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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게이트 뻗치기·온라인 판갈이…추석 없는 기자들

연휴 기사 사전 제작 여념 없어
온라인 1일 3교대 24시간 가동
방송사 사회·국제부 밤샘 근무

이진우 기자  2015.09.23 13: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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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에게 추석 연휴는 먼 나라 얘기다. 연휴 전엔 기사를 미리 비축해 놓느라 바쁘고, 추석 전후엔 당직근무를 돌아야 한다. 온라인 부서는 디지털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휴일에도 24시간 근무체제를 고수한다.


대체휴무를 포함해 나흘을 쉬는 올해 추석 명절을 앞두고 기자들은 기사 준비에 여념이 없다. MBC A기자는 “휴일엔 기사거리가 없을 뿐만 아니라 취재원 섭외도 어려운 만큼 방송 분량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미리 챙겨야 한다”며 “사회부 사건기자들은 연휴 동안 하루에 2개 정도, 기획취재팀을 포함한 나머지 부서는 한 꼭지씩 미리 제작을 해둔다”고 밝혔다. 기자들은 휴일 당번을 어떻게 짜야 할지도 고민이다. 현장취재를 나가는 사건기자를 차치하고서라도 내부에서 속보 등을 챙기는 사무실 당직을 24시간 메워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사회부 방송기자는 명절에도 숨 돌릴 틈이 없다. 실시간으로 바뀌는 교통상황과 추석 풍경을 다루는 ‘헬기 취재’가 있기 때문. 반나절 가까이 이어지는 헬기 취재는 신참 기자들의 로망이기도 하지만, 고소공포증이나 어지럼증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헛걸음을 면하고 좋은 그림을 담기 위해서는 사전취재가 필수다. 연휴 전에 서울시, 도로교통공단 등을 이용해 주로 막히는 구간이나 개편된 도로 상황, 행사일정 등을 챙긴다. 온갖 노고에도 매년 비슷한 장소를 다루게 되면서 의미 없는 기사를 쏟아낸다는 비난을 듣기도 한다. 이 때문에 최근엔 새로운 장소를 물색하고 색다른 형식의 리포트를 개발하려고 하는 기자들도 있지만 헬기 취재의 여건상 쉽지 않다.



‘톨게이트’ 취재도 명절 단골 리포트다. 소음과 먼지 속에서 이뤄지는 톨게이트 취재는 그야말로 지옥이 따로 없다. KBS B기자는 “기자들도 차량을 이용해 이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막히는 곳에 제 발로 뛰어들 수밖에 없다”며 “톨게이트까지 이동하는 데만 반나절이 다 가 취재도 하기 전에 진이 빠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주요 톨게이트에 대기하고 있는 사건기자들이 취재 도중 인터뷰를 하러 차량에 뛰어들다 위험한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고 했다. 현장 취재가 아니어도 힘들긴 매한가지다. 사회부 방송기자들은 휴일에도 하루에 3명씩 3교대로 순번을 돈다. 2~3명의 야간 당직자는 오후 6시에 출근해 밤샘 근무를 하며 속보와 제보, 아침뉴스 리포트를 챙긴다.


온라인부서도 명절에 쉼 없이 돌아간다. 한 중앙일간지에 근무하는 C기자는 올 추석 연휴 때 고향에 내려가는 일정을 하루 늦췄다. 추석 당일인 27일에 당직이 걸린 이유에서다. 온라인 부서에 온 뒤 3년 간 연휴 때 연이어 쉬어본 적이 없다. C기자는 “징검다리 휴무를 버거워하는 동료도 있지만 기자라면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라며 “교통 상황이나 실시간 사건사고 등 어차피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 아니냐”고 했다. 1년 전 경제지에서 닷컴사로 자리를 옮긴 D기자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지면에 있을 땐 공휴일에 휴간이어서 부담이 덜했지만 온라인에선 당직이 우선이다. 통신사 뉴스나 제휴언론사 기사를 기사화하고, 홈페이지 판갈이를 하는 편집 업무를 동시에 해야 하기 때문이다. D기자는 “경쟁매체도 온라인 부서가 휴일순번제로 돌아가는 걸로 알고 있다”라며 “이미 한달 전부터 팀원들끼리 추석당직과 대휴 일정을 정해놓았다”고 밝혔다.


이번 추석 연휴에는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동아일보 온라인 부서 모두 24시간 근무제를 고수하기로 했다. 최근 미디어환경이 급변하며 각 언론사들이 ‘디지털퍼스트’(신문에 기사를 내기 전에 온라인에 미리 게재하는 기사)라는 이름으로 속보와 디지털 혁신 기획 등을 강화한 탓이다. 특히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 뿐만 아니라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이 같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영향력이 커진 이후 미디어 시장의 통로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퍼지며 온라인 기자들의 역할이 커졌다. 한 중앙일간지 편집국 간부는 “트위터·아이패드·스마트폰 등 뉴미디어를 활용해 취재능력을 키운 온라인 저널리스트들이 추석에 나갈 데이터 기사나 카드 뉴스, 동영상 뉴스 등 SNS기사를 미리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8년차 한 온라인 기자는 “1~2년 사이 디지털 업무가 강화되면서 인력이 더욱 부족해졌다”며 “순번을 돌려도 중복이 돼 이틀 연속 출근하는 후배들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휴간일이 정해져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편집국 기자도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다. 올 추석 대부분의 주요 신문사는 대체휴일을 포함해 27일부터 29일까지 신문 발행을 중단하지만, 사회부 지면기자들은 이 기간 동안 당직을 돌거나 자택에서 대기를 한다. 연휴 마지막 날인 29일엔 모두 부서원이 출근을 해서 다음날 기사를 준비해야 한다. 중앙일보의 한 기자는 “각 부서마다 온라인에 기사를 얼마나 냈는지의 여부가 간부평가로 이어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휴일에도 온라인 기사 생산을 소홀히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통신사의 사회부와 국제부 기자들도 교대 근무를 하며 기사를 생산한다. 통신사의 한 기자는 “추석에 출입처 자체가 문을 닫는 곳을 제외하고는 사회부와 국제부에서 1명씩 철야 근무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