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언론도 역사 교과서 국정화 '우려·반대' 목소리

"국가가 학생들의 교과서 선택권 박탈"
"유신시대 반민주적 행태 정당화 속셈"

이진우 기자  2015.10.14 14:45:27

기사프린트

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안을 최종 확정하며 12일부터 공식적인 법적 절차를 밟게 됐다. 2013년 교학사 교과서 사태로 역사교과서 갈등이 불거진 후 2년 만에 정부가 국정화를 밀어붙인 결과다. 하지만 야당은 물론 역사학계와 교육 현장 등에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는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라고 반발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보수언론을 포함해 대부분의 신문들은 국정교과서에 회의적이다. 조선일보는 13일 사설을 통해 “정부가 ‘균형교과서’, ‘통합교과서’ 등 국정이란 수식을 피하려고 하지만, 어떤 표현을 쓰더라도 국가가 교과서 발행을 독점해 학생들의 선택의 여지가 없어지게 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왕에 결정이 난 이상 대통령이 직접 나서 왜 단일화해야 하는지 국민에게 설명하고, 임기 내 서둘러 마무리할 생각보다는 시간을 두고 전문필진을 구성해 제대로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날 중앙일보도 ‘올바른 한국사 교과서의 전제조건은’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국정교과서는 전 세계적으로 북한과 베트남 등 극소수 국가만이 채택하고 있다”며 “개방성·다양성·창의성을 위해 역사해석의 권한을 민간이 향유하고 있는 국제적 흐름에 역행한다”고 비판했다.


유신시대의 독재를 언급한 부분도 눈에 띈다. 한겨레신문은 13일 ‘상식과 국격의 파괴’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과거 대통령 가족의 반민주적인 행태를 정당화하기 위한 한풀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날 경향신문도 “박 전 대통령이 산업화를 주도한 사실만 다루고 유신시절의 인권유린 행위를 쓰지 못하게 한다면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보수매체인 동아일보도 지난 8일자 사설을 통해 “10월 유신에 대해 우리는 한국적 민주주의를 정립하고 사회의 비능률과 비생산적 요소를 불식해야 할 단계에 와 있다고 가르친 1974년식의 국정교과서 체제로 돌아갈 순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가 위헌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신문이 12일 보도한 기사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1992년 11월 중학교 국어 교사가 국어 교과서 국정화 문제에 대해 청구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본안 판단과 별개로 “국사 교과서는 다양한 견해를 소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다음날 경향신문도 “강력한 통제권과 감독권을 행사하는 국정교과서는 헌법이 강조하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정국이 국정교과서 블랙홀 속으로 급속히 빨려들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국정화 방침 확정을 ‘역사 쿠데타’로 규정하고 장외투쟁까지 불사하는 원내외 비타협 투쟁을 공언했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도 국회에 제출했다. 시민사회도 당정의 밀어붙이기식 국정교과서 추진에 반발하고 있다. 12일 한겨레신문의 ‘보수 학계 반대에도 대통령의 국정화 독주’ ‘임기내 밀어붙이는 박근혜교과서, 시민불복종 불붙는다’라는 제목의 기사에 따르면, 역사학계와 전교조는 물론이고 청년단체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전교조는 “국정화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며 헌법소원을 검토 중이고, 광주·전북교육감도 “교육감이 가진 권한으로 모든 대응을 하겠다”며 “별도의 한국사교과서를 만들 것”이라고 했다.


각계각층의 반대에도 국정화가 추진되는 건 현행 검정교과서가 이념 편향적이라는 지적이 있기 때문이다. 1년 만에 졸속 강행이라는 우려를 듣고서라도 손을 보긴 봐야 한다는 것. 중앙은 13일 “기존 8종의 검정 교과서는 심의과정이 엉성해 편향성과 오류를 걸러내지 못한 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동아도 이날 “방법론으로서 국정화에는 반대할지라도 현재 중·고교 역사교과서가 이념 편향적이라고 느끼는 국민이 많다”는 점을 강조했다. 여권은 국정교과서를 ‘올바른 역사교과서’로 명명하며 여론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현행 검정교과서의 한계를 꾸준히 설파해 비판 여론을 잠재우겠다는 전략이다.


교육부는 다음달 2일까지 구분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 뒤 확정·고시할 예정이다. 11월에는 교과서 집필진 및 교과용 도서 편찬 심의회를 구성한 뒤 1년간 집필이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