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이다. 강원도 설악산이 소위 중앙언론에서 주요하게 다루는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지난달 28일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가 강원도 양양군이 제출한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케이블카 시범사업안 심의를 앞두면서 벌어진 일이다. 사업은 결국 심의위원들의 이견으로 표결까지 가 조건부 승인됐다.
중앙언론의 입장은 공공연했다. 건조하게 전달하거나 사업을 반대했다. 찬성하는 입장은 자취를 감췄다. 반대의사를 분명히 밝힌 일부 중앙언론의 입장이 정책 결정과 여론형성에 더 큰 영향력을 발휘했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이들의 매체력은 전국권이며, 정책결정에서 미묘한 차이는 결국 찬반이라는 선택의 순간 배제될 수밖에 없어서다. 반면 이를 환영하는 지역언론의 목소리는 지역 내에서만 맴돌았다.
이는 비수도권, 특히 강원도 지역의 의제가 다뤄지는 전형적인 방식과 무관치 않다. 강원도는 수도권에 어떤 의미인가. 단적으로 휴가철, 단풍철을 맞아 관광객이 얼마 들었다는 뉴스 이외의 소식으로 설악산이 종합일간지에 조명되는 일은 드물다. 이에 대해 강원도 지역일간지 A기자는 “강원도는 언제까지나 다른 지역 사람들을 위한 관광지로만 남아 있어야 되고, 여기 사람들은 손가락만 빨라는 소리랑 뭐가 다르냐는 게 도민들 사이에서 나오는 얘기”라고 전했다.
실제 그의 말은 근거가 있다. 강원도는 전국 최대 규제지역이다. 군사, 산림, 농업, 환경 분야 등 중복 규제로 지역 전체의 1.7배에 달하는 면적이 묶여 있다. 이에 각종 투자 및 개발 사업은 좌절됐지만 이를 벌충할 정부의 지원은 미흡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역 현안으로 추진되거나 역대 대선 공약으로 약속된 국책사업들은 경제성을 이유로 번번이 엎어졌다. 지역숙원인 동서고속화철도 사업은 역대 대선에서 단골 선거공약이었지만 30년간 이행되지 않았다. 이에 현재 강원도 경제활동 인구 비중은 전국에서 가장 낮은 실정이다. 취업자 비중은 전국에서 두 번째로 낮다. 전체 사업체 대비 영세 자영업체 비중은 85%로 전국 17개 광역시 중 가장 높다.
이번 사업을 대하는 강원도민들의 정서가 ‘절박함’이라는 설명이 나오는 이유다. A기자는 “강원도민들이 체감하기에 이번 사업은 개발이 아닌 생존의 문제”라며 “평창 동계올림픽이라는 모멘텀마저 살리지 못하면 이대로 망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설명했다. 이는 한국갤럽이 지난 1~3일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자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 강원도민 중 61%가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사업 승인소식을 찬성한 이유를 방증한다. 반대의견은 20%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에서 환경보존을 근거로 사업반대 주장을 내세우는 중앙언론의 주장이 지역민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졌을지는 명백하다. 물론 다수의 주민이 찬성한다고 모든 사업의 추진 정당성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환경문제는 더더욱 그렇다. 더욱이 설악산은 강원도만이 아닌 전 국민의 환경자원일 수 있는 만큼 중앙지들도 어떤 여론을 반영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 이때 필요한 것은 오히려 토론이다.
따라서 이런 질문이 남는다. 중앙언론은 사업추진을 원하는 지역민들을 토론장에 끌어들일 수 있을 만큼 정교한 판을 짜서 보도해 임했는가. 혹시 이번 관련 보도는 설악산을 삶의 터전으로 삼는 이를 배제하고, 설악산을 단지 관광지나 환경자원으로 보는 비강원도인들의 지지를 모으는 방식으로 접근한 것은 아닌가. 환경보존을 부르짖는 보도가 단지 특정 사업의 개발을 막는 수동적인 태도가 아니라 ‘녹색 시민’을 만드는 적극적인 목표를 향하는 것이라면 중앙언론은 이 질문에 응당한 답을 내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