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방송’ KBS가 지난 7일 사장공모 절차를 시작한 가운데 조대현 사장의 연임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임 도전이 거의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는 게 언론계 중론이다. 사장 공모가 시작되면서 공은 KBS 이사회로 넘어갔지만 기대를 걸기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대야소’ 공영방송 지배구조에서 공정방송을 담보하기 위한 ‘특별다수제’ 등이 논의되고 있지만 여권 추천 이사진들이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 특별다수제는 사장선임 등 주요 안건에 대해 재적이사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 의결하는 방식이다.
더욱이 후임 사장 선출과 관련된 회의가 비공개로 진행되면서 ‘밀실 인사’논란이 또 다시 일 것으로 보인다.
조대현 사장 연임 도전 확실시
KBS이사회는 지난달 23일 이사회를 열고 차기 사장 후보자 선정을 위한 공모절차를 의결했다. 이에 따라 7~14일 후보자 접수와 21일 서류심사 등을 거쳐 이달 26일 면접을 실시할 예정이다.
최대 관심사는 조대현 사장의 연임 여부다. 조 사장은 지난 5일 KBS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연임을) 고민해 보고 있다”고 밝히는 등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다. 반면 KBS 안팎에서는 조 사장의 재도전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승만 정부 망명요청설 보도’에 대한 반론보도 및 문책성 인사, 이승만·박정희 정부에 대한 평가가 담긴 프로그램 ‘훈장’의 방영 연기 등 일련의 사건들을 연임을 겨냥한 조 사장의 사전 작업으로 보고 있어서다.
이에 대한 KBS 구성원들의 여론은 좋지 않다. KBS노동조합(1노조)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새노조), 4개 직능협회는 지난 7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사장 응모 포기를 종용하는 등 공개적으로 연임반대 의사를 밝혔다.
새노조가 지난 8일 공개한 신임투표(1~7일 실시)결과에서도 총 투표자 1092명 중 900명(82.4%)이 불신임 의사를 드러냈다.
심지어 KBS이사회조차 조 사장에 대해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여권 추천 이사만으로도 임명제청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여건(여 7명, 야 4명)이지만 이들도 조 사장의 연임을 마냥 반기지는 않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한 KBS 이사는 “조 사장이 광복 70주년 프로그램 등을 통해 열심히 어필했지만 여권 이사들 사이에서도 ‘잘못했다’, ‘노력은 하지 않았냐’로 평가가 양분되는 것 같다”며 “(길영환 사장 퇴진 후 임명될 때) 여권에서 밀던 인사가 아니어서 여전히 신뢰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 사장의 지난해 7월 취임은 이사회 내 야권 이사 4명에 여권 이사 2명의 동의가 더해지면서 가능했다. 이를 두고 KBS 내부에서는 ‘배신의 정치’에 민감하게 반응해 온 청와대가 조 사장을 못 미더워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곤 했다.
국회 인사청문회도 변수다. 지난해 5월 국회법 개정에 따라 KBS 사장 후보자는 11월 초 예정된 청문회에서 병역·재산·자격 문제에 대한 검증을 받게 된다. 이 과정에서 후보자가 낙마하는 최악의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KBS이사회 ‘밀실인사’ 논란
이번 선출 절차를 계기로 KBS이사회가 정치적으로 독립된 공영방송을 만들기 위한 제도개선을 이뤄낼지도 시험대에 오른다.
특히 14일 이사회에서 논의되는 특별다수제가 여야 추천 이사들의 합의를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여대야소의 이사회 구성에 따른 ‘친 정부 사장’ 논란을 불식시킬 수 있는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한 야권 이사는 “더 많은 지지를 받는 사장 후보자가 청문회에 설 수 있도록 설득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도 “현실적으로는 합의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사장선출 절차와 관련한 KBS이사회의 비공개 방침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KBS이사회는 지난 7일 회의에서 사장 임명제청 관련 안건에 대한 논의를 비공개로 진행했다. 지난해 5월 개정된 방송법 제46조에 따르면 이사회는 공개를 원칙으로 하되 △타 법령에 따라 비밀로 분류되거나 공개가 제한된 내용이 포함된 경우 △명예훼손 및 정당한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을 경우 △감사·인사관리 내용으로 공개 시 공정한 업무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경우 등을 예외로 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사님들 마음대로’ 회의가 비공개되거나, 공개 대상이 아닌 간담회로 대체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도 야권 추천 김서중 이사 등이 “비공개 진행 시 방송법 공개 취지를 위반하는 것”이라며 회의 공개를 요구했지만 표결을 통해 결국 비공개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지난 8일 논평을 통해 “KBS이사회는 공정한 사장 선임의 전제가 되는 절차의 투명성을 시작부터 내팽개치고 있다”며 “충분한 사회적 합의 없이 KBS 사장을 ‘밀실’에서 ‘다수결’로 뽑겠다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