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영 기자 2015.09.23 14:17:42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지난 3월 영업일지가 유출되며 파문을 일으킨 MBN미디어렙과 MBN의 불법 광고영업행위에 대해 과징금과 과태료를 부과했다. 민영 미디어렙 도입 후 불법 영업행위를 최초로 확인하고 제재한 점은 의미가 있지만 곳곳에서 봐주기 정황이 나타났다.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법의 사각지대에서 이뤄지는 불법적 영업행위를 막기 위해 협찬·광고 관련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MBN, 보도 프로그램에서 광고방송
방통위는 지난 16일 전체회의를 열고 MBN미디어렙이 ‘방송광고판매대행 등에 관한 법률(미디어렙법)’에 따른 금지행위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하고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억 4000만원을 부과하기로 의결했다.
방통위 조사에 따르면 이번에 적발된 프로그램은 ‘다큐M 백수오편’, ‘천기누설 아로니아편(2건)’, ‘천기누설 마늘과생강편’ 등 총 4건이다. MBN미디어렙은 협찬주로부터 돈을 받고 이미 편성이 확정된 프로그램을 협찬 프로그램으로 바꿀 것을 MBN에 요구하는 등 광고판매대행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방송사업자의 기획·제작·편성 등에 개입할 수 없다는 미디어렙법 15조를 위반했다.
특히 적발 프로그램 중 3건은 협찬주의 제품이 홈쇼핑 광고에 나가는 시간대에 맞춰 MBN프로그램이 편성되도록 개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큐M 백수오편(내츄럴엔도텍 협찬)’ 등은 롯데홈쇼핑 채널에서 내츄럴엔도텍의 백수오 관련 상품판매 방송이 나가기 직전 시간대에 편성돼 방영됐다.
방통위는 “이번 시정조치를 받은 MBN프로그램의 대다수가 이미 제작된 방송물을 재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추가 제작비용이 들지 않는데도 재방송하는 대가로 새로운 협찬계약을 체결하고 협찬금을 받은 사실도 확인됐다”고 전했다.
아울러 MBN은 이날 협찬금을 받고 광고가 금지된 보도 프로그램에서 광고효과를 준 2건에 대해 방통위로부터 각각 500만원씩, 총 10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MBN보도프로그램 ‘경제포커스’는 지난해 12월 협찬계약을 체결한 한전에 대해 차별적인 상호노출 등을 함으로써 방송법에 규정되지 않은 광고를 제공했다. 같은 해 10~12월 ‘싱싱경제’는 협찬을 받은 농협 판매 상품을 소품으로 활용하며 금지된 간접광고를 제공해 방송법 제73조를 위반했다.
이에 대해 MBN관계자는 “MBN은 과태료를 납부할 방침”이라면서도 “MBN미디어렙은 방통위의 과징금 부과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고, 합법적 절차를 통해 적극 소명해 방통위의 오해를 풀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방통위의 이번 조사는 민영 미디어렙 도입 후 불법행위를 처음으로 제재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지만 한계 역시 분명히 드러냈다.
조사 한계…솜방망이 처벌 목소리
MBN의 불법 광고영업행위는 지난 3월 미주 한인주간지 ‘선데이저널’이 MBN미디어렙의 영업일지를 입수해 보도하면서 드러났다. 이후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 등 언론·시민단체가 해당 내용을 신고하면서 방통위는 MBN과 MBN미디어렙을 대상으로 조사를 해왔다. 민원접수가 이뤄진 게 지난 3월31일이었으니 약 6개월 만에 나온 조사결과다.
신고 당시 민원내용을 보면 민언련은 공개된 MBN영업일지 중 통상적인 광고영업 행태로 보기에 무리가 있는 사안 54건을 유형별로 묶어 지적했다. 또 인터넷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판단한 37건 중 21건이 실제 방송에 반영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방통위는 이번 조사를 통해 단 6건에 대해서만 처벌했다. 민언련은 지난 17일 논평을 통해 “조사의 한계에 부딪쳐 실질적 위반을 입증하지 못한 것이라면 정황상 위반이 의심되는 사안을 정리해 검찰에 고발하면 될 일”이라며 나머지 조사결과도 공개하라고 질타했다.
방통위의 제재가 ‘봐주기’ 일색이고,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평도 나온다. 실제 MBN미디어렙의 경우 과징금 부과 기준을 ‘중대성 보통(3억원)’으로 정하고 자료제출 지연 등으로 10%를 가산했다가,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했다는 이유 등으로 30%를 깎아줬다. MBN은 한전, 농협 등과 7000만원의 협찬계약을 맺고 보도 프로그램에서 광고효과를 줬지만 과태료는 1000만원에 불과했다. 방통위는 이에 대해 “동일한 위반행위가 처음 발생한 점” 등을 고려해 과태료를 절반으로 감경했다고 밝혔다.
방통위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가 MBN의 제재수위를 낮추기 위해 ‘짬짜미’를 한 정황도 나왔다. 방통위는 MBN 제재 과정에서 방심위가 경징계를 내린 점을 과징금 감경 근거로 삼았다. 방심위는 한전을 홍보한 ‘경제포커스’가 방통위 조사 중이라는 이유로 의결을 보류하다 지난 2일 기습 상정, 행정조치인 ‘의견제시’로 의결했다. 방통위의 제재 일정이 잡히자 이 같은 수순을 밝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문제는 이번에 처분을 받은 MBN 외 종편의 이 같은 광고·협찬 영업실태가 공공연한데도 이를 규제할만한 제도가 미비하다는 점이다.
방통위는 현재 TV조선과 채널A에 대해서도 관련 사실조사를 마무리하고 최종협의만을 남겨둔 상태다. 앞서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5월 TV조선이 영향력 있는 CEO선정 보도를 대가로 후보자 기업에 협찬금을 요구한 사실을 알린 바 있다. 또 TV조선과 채널A가 공공기관으로부터 거액을 받고, 이 기관의 구제역 확산 방지조치를 보도하는 용역을 체결한 사실도 드러났다. 미디어렙이 아닌 모회사와 계열사를 통해 영업해 온 사실도 공개됐다.
불법 광고 규제 위한 제도개선 필요
하지만 제재를 받는 것은 이번에 과징금·과태료 부과를 받은 MBN, MBN미디어렙으로 한정될 가능성이 높다. 방통위 김성욱 방송시장조사과 과장은 지난 18일 기자협회보와 통화에서 “신고한 부분과 조사한 부분이 차이가 있을 수 있다. MBN과는 신고된 내용이 다르고, 기자의 광고영업이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수는 있지만 위법은 아니다”라며 “방통위가 하는 일은 해당 행위가 방송법에 관련 근거가 있고 처벌이 가능한지 판단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법의 사각지대를 이용한 불법적 광고·협찬을 막을 수 있는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삼석 방통위 상임위원은 “현행법에는 협찬고지의 허용범위와 세부 기준은 마련돼 있지만 협찬 범위 등에 대해서는 기준이 없다. 종편은 이 틈새를 이용해 영업하는 것”이라며 “협찬고지에서 보도·시사·논평 등을 예외라고 한 것은 협찬도 안 된다는 의미다. TV조선과 채널A 심결 과정을 협찬제도 미비점을 개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방통위가 현장조사를 할 권한이 없는 점도 개선돼야 할 부분이다. 이번 조사 과정에서 방송사 등이 자료제출이나 열람을 거부하면 방통위는 강제할 수단이 없었다. 최성준 위원장은 “방송의 독립성, 공공성 등 침해 소지가 있어 제한적으로 규정한 것 같다”면서도 “방송사에 대한 것은 한계가 있지만 미디어렙사에 대한 것은 다를 수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