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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 청춘 바친 기자들 대기발령 '날벼락'

"누가 회사 믿고 일하나"

김창남 기자  2015.07.15 12:5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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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가 지난 1일자 인사에서 이례적으로 기자 4명에 대해 ‘6개월 무보직 대기발령’을 내면서 편집국이 술렁이고 있다.


편집국 기자에 대한 대기발령이 흔하지 않은 데다 대상자 역시 적잖은 숫자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상자도 특정 부서 출신의 고참급 기자들로 편중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


동아 내부에선 이번 대기발령이 정년 연장을 앞두고 중견급 이상 기자들을 미리 솎아내기 위한 인사라는 관측과 함께 임금피크제 도입을 놓고 노조를 압박하기 위한 회사 측의 대응 전략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사측은 지난 3월 ‘2014년도 임단협’ 과정에서 임금피크제를 제안했으나 노조의 반대에 직면했다. 동아 한 기자는 “두 가지 가능성 모두 해석하기 나름이지만 유례없는 대기발령 인사 때문에 내부가 술렁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회사 측에서 밝힌 대기발령 이유가 석연치 않아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대기발령을 받은 A모 기자는 이번 인사를 납득할 수 없다며 사내 게시판을 통해 인사의 부당성을 제기했다.


A기자는 “저와 같은 날 대기발령을 당한 분들도, 본인들이 왜 18층 구석방에 놓인 책상에 앉아 있어야 하는지 회사로부터 얘기를 들은 바가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라며 “문제는 한국의 대표 언론사에서 한 직장인의 생존을 옥죄는 조치를 취하면서 최소한의 절차도, 투명성도 없었다는 데 있습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기발령’이란 인사권은 사원들의 자기방어권과 알 권리마저 무시해도 되는 전가의 보도입니까”라고 반박하며 “청춘을 동아일보에 바친 한 식구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는 있어야 하지 않았을까요? 회사는 50대 가장을 극단적인 선택으로 몰아간 이번 사태에 대해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합니다”라고 했다.


이어 “사내에서는 온갖 추측성 얘기가 오가고 있는 걸로 압니다. 그중에는 임금피크제 협상과 관련한 노조 압박용이라는 말도 있고, 소위 ‘고임금 기자들’ 솎아내기의 신호탄이란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라며 “김재호 사장님, 이번 인사에 대한 원칙과 기준을 분명하게 밝혀서 사원들의 의구심과 불안을 잠재워주시기 바랍니다”고 강조했다.


노조 역시 이번 인사의 파장을 감안해 조합원 의견수렴에 들어갔다. 노조 관계자는 “이번 인사에 대한 대응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대기발령 6개월 이후 강제퇴직 조항은 없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개인이 받아들이기 힘든 ‘가혹한 인사’라는 게 언론계 안팎의 설명이다.


또 다른 동아 기자는 “고령화 시대를 맞아 시스템적으로 인력 재배치 등이 필요했는데 그렇지 못하다보니 부장급 이상이 되면 고비용·저효율의 구조가 될 수밖에 없다”면서 “하지만 이런 식으로 인사를 한다면 누가 회사를 믿고 일을 하겠느냐”고 꼬집었다.
이번 인사에 대해 동아 관계자는 “지금 시점에서 답변하기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