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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 개입 브레이크 걸린 KBS 이사회

'이승만 정부 망명설' 보도 경위
안건 상정 야당 이사 반대 무산

김희영 기자  2015.07.15 13: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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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 독립성 침해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인호 KBS 이사장이 지난 8일 임시이사회를 열었다. 지난달 24일 ‘뉴스 9’의 ‘이승만 정부, 한국전쟁 발발 직후 일 망명 타진’ 기사에 대해 보도 경위를 묻기 위해서였다. 개별 보도를 대상으로 이사회를 여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야당 이사와 일부 여당 이사의 반대로 안건이 상정되진 않았으나 공영방송 이사장이 특정 집단의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날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열린 임시이사회에서 이인호 이사장은 “그동안 반론보도 등의 노력을 했는데도 시청자들의 성토가 가라앉지 않아 장기적으로 국민의 기대를 충족하기 위해 분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사회에서 논의해서는 안 되는 사안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보도·편성에 (이사가) 관여해서는 안 되지만 방송의 질에 대해서는 이사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이사장은 이번 보도를 “시청자들의 감성과 교감”을 하지 못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그는 “저희처럼 6·25를 겪은 사람들은 사흘 만에 수도가 함락된 위기에서 나라를 지킨 인물에 대해 비방이 있을 때 발끈하는 것이 있다”고 했다.


이병혜 이사는 “이번 보도는 방송 정확성에 대한 문제”라며 “기자가 아주 무지했거나, 특종을 바랐거나… 대한민국 대표 공영방송이라면 게이트 키핑 시스템이 갖춰져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일부 여당 이사는 이번 보도를 정식 안건으로 다루는 데 반대 의사를 내비쳤다. 양성수 이사는 “사후에는 어떤 보도나 제작물도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면서도 “정식 이사회 안건으로 다루는 것보다 간담회 등을 통해 보도 경위를 청취한 후에 시정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 이사들은 이날 이사회가 절차상·내용상 불법이라며 안건을 철회할 것을 한 목소리로 요구했다. 특히 방송법 제4조 2항에 규정된 ‘방송편성에 대한 규제나 간섭’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야당 이사 4명은 이사회 직전 낸 성명에서 “이인호 이사장의 본색이 드러나고 있다”며 뉴라이트 학자 출신인 이 이사장의 편향된 역사관·가치관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규환 이사는 “자기 의견에 맞지 않으면 매일 안건을 올릴 것인가. (보도국) 간부들이 영향을 받아 보도 독립성에 영향이 생길 것”이라며 “KBS의 다양한 규약과 가이드라인, 노사 합의 등의 공통적 내용은 ‘사내외의 모든 간섭을 배제하여 방송 독립성을 지켜나간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준상 이사는 “사태의 본질은 이사장의 ‘역사관 투영 시도’다. 회의를 공개한 것도 외부에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며 “특정 집단의 불만을 대변하고 하수인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영묵 이사는 “이사회는 외부에서 압박이 있을 때 오히려 막아줘야 하는 조직”이라며 “단일 보도를 논의 대상으로 삼는 건 근본적으로 기자들의 취재의지를 위축시킨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