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영 기자 2015.09.08 22:52:52
공영방송의 신임 이사장들이 임기를 시작하자마자 논란을 빚고 있다. MBC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고영주 이사장은 과거 ‘막말’로, KBS이사회 이인호 이사장은 ‘공금 유용’ 의혹을 받으면서 구설수에 올랐다.
지난달 21일 호선된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은 과거 한 공식석상에서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라는 발언을 한 것이 지난 3일 공개돼 큰 파장이 일었다. 이날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고영주 당시 국가정상화추진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013년 1월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애국시민사회진영 신년하례회’에서 “이 사람(문재인)이 대통령이 되면 우리나라가 적화되는 건 시간문제라고 확신하고 있었다”는 발언이 담긴 동영상을 공개했다.
고 이사장은 이 자리에서 “(부림사건은)민주화 운동이 아닌 공산주의 운동이었다. 변호인이었던 노무현 대통령이나 문재인 후보나 부림사건이 공산주의 운동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을 사람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당시 재심을 맡은 부산지법은 “피고인들이 수사기관에 자백을 했으나 진술서가 결과된 뒤에 작성된 점, 불법구금 기간이 오래돼 증거능력이 없고 피고인들의 행위가 국가의 존립과 안전을 위협했다고 볼 수 없다”며 국가보안법과 계엄령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결한 바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 4일 고 이사장에 대한 민·형사상 고소의 뜻을 밝혔다. 김성수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이날 국회 정론관 브리핑을 통해 “문재인 대표는 고영주 이사장에 대해 형사 고소와 민사 소송을 함께 제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새정치민주연합 관계자는 8일 “이번 주 내로 검토를 마치고 고소장을 검찰에 접수할 예정”이라고 했다.
고 이사장은 앞서 지난 3일 기자협회보와 통화에서 부림사건에 대해 “내가 피의자한테서, 앞으로 공산주의 사회가 될 텐데 공산주의가 되면 자기네들이 나를 심판하겠다, 이런 얘길 내가 직접 들었기 때문에 판결이 이렇게 나왔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 압력이나 이런 걸로 내 기억을 바꿀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문재인이 공산주의자’라는 생각이 지금 바뀌었는지 질문에 그는 “지금 생각은 밝힐 단계가 아닌 것 같다”고 답했다.
지난 2일 연임에 성공한 이인호 KBS이사장은 공금 유용 의혹 등이 제기돼 물의를 빚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이하 새 노조)는 지난 1일 노보를 통해 KBS가 미국에서 열린 행사에 개인자격으로 참가한 이 이사장에게 1100여만원의 공금을 썼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 이사장은 지난 7월23일 한국전쟁 유업재단 초청을 받아 한국전쟁 및 역사학 관련 강연 등을 위해 해외출장을 떠났다. 이 이사장이 KBS뉴스에 등장하면서 논란이 됐던 때다. 당시 새 노조는 신임 이사가 선임되는 민감한 시기 이 이사장의 뉴스 등장을 두고 미국 출장의 배경과 사측의 보도개입 여부 해명을 촉구한 바 있다. 이사회 사무국은 “당초 조대현 사장이 초청받았으나, 역사 관련 행사인 관계로 이인호 이사장이 대신 가도록 했다”고 답변했다. KBS이사장으로서 가는 공식적인 출장이라는 해명이다.
새 노조는 이에 대해 “이사회의 해명은 거짓말이었다. 한국전쟁 유업재단은 조대현 KBS사장을 초청한 적이 없다”며 “재단 이사장인 한종우 시라큐스대 교수는 ‘조대현 사장을 초청한 적이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 또 ‘이인호 이사장은 예전 국제교류재단 이사장 하실 때도 제가 잘 알던 분’이라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새 노조는 “결국 이인호 이사장의 해외출장은 역사학자로서, 친한 후배 교수의 초청을 받아 강연회에 참가한 명백한 ‘개인일정’이었다”며 ‘대타 출장’설은 이런 속사정을 감추기 위한 사측과 이사회 측의 고육지책이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이인호 이사장은 이에 대해 지난 4일 오후 4시께 KBS 사내 게시판에 글을 올려 ‘공금 유용’ 의혹을 제기한 새 노조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철저한 규명’을 KBS 감사에게 요구했다.
사측 역시 이날 오후 9시께 게시판을 통해 새 노조의 공금 유용 의혹 제기 등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사측은 “새 노조 노보 주장은 허위사실”이라며 “즉각적인 사과와 정정보도를 요구한다”고 전했다. 사측은 노조의 문제제기에 대해 “사실이라면 사무국측이 사실관계를 잘 모르고 전달한 부분”이라며 “재단 측은 해당 행사에 KBS 고위층이 참석해달라는 이메일 요청을 하였고, 편성본부에서 참전용사 관련 의미있는 행사에 KBS를 대표하여 주요 인사가 참석하는 것도 의미있다고 보고, 자체 논의를 거쳐 영어에 능통하고 역사학자이신 이인호 이사장이 참석하는 것도 좋겠다고 판단하여 이를 사장에게 건의, 사장이 이사장에게 참석을 정중히 요청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새 노조 관계자는 8일 오후 “KBS같은 기관이 지속적인 거래관계가 있지도 않았던 행사에, 그것도 ‘KBS 고위층’이라고 명시된 이메일 하나에 사장이나 이사장을 보낸다는 건 비상식적”이라며 “만일 기관 대 기관 차원의 일이었다면 공식초청 문서, 기안서류, 결과보고서 등 근거자료가 있을 것이고 이에 대한 공개를 요구한다는 논지의 반박성명을 배포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사측이 법과 사규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알려온 바 법적인 대응까지도 각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