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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비판이 사후 검열이라는 MBC 보도국장

박원순 아들 병역기피 의혹 보도
문제점 지적 민실위보고서 찢어
MBC본부 "사후검열 주장 참담"
부당노동행위로 노동부에 고소

이진우 기자  2015.09.22 18:4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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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가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의 병역 기피 의혹 보도를 비판한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의 민주방송실천위원회(민실위) 보고서를 놓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내 인트라넷 게시판에선 보도국 간부들과 민실위가 논쟁을 벌이는 한편 보도국장이 보고서를 뭉치째 찢고 민실위 활동을 사후 검열이라고 비판하자 MBC본부는 법적 대응을 밝히는 등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1일 뉴스데스크 보도를 통해 촉발됐다. ‘박원순 시장 아들 병역의혹 수사’란 제목의 리포트는 시민 1000여명이 박 시장의 아들 주신씨의 병역기피 의혹을 다시 제기해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는 내용을 담았다.


민실위는 일주일 후 해당 리포트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보고서를 냈다. 지난 9일 ‘기사의 ABC도 사라진 뉴스데스크’의 보고서를 통해 (리포트에) 주요 사실이 누락된 점과 반론이 담겨 있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민실위는 보고서에서 “리포트에 담긴 2개의 인터뷰 모두 의혹을 제기한 박사의 인터뷰로 박 시장 측의 주장은 전혀 담고 있지 않았다”며 “검찰 수사로 이미 무혐의 결정이 내려진 사실을 보도하지 않은 채 의혹만 부풀렸다”고 주장했다. 이어 “‘의혹을 제기한 의사들이 법정에서 판단을 받겠다며 주장해 재판이 8개월째 이어지고 있다’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다”라며 “실제로는 검찰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에 해당된다고 판단해 기소해서 재판에 서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를 보도한 김태윤 기자는 “‘세브란스병원은 두 곳의 MRI 사진이 동일인의 것이라고 밝혀’란 기사 내용으로 서울시의 반론을 반영했을 뿐만 아니라, 기자의 자의적 판단을 넣으면 반박을 넣어주는 게 취재 원칙이지만, 이 기사의 경우 검찰 수사 과정을 사실대로 나열했기 때문에 문제없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고서를 둘러싼 공방은 사내 인트라넷 게시판으로 이어졌다. 보도국 총괄 오종환 취재파트장은 자유발언대 게시판에서 “해당 보도가 나간 다음날 뉴스데스크는 ‘병역 의혹 혐의 없음 종결 반박’이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통해 박 시장 측의 해명을 주로 담았다”며 “고발한 사람들의 주장이 거의 들어가 있지 않은 리포트에 대해서는 왜 불공정하다고 주장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관련 의혹이 계속 제기되고 재판의 쟁점이 되고 국민들이 큰 관심을 갖는 사안을 보도하는 게 잘못이냐”면서 “대권 주자의 신성불가침이고 어떤 의혹 제기도 금기라 여기는 것이냐”며 반문했다.


이에 대해 민실위는 “박 시장이 보도 당사자들에게 민형사상 소송 방침을 밝히면서 그 다음날 해명 보도를 내놓은 게 아니냐”며 “급조된 반론, 소송 대비를 위한 변명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민실위는 “뉴스가 반론을 담았는지 안 담았는지에 대한 판단은 당일 뉴스를 기준으로 하는 게 상식”이라며 “다음날 반론을 넣었다고 해서 그것이 첫날 리포트를 본 모든 시청자들에게 전달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내부 게시판에서 공방을 벌이는 와중에 급기야 보도국장이 보고서를 훼손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민실위 간사가 보도국 복도 테이블 위에 비치한 보고서를 최기화 보도국장이 그 자리에서 찢은 것. 최 국장은 민실위 간사를 만난 자리에서 “민실위 보고서를 올려놓는 공간이 아니었기 때문에 찢은 것”이라며 “찢은 것은 유감이지만 사전에 허락도 받지 않았고 누가 갖다 놨는지도 몰랐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국장의 해명에도 MBC본부는 부당 행위에 대해 법적으로 대응할 방침을 밝혔다. MBC본부는 “최 국장은 평소에도 기자들에게 (민실위) 보고서를 보도국 내 비치하다 발각되면 징계하겠단 의사를 밝히거나 민실위 취재에 응하지 말라고 하는 등 조합의 자유로운 활동에 대해 심각한 개입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최 국장은 지난 17일 자유발언대 게시판을 통해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자행되고 있다”며 언론노조 MBC 민실위의 보도 사후 검열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보도 검열은 민주 사회의 존립을 위협하는 매우 중대한 범죄 행위인 만큼 사전 검열은 위헌이고 사후 검열도 법에 의해서만 하도록 제한돼 있다”며 “민실위는 자신들의 잣대와 구미가 맞지 않으면 불공정하다고 주장하며 보도국을 상대로 위협을 하는 등 명백한 언론탄압과 업무방해를 저지르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민실위 간사를 향해 보도의 사후 검열 행위와 업무 방해와 관련해 공개 사과할 것을 요청했다.


민실위 관계자는 22일 “MBC 보도국의 수장인 최 국장이 정당한 노조활동을 사후 검열로 주장한 데 유감”이라며 “참담한 심정”이라고 전했다. MBC본부는 최 국장의 민실위보고서 훼손을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에 규정된 부당노동행위로 보고 고용노동부에 고소할 계획이다. 또 검찰 고발을 통해 형법상 재물손괴죄의 책임도 물을 예정이다. 홍보국 김재용 정책홍보부장은 이번 논란과 관련해 “보도국에서 (민실위 보고서와 관련한) 공식적인 입장을 전한 바 없다”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