이 감시하고 비판해야 할 권력기관의 입이 된다는 데 대한 반발이 크다. MBC 기자협회는 26일 성명을 통해 “선배와 후배, 동료 기자들 그리고 나아가 공영방송 MBC의 얼굴에 지울 수 없는 먹칠을 했다”며 “참담하고 부끄럽다”고 비판했다. 이날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도 “인사 조치를 한 청와대에 강력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사측은 회사의 명예를 더럽히는 이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윤리강령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울산 출신의 정 대변인은 울산MBC 보도국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 후 MBC에는 1995년 경력 공채로 입사했다. 이후 MBC 뉴스투데이 앵커, 런던특파원, 사회2부장을 역임했고 최근까지 시사프로그램 ‘100분 토론’을 진행해왔다. 그는 인선 발표 이틀 전인 지난 23일 사표를 제출했다. 회사를 나오기 바로 직전까지 100분 토론을 진행하다 ‘청와대로 가는 게 아니냐’는 소문이 돌기 시작하자 곧바로 사직서를 낸 것이다.
현역 언론인이 정치권으로 자리를 옮길 경우 최소한의 공백 기간을 거쳐야 하는 것이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언론 윤리다. 정치권 입문을 앞둔 언론인이 공정한 보도를 할 수 있겠느냐는 의심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정 대변인은 지난 13일 ‘100분 토론’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남은 과제’를 토론했고, 지난 20일엔 ‘박근혜 대통령 방미 이후 한반도 정세’를 주제로 다루는 등 사표를 내기 직전까지 민감한 사회 현안에 대한 토론을 진행했다”며 “이같은 사례가 많아질수록 앞으로도 ‘여기 있다가 정치로 입문하면 되겠구나’하는 언론인들의 도덕불감증이 만연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외부 비판에는 아랑곳 않고 현직 언론인을 끌어오는 청와대의 태도도 문제로 제기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 홍보수석과 대변인 자리에 꾸준히 현직 방송 언론인을 임명해왔다. 지난 2013년 2월엔 이남기 당시 SBS미디어홀딩스 대표이사를 홍보수석으로 선임했고, 지난해 2월엔 민경욱 당시 KBS 문화부장을 대변인으로 발탁했다. 같은 해 6월엔 윤두현 디지털YTN 사장을 홍보수석으로, 올 2월엔 그 자리에 김성우 SBS 기획본부장을 대신 앉혔다. 박근혜 정부 들어 주요 4대 방송사인 KBS와 MBC, SBS, YTN에서 청와대 인사가 나온 것이다. 방송을 통해 알려진 언론인들을 통해 박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를 완화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오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최 교수는 “정치권력은 언론계와의 밀월 관계를 통해 언론의 감시·비판 기능을 무력화 하고 있다”며 “언론인 개인의 자유가 일정정도 침해되더라도 공정성 확보를 위해 현직 언론인이 정치로 곧바로 나갈 수 없게 하는 법적 제재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정 대변인 임명과 더불어 한 달여간 공석이었던 춘추관장에 강원 춘천 출신의 육동인 금융위 대변인을 임명했다. 육 춘추관장은 한국경제신문 뉴욕특파원, 논설위원, 국회사무처 홍보기획관,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 등을 거쳐 지난해 11월부터 금융위 대변인으로 재직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