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남 기자 2015.08.05 12:42:34
임금피크제 도입 등을 포함한 ‘임금체제개편’이 올 하반기 언론사 노사 간 뜨거운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내년부터 만 60세 정년 연장을 앞둔 회사(300인 이상 사업장) 입장에선 인건비 절감 차원에서 임금피크제 도입 필요성이 커지는 데 비해 노조는 단순히 임금 삭감 등을 전제로 한 임금체제개편안을 받아들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임금피크제는 일정 나이에 도달한 노동자의 임금을 일정 삭감하거나 동결하는 제도다.
이 때문에 노조를 협상 테이블에 앉히기 위한 사측의 ‘눈에 보이지 않은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다.
실제 KBS는 양 노조의 반대에도 지난달 28일까지 임금피크제(59,60세 50%씩 받고 55살 이후 2개월 간 유급휴가) 개별 신청을 받았다. 수백 명이 신청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KBS 양 노조는 임원이나 부장 등이 강압적인 방법까지 동원, 목표한 인원수를 확보하기 위해 불법행위를 대놓고 자행했다며 고용노동부 제소 등을 검토 중이다.
동아일보도 지난달 초 대기발령을 낸 기자 4명 중 3명이 50대로 알려지면서 내부에선 임금피크제 협상테이블에 노조를 불러내기 위한 압박 수단이란 관측이 나왔다.

이런 가운데 신문사 중 한겨레가 임금피크제를 공식 논의하기 위한 첫 스타트를 끊는다. 한겨레는 6일 노사 간 임단협을 시작하면서 사측이 임금피크제안을 노조에 제시할 예정이다.
서울신문도 작년 12월 ‘정년 60세 준비 TF팀’을 꾸린데 이어 다음 주쯤 노사 간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경향은 올해 임협을 끝내자마자 임금피크제 논의에 들어가기로 했다.
일부 언론사는 기존 임금피크제를 정년 연장에 맞춰 개선하려는 움직임에 나서고 있다.
CBS의 경우 지난달 22일부터 노사 제도개선협의회를 가동, 입사 25년차부터 연봉이 고정되는 현 임금피크제에 대한 개선방안을 논의 중이다.
앞서 SBS 노사는 작년 11월 정년 연장에 따른 임금피크제(만58세부터 기본급의 33% 삭감하고 만59세부터 안식년 시행과 함께 임금총액의 52% 지급)를 합의했다.
이 밖에 조선일보, 중앙일보, 연합뉴스, 한국경제, YTN 등도 하반기 중 관련 논의를 시작할 방침이다.
한 신문사 인사부장은 “임금피크제의 핵심은 언제부터 얼마씩 깎느냐가 관건인데 임금이 상대적으로 높은 금융권과 달리 언론계는 생계가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협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가 발표한 ‘1차 노동시장 개혁방안’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임금피크제 도입률의 경우 대기업은 23.2%, 전체 사업장은 9.9%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정년 60세 연장 등을 골자로 한 ‘고용상 연령차별 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정년연장법)’에서 임금피크제 미도입시 처벌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제도 도입을 놓고 노사 간 신경전이 팽팽히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노조는 협상의 주도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회사 측이 먼저 카드를 꺼낼 때까지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사측 역시 먼저 도입해봤자 득 될 게 없다는 판단에서 타 사의 동향을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내년으로 협상을 넘길 경우 경영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연내 타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 메이저신문사 노조 관계자는 “임금피크제 도입과 함께 임금피크제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보상책, 정년 연장 대상자에 대한 인력 재배치 등의 논의도 함께 진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일반 대기업과 달리 언론사는 고령화된 인력을 흡수할 수 있는 자회사 등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전환배치 등이 여의치 않다는 점이다.
언론진흥재단에서 올 초 발간한 ‘2014 한국언론연감’에 따르면 ‘50세 이상 종사자’가 21.9%로 신문 종사자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30~34세(16.8%), 35~39세(16.7%), 40~44세(15.1%), 45~49세(15.0%), 29세 이하(14.5%)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고비용 저효율 구조’란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적재적소의 전환배치와 이에 따른 재교육이 필요하지만 이 부분 역시 사실상 손 놓고 있는 실정이다.
임금피크제 도입이 오히려 조직의 고령화를 부채질 할 것이란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 이와 반대로 임금피크제를 통해 절감되는 비용이 젊은 세대 고용까지 이어지는 ‘낙수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 신문사 경영 직군 간부는 “직급별 정년제를 둔 언론사는 일정 기간 이상 더 다닐 수 있다는 안도감 때문에 상대적으로 임금피크제 도입 논의가 좀 더 수월할 것 같다”며 “반면 임금피크제 도입에 따른 신규 인력채용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