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호 KBS이사장의 공금유용 의혹을 두고 사측이 지난 4일 문제를 제기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이하 새노조) 측에 사과와 정정보도를 요구한 가운데 새노조가 ‘공식출장을 입증할만한 근거를 제시하라’는 논지를 골자로 하는 반박 성명을 냈다.
새노조는 9일 “누구의 초청을 받아, KBS예산으로 미국출장을 갔는가?”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공식초청이라고 주장하는 ‘이메일’ 등 근거자료의 공개를 요구했다. 또 이인호 이사장이 미국출장 중 소화한 역사강의와 만찬 참석 등 일정을 KBS 이사장으로서 정당한 공무출장이라 할 수 있는지 문제 삼았다.

새노조는 성명에서 사측의 사과와 정정요구에 대해 “마치 새노조가 아무런 근거도 없이 부당하게 의혹을 제기한 것인 양 치부하고, 사측의 부당한 해외출장과 예산유용 의혹에 대한 노동조합의 정당한 문제제기조차 ‘소설’로 매도하고 있다”면서 “의혹의 핵심은 ‘역사학자 이인호씨가 왜 미국으로 갔는가?’가 아니다. ‘이인호 KBS 이사장은 누구의 공식적인 초청을 받아 1천여만원 이상의 KBS예산을 써서 해외출장을 갔으며, 과연 이는 정당한 공무출장인가?’하는 것”이라며 포문을 열었다.
앞서 새노조는 지난 1일 노보를 통해 KBS가 미국에서 열린 행사에 개인자격으로 참가한 이 이사장에게 1100여만원의 공금을 썼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이사장이 지난 7월23일 한국전쟁 유업재단 초청을 받아 떠났던 미국출장의 배경과 보도개입 여부에 대해 새노조가 해명을 요구하자 이사회 사무국이 공식적인 출장이라고 답했지만 거짓이라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사측은 지난 4일 KBS 사내 게시판을 통해 새 노조의 의혹 제기에 대해 해명하며 “새노조 노보 주장은 허위사실”이라며 “즉각적인 사과와 정정보도를 요구한다”고 전했다. 사측은 “사실이라면 사무국측이 사실관계를 잘 모르고 전달한 부분”이라며 “재단 측은 해당 행사에 KBS 고위층이 참석해달라는 이메일 요청을 하였고, 편성본부에서 참전용사 관련 의미있는 행사에 KBS를 대표하여 주요 인사가 참석하는 것도 의미있다고 보고, 자체 논의를 거쳐 영어에 능통하고 역사학자이신 이인호 이사장이 참석하는 것도 좋겠다고 판단하여 이를 사장에게 건의, 사장이 이사장에게 참석을 정중히 요청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앞서 이인호 이사장 역시 게시판을 통해 새 노조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철저한 규명’을 KBS 감사에게 요구했다.
새노조는 “사측의 해명에 따르면 ‘한국전쟁유업재단 측이 자신들의 행사에 KBS고위층이 참석해 달라는 ’이메일‘ 요청을 했고, 다시 이를 근거로 조대현 사장이 이사장의 출장을 요청했다’는 것”이라며 “1000여만원의 비용이 드는 KBS의 해외출장의 근거가 이런 식으로 달랑 ‘이메일’ 한 장으로 처리됐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과연 그 행사의 내용이 KBS와 어떠한 업무관련성이 있단 말인가. 사측은 우선 공식초청이라고 주장하는 ‘이메일’을 누가 언제 받았으며, 그 내용은 무엇이었는지 밝혀야 할 것이다. 이사장의 정당한 공무출장이 성립하려면, 내부기안과 일상감사 등 내부의 절차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출장의 당초 목적과 내용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새노조는 이어 “만약 해외출장을 요청했다는 조대현 사장이나 해외출장을 직접 다녀온 이인호 이사장 스스로 공식초청에 의한 공무출장을 입증할만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이는 직위를 남용해 KBS의 예산을 함부로 낭비한 행위로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새노조는 또 “사측은 이인호 이사장의 이번 해외출장이 필요한 내부의 공식적인 절차를 모두 밟은 정당한 공무출장이라고 강조하고 있다”며 “그런데 이사회 사무국 직원까지 동행한 이번 해외출장에서 KBS 이사장으로서 어떤 일정을 소화했나? 역사 강의와 만찬 참석, 참전용사 기념비 참배가 일정의 전부”라고 비판했다. 이어 “출장품의를 했다고 모든 출장이 공무이고 정당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이인호 이사장의 미국 내 행적을 보면 과연 KBS이사장으로서 미국을 간 것인지 아니면 역사학자 이인호로 참석한 것인지 전혀 구분이 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새노조는 이인호 이사장이 개인자격으로 떠났던 지난 6월 중국출장을 거론하며 “이 출장은 KBS의 공무출장으로 처리되지 않았고, 이사회 사무국 직원의 동행도 없었으며, KBS예산 또한 전혀 투입되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KBS이사장으로서가 아니라 역사학자 이인호로서 참여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렇다면 과연 이인호 이사장의 6월 중국출장과 7월 미국 출장의 차이는 무엇인가? 단지, 내부기안을 거쳤는가 또는 거치지 않았는가의 차이인가? 조대현 사장과 이인호 이사장은 왜 유독 미국 출장에 대해서만 1000여만원에 달하는 비용을 KBS가 투입했는지 스스로 해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