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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위기와 복지 과잉 프레임

[특별기고] 안병억 대구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

안병억 대구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  2015.07.15 13:3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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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공공개혁 번번이 실패
미국발 금융위기로 국가 실패 드러나

일부 언론 복지 과잉 부각
속보 못지 않게 위기 흐름·전망 분석 필요


복지 과잉인가? 아니면 국가의 실패(총체적인 국가 시스템의 결함) 때문인가?
지난 2010년 5월 그리스가 국제통화기금(IMF)과 단일화폐 유로존 국가들의 구제금융을 받은 후 이 위기는 아직까지 현재 진행형이다. 국내 언론도 그리스를 비롯한 다른 유로존 국가들의 위기를 주요 뉴스로 보도해 왔다. 유럽에 주재중인 특파원을 아테네 현지로 보내거나, 국내 국제부 기자들을 그 곳에 급파해 그리스의 국민투표(지난 5일)와 긴축에 지친 그리스 민초들의 어려움을 생생하게 전했다. 그렇지만 그리스 위기의 근본원인과 대책, 그리고 전망에 관해서는 아쉬운 점이 많다.


우선 그리스 위기의 근본 원인을 보수 언론은 복지 과잉으로 규정했다. 반면에 진보 언론은 ‘실패 중인 국가’(failing state, 혹은 총체적인 국가 시스템의 결함)를 근본원인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처럼 한 가지 현상을 두고 매우 상이한 프레임이 확대 재생산되어 왔다.


위기는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에 원인을 정확하게 집어내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그리스 위기는 실패 중인 국가에서 발생했다는 점이 사실에 더 부합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통계를 보면 그리스의 복지지출(2014년 말 기준)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24%로 유로존 국가 가운데 하위에 속한다. 그리스 지하경제는 약 25% 정도도 추산되며 징세 시스템이 미비하다. 또 급진 좌파연합 시리자가 지난 1월 정권을 잡기 전, 그리스 정치를 좌지우지했던 양대 정당(중도우파의 신민당, 중도좌파의 사회당)은 정실인사와 후견주의로 정부를 운영했다.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양당은 지지 세력들을 공직에 대거 임용했고 정권 교체 후에도 이들은 자리를 유지했다. 그리스 정부는 구제금융을 지원 받기 전 연금과 공공 부문의 개혁을 시도했으나 반발에 부딪혀 번번이 실패했다. 그러다가 미국발 금융위기를 기화로 총체적인 국가 시스템의 부재가 그대로 드러났다. 그리스 민주주의를 위협한다고 비난 받았던 국제 채권단(유로존과 IMF)이 그리스에 요구한 개혁 내용도 긴축과 함께 이런 국가 거버넌스 체제의 개혁에 초점을 두고 있다.


1997년 11월 말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은 우리는 많은 국민들이 위기 극복에 적극 동참해 3년 만에 구제금융을 졸업했다. 그리스가 왜 1차 구제금융을 졸업하지 못해 2차 구제금융을 받아야만 했고, 또 다시 3차 구제금융이 필요한지는 총체적인 국가 시스템 결함이라는 전체적 맥락을 이해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종합적인 맥락을 쉽게 풀어 설명하기보다 일부 언론은 복지 과잉 프레임에만 매달렸다. 이는 인식의 단순화라기보다 특정 의제에 맞춰 사실을 왜곡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정보의 완결성과 다양한 취재원 활용도 부족했다. 계속하여 급변하는 그리스 위기의 속보에 못지않게 위기 흐름의 분석과 전망도 필요하지만 이 부분이 충분하지 못했다. 해외 언론의 그리스 보도를 참고하면서 국내 전문가의 분석도 기사에 담는 게 필요하다. 그러나 국내 언론의 경우 국제부는 해외 언론에 인용된 취재원만을 그대로 재활용하고, 경제부나 산업부는 국내 취재원을 활용한다는 이제까지의 ‘분업’에서 대부분 벗어나지 못했다.


유로존 위기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왜곡된 프레임의 재생산에 집중하기보다 좀 더 심층적인 분석을 제공하는 게 언론의 책무다. 언론사 내부의 통합적인 취재 시스템 구축, 전문기자와 전문가 활용 등을 확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