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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명예훼손글 제3자 신청 결국 가능

방심위, 개정안 입안 예고...언론시민단체 "공인비판 재갈물리기"

최승영 기자  2015.09.24 19: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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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가 제3자의 신청이나 직권만으로 인터넷상 게시글의 명예훼손 심의와 제재(삭제)를 가능케 하는 심의규정 개정안을 결국 입법예고했다. 언론·시민단체는 ‘공인 비판에 재갈물리기’ 처사이며 반대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눈가림에 불과하다며 방심위를 강력히 규탄하고 나섰다.

방심위는 24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 19층 대회의실에서 전체회의를 열어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 일부개정규칙안 입안예고에 관한 사항>을 상정하고 심의위원들 만장일치로 원안 입안예고했다. 골자는 심의규정 제10조 2항 등의 개정이다.


현행 규정은 “명예훼손 등 타인의 권리 침해와 관련된 정보는 당사자 또는 그 대리인이 심의를 신청해야 심의를 게시한다”고 하고 있지만, ‘당사자 또는 그 대리인’이라는 부분이 삭제된다. 통신심의 규정상 명예훼손 신고가 ‘친고죄(親告罪)’에서 ‘반의사불벌죄(反意思不罰罪)’로 바뀌게 되는 셈이다. ‘친고죄’의 경우 피해 당사자의 신고에 의해서만 공소를 제기할 수 있지만 ‘반의사불벌죄’는 피해 당사자가 원치 않는다는 의사표시를 하면 처벌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즉 인터넷상 정보의 명예훼손을 두고 제3자가 타인에 대한 심의요청을 할 수 있게 되고, 방심위 직권으로 심의에 착수하는 것도 가능해진다는 소리다.

방심위는 당초 지난 7월9일 전체회의에서 개정안의 입안예고를 의결하려 했지만 야당 추천 심의위원들의 반대로 보류한 바 있다. 당시 박효종 위원장은 기간에 구애받지 말고 충분한 의견수렴 진행을 거쳐 의결하기로 하고 일단 입안예고를 하자고 제안했지만, 야당 추천 위원들은 법리적 검토의 필요성, 절차적 미비점과 개정에 따른 부작용 등을 거론하면서 추후 재논의하기로 했다.


이후 수차례 토론회 등 의견수렴 절차 과정을 거치면서 언론·시민단체의 성토가 잇따랐다. 주된 의견은 심의규정 개정이 ‘고위 공직자 비판에 대한 재갈 물리기이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것’이라는 지적이었다. 이에 박 위원장은 지난달 방심위 주최 토론회 등을 통해 수 차례 “공인에 관해서는 사법부에서 유죄판단이 나온 후 제3자의 신고를 허용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날 토론에서도 공인에 대한 인터넷게시글 명예훼손 심의문제를 비롯해 그동안 개정을 두고 제기된 다양한 문제가 다시 거론됐다. 여야 추천 방심위원들의 의견은 평행선을 달렸지만 오랜 의견수렴 과정과 회의를 거친 만큼 입안예고의 보고까지는 일단 수용한다는 것이 공통된 분위기였다.

장낙인 방심위 상임위원은 “공인에 대한 부분은 더 이상 거론하지 않겠다. 여러 차례 말한 바가 있고 공인과 관련해서는 법적 판단이 가능해진 후 심의하겠다고 한 부분이 있고, 이에 대해 시민사회단체의 의혹을 불식해달라”며 “공인의 가족이나 보좌진들은 공인에 포함시킬 것인지 아닌지 짚고 넘어갈 문제라고 생각한다. 표현의 자유 문제를 가볍게 여기지 말고 진지하게 고민해달라”고 당부했다.


장 위원은 또 △방심위의 심의는 사법행위와는 다르고 명확성·최소한의 원칙에서 이뤄져야 하는 만큼 개정근거로 내세운 상위법 체계와의 충돌은 일어나지 않고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정보가 공론화돼 권리구제 확대라는 목표에 부합하는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으며 △반의사불벌죄라 해도 피해자의 의사를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한 만큼 실질적으로 친고죄랑 차이가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윤훈열 위원은 “위원들이 충분히 많이 논의했고 반대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경청해줘서 논리적 상황적으로 인정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지만 절차라고 하는 부분에서 보고를 받는 것에 대해서는 수용을 했다”면서 “위원장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공인의 경우 (법적판단이 나기 전에는 명예훼손 심의를)수용하지 않겠다고 한 부분이 오늘 보고를 원활하게 하는 요소인 것 같다”고 했다.

함귀용 위원은 “공인이라는 것이 법률용어는 아니기 때무에 규정에 명문화하는 건 적절히 않다고 본다. 다만 공인에 대한 명예훼손 처리는 위원들이 ‘운영의 묘’를 살려 더욱 엄격하게 표현의 자유를 존중한다는 뜻을 속기록에 남긴다면 이보다 더 좋은 안전장치가 어디있겠나”라고 밝혔다.

함귀용 위원은 “소위 정치인, 공인의 명예훼손에 관한 문제는 심의 과정에서 탄력적으로 운영하면 된다는 위원장의 말에 100%동의하고 이미 대법원도 일반인보다 비판의 자유를 더 허용하는 게 우리 대법원 입장”이라며 개정안의 입법예고를 반겼다.

방심위 심의규정 개정안 입법예고를 두고 언론·시민단체는 격렬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사)오픈넷, 언론소비자주권행동,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9개 언론·시민단체는 이날 회의 직전 방송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명예훼손 제3자 신고·직권 심의 개정안’을 당장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또 심의규정 개정을 반대하는 1000여명의 네티즌들의 반대서명을 박효종 위원장에게 전달했다.

언론노조 등은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현행 심의규정에 대하여 명확한 개정의 이유와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개정을 밀어붙이는 배경에 대하여 강하게 의혹을 제기하는 바이며, 심의규정 개악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공인에 대한 명예훼손 글의 경우 사법부가 유죄판단을 내린 경우에 한해 심의를 개시하겠다’는 방심위의 입장에 대해 “공인에 대한 비판을 차단하는데 악용될 것이란 우려를 스스로 인정한 것에 불과할 뿐, 실효성도 없고, 법적 강제력도 없는 것으로 반대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눈가림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박효종 위원장은 시민사회단체와의 공식면담에서 충분한 사회적 합의 없이 개정안 처리를 강행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두 달이 넘게 진행된 금번 개정안에 대한 사회적 논의 결과는 명백하다. 네티즌, 시민사회단체, 법률가, 방심위 내부 직원들 모두 개정안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이를 반대하고 있을 뿐, 이번 개정안으로 달성할 수 있는 공익은 어디에서도 소명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명예훼손은 주관적인 문제고 이로 인해 혜택을 볼 수 있는 것은 힘 있는 사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재력이 있는 사람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공인에 대한 3자 심의신청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건 큰 의미가 없다. 누가 공인이고 아닌고 기준이 없다. 또 공인에 대한 평가는 공인이 아닌 사람 평가와 연관이 있다”며 “결국은 내부자 고발이나 비리 폭로 등을 매우 쉽게 차단하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개정안은 20일간 입안예고 된 후 10월 중 해당 상임위에 보고될 예정이다. 11월 중 전체회의 심의의결 후 확정돼 공표 시행된다.

한편, 언론·시민단체 구성원 중 일부는 이날 심의규정 개정안 입안예고 회의 방청에도 참석했다.


회의진행 중 이들 대표로 방청석에 자리잡은 박경신 교수가 사회적 합의없이 개정안 처리를 강행하지 않겠다는 박효종 위원장의 약속준수를 촉구하며 발언권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방심위 사무국 직원 등이 위원장의 지시 없이 반말, 고성 등을 통해 발언을 막고 퇴장을 강요하면서 고성과 가벼운 몸싸움이 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