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기자연맹(IFJ)과 독일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FES)이 공동 주최한 전략회의와 워크숍이 지난 10월 15~16일 이틀 동안 ‘천사의 도시(끄룽텝, Krung Thep)’로 불리는 태국 방콕에서 열렸다. 세계 20여개국의 현역 언론인들과 함께 필자가 한국기자협회를 대표해 참석한 이번 회의에서 각국의 언론인들은 최근 언론 현실에 대해 진단하고, 향후 나가야 할 발전방향에 대해 심도 있는 토론을 벌였다. 각국 언론계의 현실을 한 마디로 응축하면 ‘위기와 도전’이었고, 바람직한 언론의 미래를 어떻게 만들어갈지를 놓고 치열한 논쟁과 토론이 펼쳐졌다.
첫날 토론에서는 아시아를 포함한 언론의 위기와 국가권력 및 기업권력에 의해 침해당하고 있는 언론의 현실에 대한 진단과 성찰이 진행됐다. 아프카니스탄에서는 알 카에다, 지하드, 이슬람제국(IS) 등 테러단체의 숱한 테러행위와 언론인을 포함한 민간인 살해 현실, 태국에서는 군부 쿠데타 이후 정치 관련 뉴스는 사실상 실종된 언론 현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서는 언론에 대한 정부의 간섭과 통제 시도, 언론인들의 위축 현상이 각국 언론인들에 의해 지적됐다. 한국의 경우 갈수록 언론의 위상이 추락해 ‘국경 없는 기자회’가 발표한 2015년 언론자유지수가 180개국 중 60위에 그치고 있는 현실과 증폭되는 정부와 자본의 부당한 압력 문제도 각국 참가자들에 의해 지적됐다.
전문가 집단 발제에서는 노동시장 전반의 문제점이 지적됐다. 프랑스 출신인 마티외 코냑 국제노동기구(ILO) 국장은 발제를 통해 “세계 경제의 침체와 시장의 불확실성으로 심각한 실업난이 진행중이며, 특히 아시아지역 언론사에서는 5명 중 1~2명만이 어느 정도 안정적인 취업을 통해 일을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언론계와 청년세대와의 소통에 대해 발제한 유나스 팅 독일언론인연맹 교육직업국 국장은 “덴마크에서는 언론인연맹이 중심이 되어 각종 비공식 모임과 공식행사에 언론에 관심을 가진 대학생들을 초청하고, 이들이 언론계 현안에 익숙해지는 기회를 자주 만든다”며 “이들이 페이스북 그룹을 만들고 서로 소통하는 장을 활성화시키면서 미래 언론인으로 성장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틀째 토론도 뜨거웠다. 대학생 기자부터 35세까지의 현역 언론인을 대상으로 한 ‘청년 언론인’ 문제는 향후 더욱 커질 언론의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주요한 화두로 지목됐다. 언론계의 미래가 될 이들 청년 언론인을 육성하고 키워나가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토론의 주제가 됐고, 청년 언론인을 언론사 간부나 데스크의 지시를 받고 게이트키핑의 대상이 되는 소극적인 언론인으로 다뤄서는 안된다는 의견들이 토론의 주류를 이뤘다. 청년 언론인이 언론사의 주요 결정이 이뤄지는 이사회, 편집회의 등에 일정 비율로 반드시 참석해 이들 세대의 의견을 언론보도에 반영토록 하는 등 각종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공감대를 이뤘다.
국제기자연맹은 내년 3월에 추가로 이같은 전략회의를 개최한 뒤 하반기에 프랑스에서 각국 언론의 대표자회의인 IFJ콩그레스를 열고, 언론의 현실을 분석하고 미래를 전망한 뒤 선언문 발표와 함께 향후 언론계의 발전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이번 회의에서 많은 참가자들은 민주주의와 언론자유를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는 한국 언론과 기자들에 대해 연대의식을 표시하며, 아시아 언론 발전에 함께 나서자는 이야기를 나눴다.
필자는 귀국한 뒤 무하마드 아민 유세프 파키스탄 언론연맹 사무총장으로부터 “민주주의와 언론자유를 위해 노력하는 한국 언론인의 열정과 헌신에 감탄했으며, 한국이 아시아의 리더십을 키워나가주길 바란다. 한국기자협회와 상호 협력하고, 파키스탄에도 초청해 한국의 경험과 지식을 나누고 싶다”는 내용의 메일을 받았고,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미얀마 태국 등 각국 언론인들의 연대 의사를 메시지와 전화를 통해 건네받았다. 우리 한국 언론이 아시아의 대표적인 민주국가답게 자유와 진실, 정론이라는 큰 역할을 해주길 바라는 아시아 언론인 친구들의 기대에 부응해 곳곳에서 더 좋은 언론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펼쳐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