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가 메르스 치료를 끝까지 책임지겠다던 삼성서울병원이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옮겼다는 보도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언급했다가 인터넷뉴스에서 돌연 해당 내용을 수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SBS노조와 기자협회는 물론 시민사회단체에서도 삼성의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SBS는 지난 3일 ‘뉴스8’ 네 번째 꼭지 ‘치료 책임진다더니…결국 다른 병원에’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방영했다. 해당 보도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 영상과 함께 “‘끝까지 환자를 책임지겠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23일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약속한 대목이다. 하지만 열흘 만에 이 약속은 번복됐다. 치료 중인 확진 환자 15명 가운데 12명을 다른 병원으로 옮기기로 했기 때문이다. 별도의 음압 병상이 없는 데다 방호복까지 입은 의료진 감염이 잇따르자 결국 백기를 들고만 셈”이라는 앵커멘트를 내보냈다.
하지만 이날 뉴스가 끝난 뒤 신동욱 앵커의 멘트는 “삼성서울병원이 치료 중인 메르스 환자 10여명을 다른 병원으로 옮겼거나 옮기기로 했다. 시설 부족에 의료진 감염이 잇따르자 결국 이런 결정을 내렸다”라고 재편집 돼 SBS홈페이지와 포털 등에 올라갔다.
이에 따라 SBS노조는 지난 10일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노사 공정방송실천위원회 보도편성위원회’에서 ‘이재용’을 삭제한 이유와 삼성의 외압 여부를 따져 물었다.
이 자리에서 사측은 이번 사태가 벌어진 데 대해 전적으로 사과하며 “외압은 없었다”고 답변했다. 또 기사를 수정한 것은 방문신 보도국장의 지시였다고 분명히 밝혔다. 최영범 보도본부장은 “바람직하지 않은 일로 보도편성 위를 열게 돼 기자들에게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유감을 표했다. 보도를 수정한 이유에 대해서는 “삼성병원에 대한 앵커멘트와 기사 본문의 논리적 정합성이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 수정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9일 기자협회도 보도국장의 참석 하에 긴급 간담회를 갖고 기사수정 지시 경위와 적정성에 대한 해명을 들었다. 이 자리에서도 방 보도국장은 사과의 뜻을 밝혔고 이에 따라 추후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논의와 의견수렴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SBS노조 관계자는 “보도편성위원회는 실질적으로 징계를 요구할 수 있는 기구가 아니다. 출석한 위원 과반수 이상의 찬성을 얻어 보도 수정 혹은 재발방지를 강력히 촉구했다”며 “수정을 지시한 당사자가 전적으로 사과하고 문제를 인정한 만큼 사장이 참여하는 전체 편성위원회에 안건을 상정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이 같은 보도 수정을 ‘삼성 눈치보기’로 규정하고 SBS를 질타하고 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10일 ‘이재용이 사라졌다!! 삼성 눈치 보는 SBS뉴스 신뢰할 수 있나’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외압이든, 눈치 보기든 결과적으로 SBS뉴스에 대한 신뢰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방송을 통해 이미 나간 뉴스를 다 고쳐놓고선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마치 수정된 보도가 원본인 것 마냥 홈페이지에 올려놓은 것은 시청자를 속이는 기만행위”라며 “이런 사건들로 인해 신뢰라는 공든 탑이 무너지는 건 아닌지 제대로 점검하고 돌아볼 때”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